이제 허리끈을 동동 쟁여묶고 영양의 속살을 파헤치러 가볼 참이다. 사실, 두바퀴 자전거로 영양의 산과 계곡을 뒤지는것은 말처럼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진땀 꽤나 각오한다. 영양의 자전거 루트는 도합 넷이다. 갈래길로 선을 그으면 수십길이 나오지만 도드라진 테마 위주로 길을 짜집기 해본다. ◆ 길 하나, 가슴 쿵쾅뛰는 문학의 길 80Km 선바위-외씨버선길 5길(오일도 시인길)-영양 전통시장-외씨버선길 6길(조지훈 문학길)-본신계곡-검마산 휴양림-죽파리 자작나무숲 문학의 길은 선바위에서 시작한다. '선바위'를 검색하면 여럿이다. 울산 태화강 자락에도 선바위, 성주땅 무흘구곡 초입에도 선바위가 있다. 이곳, 영양땅의 선바위는 반변천을 따라서 외씨버선길 5길의 출발지이다. 수려한 바위병풍에 둘러싸인 숲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일제시대 항일 시인이었던 오일도 시인의 고향인 감천마을에 당도한다. 약50호의 자그마한 앙증맞은 옛스런 곳이다. 길은 영양전통시장으로 이어진다. 시가지는 작다. 이곳을 벗어나면 흔한 가게도 구경하기 어렵다. 그만큼 깡촌이다. 자전거는 외씨버선의 주인을 찾으러 주실마을로 간다. 조지훈의 고향이다. 이 아늑한 마을에서는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문학의 늪
그해 여름은 무더웠다. 셀 수 없을 만큼 자잘한 일들은 무거운 땀처럼 전신을 휘감았다. 눈에 띄는 모든 현상들이 이글이글 타는 흙사막처럼 황폐해져갔다. 온 정신이 먼지처럼 흩날리는군, 문득 롬바르디아평원의 제비꽃빛 노을이 보고 싶었다. 회적색 포플러의 실루엣과 호수에 얼비치는 노을, 그 아래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갈망이 점점 강렬해져갔다. 때마침 서울의 한 모임에서 몇 년 동안 계획만 하던 이탈리아로의 여행 제의를 받았다. '제 여행의 중요한 의도는 육체적, 도덕적 폐해를 치유하는 것이었습니다. … 다음은 참된 예술에 대한 뜨거운 갈증을 진정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상당히, 후자는 완전히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감히 괴테의 경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레오나르드 다빈치공항(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서 약지에 끼던 반지를 잃어버린 일, 사납게 굴던 공항 여직원, 느린 버스, 숨이 막힐듯한 습기와 그로 인해 덧난 알레르기는 떠나온 곳에서의 폐해를 치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해 여름 잃어버린 그 반지는 지금 어디 있을까.로마에서의 일정만 함께 한 뒤 나는 혼자 제비꽃빛 노을이 지는 롬바르디아평원을 건너 밀라노로 갔다. 그곳에서 '장미의 이름'을 쓴 움베르토 에코의
옛 선비들의 여름나기는 어떠했을까?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이 염소 뿔도 녹인다는 무더위를 어떻게 났을까? 바다와 산을 찾기도 만만찮을 당시의 피서지로 대청마루만한 곳은 없었을 것이다. 바람길 숭숭한 모시나 삼베옷으로 차려 입고 멋들어진 산수화 접선을 접었다 펴가며 여름 한때를 보냈지 않았나 싶다. 가끔씩 날아드는 나비를 동무삼고, 꼬리를 깔딱거리며 기둥에 달라붙은 벌들의 춤사위에 시간을 잊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전통가옥 중 하나가 충남 논산에 있는 '명재고택'이다. ◆국가민속문화재 제190호 '논산 명재고택' 명재고택은 조선 숙종 때의 유학자 명재 윤증(1629~1714)이 지었다. 명재 윤증은 숙종 때 사람으로 소론의 거두다. '백의정승'으로 불릴 만큼 모든 선비들의 흠모의 대상이었다. 1984년 12월 24일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제190호, 윤증고택으로 지정되었다가 2007년 1월 29일 그의 호를 따서 '논산 명재고택'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명재고택을 찾는 관광객들의 대부분은 느티나무와 어우러진 장독대를 보기 위함일 것이다. 수령 400여년에 가까운 느티나무 아래로 사열을 받는 병사들처럼 가지런하게 줄지은 장독대의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고택 앞
◆대한민국 3대오지 BYC(봉화,영양, 청송)중 2번째 영양(Y) 영양은 오지다. 속속들이 오지다. 전체 면적의 73%이상이 온통 산과 밭이다. 살아가는 인구도 적다. 16,000여명(2020년 통계)에 불과하다. 경북에서 맨 꽁무니다. 강원도 보다 더 척박스럽다. 영덕으로 향하는 당진영덕 고속도로가 생겼다지만 여전히 큰 맘먹고 떠나야 한다. 가는길도 험하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보상은 크다. 진정한 의미의 '쉼'과 '틈'을 준다.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는 천혜의 자연 보물단지같은 쉼터다. 이제, 오래동안 간직해 왔던 스토리들이 하나둘씩 허물을 벗어가고 있다. ◆ 대한민국 재발견 일번지, "별 볼일 많은, 별거 많은 영양!" "별 볼일 없는 세상"이다. 무료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이다. 게다가, 이놈의 코로나는 우리의 숨구녕까지 턱턱 치고 온다. 세상은 점점 재미 없어지고 갑갑증에 휘둘린 우리들! 뭔가 탁!하고 신나는건 없을까? 유레카처럼 휙하고 우리들 뇌리를 시원스레 뚫어 주는 것은 없을까? 이 답답증에 영양은 딱 해답을 준다. 영양을 향해 떠난다. 삶의 영양(營養)을 살찌우기 위해 영양을 찾는다. "별 볼일 많은 영양" "별거 많은 영양" 속살 속으
◆ 자연과 빛이 만든 순백의 마을 키루나 키루나(Kiruna)는 스웨덴 최북단에 위치한 인구 2만3천명의 소도시다. 짧고 시원한 여름과 추운 긴 겨울이 있는 북극 기후로 가장 추운 기온은 영하 40도까지도 내려가고, 평균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간다. 눈은 보통 9월 하순에서 5월 중순까지 지속되지만 일년내내 내리기도 한단다. 북극과 근접해 있는 키루나는 오로라를 감상하기에 좋은 위치와 환경을 지닌 곳으로 연중 200일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설국의 동화마을 키루나에서 신비롭고 독특한 자연을 경험하기 위해 눈길을 나섰다. 눈이 부실정도로 온통 새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듯 펼쳐지는 풍경에 추위를 잊은 가슴이 뜨거워진다. 눈과 마음을 현혹하는 겨울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취한 것일까. 마음속에 그려온 꿈속의 겨울을 만난 것 같다. 여행정보센터에서 '시티 인 모션' 이라는 가이드 투어에 등록하니 시청은 물론 키루나 교회를 투어 할 수 있다. 철로 만든 시계탑이 인상적인 시청 건물에는 키루나와 이 지역 광산사이의 유대 관계를 상징하는 독특한 철탑이 있다. 크리스탈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시청 건물은 햇볕을 듬뿍 받도록 설계되었다. 아래층의 복도와 거대하고
하얗게 늘어진 길이 뱀의 등처럼 휘었다. 햇살이 팽팽한 길을 따라 우거진 숲속으로 짝을 찾는 여름매미가 자지러진다. 헌털뱅이 버스가 꼬리에 먼지를 물면 따라가고 싶은 길이다. 풀썩거리는 뽀얀 먼지를 들이마시고 싸하게 풍기는 기름 냄새가 좋아 무작정 뒤를 따르고 싶은 것이다. 허방에 발을 헛디뎌 무릎이 깨져도 아프지 않다. 오랜만에 만나는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다. 단발머리 소녀가 책보자기를 허리에 동여 메고 깡충깡충 뛰어가는 길 같다. 옛 추억을 소환하는 아련한 길, 승용차로 흔들흔들 3Km남짓한 거리에 목적지 병산서원이 있다. ◆배롱나무 꽃속에 파묻힌 병산서원 병산서원은 풍악서당이 1572년 풍산에서 이곳으로 옮겨 오면서 세워졌다. 임진왜란을 맞아 소실된 것을 1607년 다시 지었다. 서애 류성룡의 제자 정경세, 이준 등이 1614년에 존덕사를 지어 스승인 류성룡의 위패를 안치했다. 현재 셋째아들인 수암 류진의 위패도 함께 안치되어 있다. 병산서원은 '한국의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맘 때 병산서원을 찾는 까닭은 서원을 감싸서 붉게 흐드러진 배롱나무 꽃을 보기 위해서다
빛 바랜 얘기지만 우리나라 오지마을을 세글자 'BYC'로 나타내곤 했었다. 속옷 얘기가 아니다. 즉, 봉화(B), 영양(Y), 청송(C)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 세곳 중 첫 손가락이 "봉화"다. "오지게 오지네"라는 외침이 저절로 터져 나오는 첩첩산중이다. 태백산맥의 끝자락 청량산, 청옥산, 비봉산 줄기를 타고 구름위에 살짝 내려앉은 한적한 동네다. 느림의 미학이 딱 들어맞는 고장이다. 경상북도 명품 자전거길 23선팀은 그 오지 마을의 심장부로 들어간다. ◆ 세평하늘길,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12Km 사실 자전거로 달릴수 있는 길이 전혀 아니다. 그냥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또 때론 김빠진 쇳소리를 내는 열차가 스쳐 지나는 굉음을 노랫말 삼아 들으며 한발한발 투덕투덕 걷는 터덕길이다. 살아온 날들도 곱씹어 보고, 살아갈 날들도 재설계 해보는 삶의 습자지같은 그 길이다. 길은 세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구간, 승부역~양원역 '낙동비경길' 5.6Km, 두번째, 백미 구간인 양원역~비동구간 '체르마트길' 2.2Km, 세번째, 비동역~분천역 구간 4.3Km 도합 12.1Km의 트레일이다. 길은 완만하다. 딱히 업다운도 많이 없다. 속도를 높혀서 페달질을 할수도
자전거 여행의 독특한 매력은 무엇일까? 마치 새아씨 발목위로 살풋 드러난 백옥의 살결을 훔쳐보듯 자전거는 깨알같은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여행지의 뒷골목을 속속들이 후벼파듯 숨겨진 책갈피 속을 자전거는 하나씩 파헤친다. 두바퀴는 내맘대로다. 가다 서다 유유자적이다. 그렇게, 좌충우돌 경상북도의 속내를 찾아가는 자전거는 늘 흥분되어 있다. 그속에 행복도 오롯이 쏙 담겨있다. 경상북도 명품 자전거길 23선, 총 거리 2,000Km를 가슴에 담기 위해 약30명이 모였다. 최고령70세, 최연소51세, 평균 나이56세의 꽃 중년들이 페달질을 한다. 경북은 넓다. 인구는 270만명에 불과 하다지만 서울땅의 31배, 전 국토의 약19%를 점한다. 경북은 깊다. 삼한시대 부족국 의성의 조문국, 고령의 대가야, 경주의 통일 신라를 지나서 조선시대의 뿌리를 만들고 또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다. 경북은 길다. 약230Km에 달하는 동해, 태백산맥 소백산맥 백두대간의 정맥, 강, 호수, 다양한 얘기거리등 촘촘하고 오밀하다. 그 경상북도의 땅을 두바퀴 자전거로 약 4개월에 걸쳐서 달려보는것은 자못 가슴 쿵쾅하는 일이다. 10개의 시, 13개의 군, 도합하여 23개의 경북도
가로등이 가물가물 눈꺼풀을 치켜드는 아래로 다소곳한 초가지붕이 부푼 찐빵처럼 선이 곱다. 이른 잠을 깬 참새들이 새벽을 날자 푸르스레한 하늘에 동글동글 파문이 인다. 성벽 아래에 오동나무는 금전산을 넘는 여명 속에 연보랏빛 꽃등을 주렁주렁 내걸었다. 스멀스멀 몸을 사리는 어둠 속에서 멍멍개가 짖고 성 위로 솟아오른 대나무 숲에선 짝을 찾는 직박구리의 날갯짓이 요란한 새벽이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순천 낙안읍성은 고려 후기부터 잦은 왜구의 침범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1397년(태조 6년)낙안 출신의 절제사 김빈길이 흙으로 쌓은 토성이다. 1424년(세종 6년)에 이르러 토성을 석축으로 고쳐 쌓으면서 현재 규모의 성이 되었다. 이후 정유재란을 맞아 순천 왜성에 주둔하고 있던 왜병에 의해서 파괴된 것을 인조 6년(1628년)낙안군수로 있던 임경업에 의해 복구된다. ◆ '한국 최고 여행지 50선'에 뽑혀 읍성은 성벽의 길이 1,406m, 높이 3~5m이며, 면적은 223,108㎡이다. 부속 시설물로는 성문 3개, 옹성 3개, 치 4개, 해자와 객사 및 동헌 등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낙안읍성의 구조상 특이한 점이라면 대부분의 옹성이 원(둥근)형인데 반해
봄은 봄이다.산과 들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꽃들과 초록들이 자연이란 캔버스에 저마다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물위를 간지르는 봄바람에 수초들도 싹을 틔운다. 나뭇가지에 가녀린 잎들이 살랑이면 물고기 꼬리가 낚시인을 부르는 시기인 듯 하다. 봄기운이 완연한 3~4월이면 붕어낚시인들의 가슴이 설레는 이유이다. 여러 곳의 지인들로부터 들려오는 월척 이상의 대형붕어 낚은 소식.이 저수지는 어떻고 저 저수지는 어떻고, 산란이 시작된 것인가? 이른 것인가? 물고기도 좋지만 봄을 낚으러 낚싯대를 둘러매고 떠나본다. ◆붕어 낚시 시기 '언제 붕어 낚시에 들어가야 좋은 조황을 올릴 것인가?' 에 대한 논쟁이 낚시인 사이에 시끌벅쩍이다. 결국에는 저수지 관리인이나, 낚시터 근방의 낚시점에 연락해 알아보느라 전화기가 분주하다. 3,4월은 일 년 중 붕어낚시의 절정기이며 대형 붕어를 잡기에 좋은 기회이다. 운이 따라 준다면 큰 붕어를 마릿수로 만나는 최고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고삼지를 찾아 짜릿한 손맛을 본 기억이 있다. 올해도 출조를 고삼지로 정하고 전화를 돌렸다. "올해는 날도 따뜻하고 버드나무 새순도 피고 했는데 음력 절기가 늦은 탓인지 일주일 정도 후에 붕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