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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미나리’ 어떤 영화인가

한국 이민자 가족의 고단한 삶 잔잔하게 그려

 

 

‘한 가족에 관한 마음의 언어를 이야기하는 영화’.

‘미나리’는 한마디로 ‘마음의 언어’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 한국 이민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담아냈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마음의 언어’라는 말에는 사실을 뛰어넘는 진심과 진정성이 전제돼 있다.

15일 ‘미나리’가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미국 땅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정이삭 감독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당시 이렇게 말했다.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다. 나도 그것을 배우고 물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정 감독의 말은 지난해 아카데미영화상에서 ‘기생충’으로 작품상 등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1인치 자막의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는 어록을 떠올리게 한다. 그 ‘1인치 자막의 장벽’은 분명 ‘외국어’ 논란을 의미하지만, 마음과 진심이 합치된 공감은 여타의 논란을 무화시킨다.

‘미나리’는 분명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A24가 투자를 맡았으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외형은 그렇다. 그러나 작품은 197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떠난 한국인의 삶을 그렸다.
 

영화는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다.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 이민자들의 ‘뿌리내리지 못한 삶’은 영화 전편에 쓸쓸한 정서를 드리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어느 곳에도 뿌리를 내리는 ‘미나리’는 한국인들의 은근한 삶의 근기를 상징한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컵 가족이 아칸소로 이주한다. 그러나 아내 모니카는 몸이 아픈 아들 데이비드와 딸 앤의 학교문제로 도시에 살기 원한다. 별수없이 애들을 돌보기 위해 모니카 친정어머니(윤여정)가 한국에서 들어오지만 얼마 후 이들 가족은 큰 위기에 직면한다. 아들의 심장 검사를 위해 도시로 잠시 나갔던 날, 어머니는 쓰레기를 태우다가 농작물을 저장해둔 창고까지 태우고 만다. 휩싸인 불길을 보고 제이컵과 모니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이튿날, 폐허와 같은 상황속에서도 카메라는 바람에 흔들리는 미나리를 비춘다. “미나리는 아무데서나 자라니까. 모든 사람이 다 뽑아먹어.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마지막 장면에서 윤여정이 손자에게 했던 말이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하다.

삶의 터전을 옮긴 이민자들의 모습은 비단 한국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아메리칸 드림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흘러들었던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의 이야기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꾸는 꿈이기도 하다.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한 이야기는 그렇게 한 가족의 역사와 기억을 매개로 세계인들에게 ‘바로 우리 이야기’라는 울림을 주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