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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프랑스기록원 문서 전주 한지일 가능성 있어

프랑스 국립기록원 보관 고려시기 한지 추정 문서
전주에서 생산한 한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제기
고려 공민왕대 전주 원암사 불조삼경(佛祖三經) 간행
“사찰에서 책 간행할 정도면 높은 한지 생산량”
전주 본관으로 둔 원나라 환관 고용보와의 개연성도

 

 

프랑스 국립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문서가 고려시기 전주에서 생산한 한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가 중국 원(元)나라 간섭을 받던 13세기~14세기 당시 전주목(全州牧)에 속했던 소양면(완주군)에서 한지를 생산하고 있던 데다, 당시 전주한지가 품질이 좋아 불교 간행물과 왕실 진상물로서 가치가 높았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고려 출신으로 원나라 환관이 된 고용보와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29일 ‘한스리그’(한지, 한복, 한옥, 한식 분야 전문가 단체) 등에 따르면, 고려시기 전주목이었던 소양면 등지에서는 한지 생산량이 높았다. 전주한지의 원료인 닥나무의 재배가 제도화돼 지방관아에서 닥나무 밭을 관리했기 때문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고려시대 왕실의 진상물로서 전주한지는 생산량과 품질면에서 높이 평가됐다”고 나와 있다.

실제 고려 공민왕대(1361년) 전주 원암사에서 불교경전인 불조삼경(佛祖三經)이 간행된 사실이 확인된다. 보물로 지정된 이 책에는 원나라 혜종의 세 번째 연호인 지정(至正)과 출간연대, 간행장소, 간행자. 도와준 사람에 대한 기록이 나와 있다.

전북 문화재 의원을 지낸 이태영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원암사 일대에서도 닥나무를 재배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스럽게 사찰에서 책을 간행할 정도면 (공민왕) 이전부터 높은 한지생산량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국립기록원에 있는 고려한지로 추정되는 문서를 두고도 전주에서 생산된 한지일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 교수는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고 보지만 프랑스에 있는 한지의 질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한지의 촉감과 책에 따라 생산지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주를 본관으로 둔 원나라 환관 고용보와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고용보는 1310년대 원나라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며, 1340년대부터 사신으로 파견돼 고려의 정치에 간섭했다.

한스리그 관계자는 “교황 요한 22세와 충숙왕이 서신을 주고 받았다고 추정되는 1333년은 고용보가 원에서 공녀인 기씨(훗날 기황후)를 궁녀로 추천하면서 실권을 잡던 시기”라며 “당시 고려가 원에서 바치던 종이 등 진상품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