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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전북 가야 찾기 어디까지 왔나] (상) 발굴·고증 현황

 

 

남원 유곡리·두락리 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최종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전북 가야사의 실체가 어느 정도 규명됐는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까지 밝혀진 전북 가야사의 존재는 일부 문헌사료와 고분 및 부장품, 제철유적, 봉수 등을 통해 확인된다. 문헌사료에 있는 기록과 유물·유적과의 비교 분석도 진전되면서 고증도 진전되고 있다.

특히 장수·남원 등지에서 발굴되는 제철유적은 주목할 만하다. 흔히 가야를 철의 왕국이라 하지만, 가야의 중심지라고 일컬어지는 김해와 고령에서 발굴된 제철 유적은 없다.

다만 전북 가야 세력을 독자 세력이 아니라 영남권 대가야의 하위집단으로 보는 통설, 봉수·제철유적의 연대기가 가지는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 등이 남아있다.

전북의 가야사를 엿볼 수 있는 문헌사료와 유적 분포현황, 대표유적 그리고 이들이 갖는 의미와 추후 과제를 정리해본다.

 

△ 전북 가야 유적 현황과 관련사료

1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가야 유적은 남원·완주·무주·장수·진안·임실·순창지역에 모두 822개가 있다.(2020년 12월 현재)

종류는 고분, 제철유적, 봉수 산성으로 다양하다. 이 중 전북 가야의 존재를 방증해주는 유적인 제철, 봉수, 고분은 776개로 94%를 차지한다.

전북에 가야소국의 존재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문헌사료도 있다. 중국 양나라 때의 사료인 ‘양직공도’(梁職貢圖)와 720년대 완성된 ‘일본서기’(日本書紀)이다.

일본서기에는 ‘반파는 백제와 3년 전쟁(514년~515년)을 치르면서 봉수를 쌓아올렸다’고 나온다.

군산대학교 곽장근 역사철학부 교수는 “반파는 가야계 소국으로 추정되며, 기록에 나온 봉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봉수가 발견된 곳은 전북 동부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봉수 주변 가야계 산성과 석축, 수혈식 석곽묘, 축대시설이 분포한다”며 “가야의 봉수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양직공도에는 남원시 일대에 기문이라는 소국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곽 교수는 “이들은 5세기부터 6세기 초까지 백제에 의탁하면서 연명했던 소국”이라며 “이 지역에서 발굴된 토기와 봉토분 양식을 문헌사료와 비교해보면 가야계 국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대표유적-남원 유곡리 두락리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이 고분군은 기문국의 실체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고고학적 자료로 꼽힌다.

연비산에서 서쪽으로 내려오는 능선을 따라 40기의 봉토분(封土墳)으로 존재하며, 이 중 12기는 지름 20m가 넘는 대형고분이다. 조성시기는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이다. 무덤양식은 가야계 수혈식 석곽묘(구덩식 돌덧널무덤)와 백제계 횡혈식 석실분(굴식 돌방무덤)이며, 지난 1989년과 2013년에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확인됐다

축조세력이 지배층이었음을 방증하는 유물도 출토됐다. 금동신발편, 청동수대경, 갑주, 환두대도(環頭大刀-장식용 칼) 등을 비롯한 금속유물 160여점, 기꽂이, 마구류, 꺽쇠 등의 철기류 210점, 원통형 기대를 비롯한 대가야 양식의 토기류 110여점 이다.

이 중 금동신발과 청동수대경은 처음 출토된 것으로 백제와 왜, 중국 남조 등과의 대외관계를 살필 수 있는 유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전북도 노기환 학예사는 토기를 통해서도 인접 국가와의 대외교류를 유추할 수 있다고 봤다. 노 학예사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을 가야나 백제에 주고 토기를 가져왔을 것”이라며 “고부가가치의 생산품을 주고 소모품적인 생산물을 가지고 오는 무역 형태”라고 했다.

이어 “기문국의 주 세력은 운봉고원에 존재했던 사람들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 대표유적-단야구(鍛冶具)

지난해 9월 장수 백화산 고분군 발굴현장에서 공개된 단야구는 반파와 철제 유물의 실상을 밝혀줄 수 있는 자료로 꼽힌다. 단야구는 철기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망치, 집게, 모루 등의 도구로 호남 가야고분에서 처음 확인됐다.

게다가 단야구에서는 실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타격흔이 발견됐다. 이를 통해 피장자는 장수지역 철기제작을 담당했을 수장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장수·남원 등지에서 확인되는 제철유적과의 연관성까지 높여준다.

곽 교수는 “운영의 주체는 고증이 되고 있다”며 “문헌사료와 비교해보면 반파국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표조사를 통해 확실히 가야 철제유물이라는 점을 시기적으로 규명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강조했다.

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