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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고용사회의 유령, 청년니트·(1)]그들은 왜 소진됐나

'내 일' 보이지 않는 청춘

 

남들처럼 창업·쇼핑몰·알바 등
치열하게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고된 노동·불공정에 지쳐 포기

"내 삶 온전히 누리며 살고파
어찌됐든 직업 갖지 않을 것"

 

인천에 사는 한성수(39·가명)씨는 일하지 않고, 교육을 받지 않고, 취업훈련도 받지 않는 이른바 '니트(NEET)'다. 아주 가끔 부모님 사업을 돕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간혹 대학원 진학을 알아보는 등의 일상이 전부다.

구직활동은 접었다. 남들이 꿈꾸는 번듯한 일자리를 얻겠다는 환상 같은 것은 포기한 지 오래다.

한씨는 "20년 가까이 '일'을 가지려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너무 지쳤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라며 "직장인들조차 '투잡', '쓰리잡'이다 하면서 'n잡러'가 되는 세상인데, 만족스럽게 다닐지도 모를 직장을 구하는데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것이 제 적성에 맞는 진로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들과 비교해 평균 이상의 노력은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도중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유망하다는 대학 조선공학과에 재수까지 해서 들어갔고, 창업에 나서 한 달 수익만 1천만원 넘게 벌어 보기도 했다. 또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틈틈이 노력해 자격증을 5개나 따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그에게 지금 남은 것은 '소진(Burn out)'된 감정과 '니트'라는 꼬리표뿐이다.

부모님의 권유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그는 재미를 붙일 수 없었고 휴학을 반복했다. 20대 후반이던 2010년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보이스 레코더 같은 기기를 싼값에 수입해 팔아봤는데 마진이 좋았다. 사무실을 인천에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불공정한 업계의 현실과 마주하고는 좌절했다. 특정 품목을 취급하는 업자끼리 '라벨 갈이', '가격 담합' 등이 만연했고, 경쟁 업자의 불법적인 제안을 거절하면 심지어 폭행을 당하거나 협박을 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20대인 그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고통이었다. 그는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극도의 불안 증세가 나타날 정도였다"며 "매일 약으로 살았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이 피폐해졌다"고 했다. 7년 만인 지난 2017년 그는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최근까지 4년 동안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다. 꼭 노동 강도가 센 곳만 일자리가 생겼다. 가구 판매점, 전자기기 제조 하청 공장, 면세점이나 배달 앱 콜센터, 배달앱 라이더 관리, 정신병원 폐쇄병동 등 그는 4년 동안 6곳에서 일했다.

업무 매뉴얼 따위는 없는 곳이 태반이었고, 작은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욕설이 날아들었다. 새벽 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그는 지쳤다.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한씨는 "일을 할수록 삶이 더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그 반대였다"며 "일에서 벗어나 잠깐이라도 내 삶을 온전히 누리며 살고 싶다. 어찌됐든 직업은 갖지 않을 것이다. 이런 그를 세상은 '니트족'이라고 부른다.

한씨처럼 코로나19의 엄습에 따른 고용환경 악화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취업의욕 상실로 방황하는 청년을 지칭하는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니트족이 지난 1년 새 8만명(24%) 늘어나 2020년 말 기준 43만명에 달한다.

니트족 폭증은 생애소득 감소에다 부모세대의 부담증가로 이어져 복지부담 등 사회적 비용 가중으로 다가온다. 또 노동 투입량 감소에 따른 잠재 성장률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맞춤형 직업교육 확대 등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양동민, 김성호차장,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 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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