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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신팔도명물]내 고장 9월은 송이향이 무르익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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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송이

 

 

6·25전쟁 직후 "최고의 요리 재료"인정 받아
맛과 향 일품…구이·돌솥밥 등 요리방법 다양
올해 1㎏ 공판가 80만원 이상…한우보다 비싸

군 일부 판매상 반발에도 지리적 표시제 도입
그 결과 현재 '명품송이' 명성 유지할 수 있어
송이 인공재배 불가능…100% 자연산만 존재


6·25전쟁 직후 양양송이는 서울 경동시장에서 최고의 ‘요리 재료'로 인정받았다. 오색령(한계령)이 생기기 전에 양양의 송이 상인들은 지역 농가들로부터 수집한 송이를 지푸라기로 엮은 뒤, 진부령을 넘는 버스를 타고 경동시장으로 가서 팔았다. 1960년대에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송이를 팔러 다녔던 A씨는 “경동시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송이가 거래됐는데, 양양송이를 펼쳐놓으면 서울의 요리집 주방장들이 ‘양양송이 향'을 따라 모여들었다”고 회상한다.

■송이요리

송이는 보통 소고기와 함께 구워 먹는 방법이 널리 알려졌지만, 양양 주민들은 다양한 요리로 송이 향과 육질을 만끽한다. 소고기 등을 곁들이지 않고, 그냥 송이만 구워 먹는 이들도 있다. 이때는 약간의 소금만 곁들이면 된다. 송이 10여꼭지의 중량인 1㎏이 수십만원인 송이를 이렇게 먹는 것은 그야말로 호사다. 지인이나 본인의 단골 음식점이 있다면 자신이 먹고 싶은 방식의 송이요리를 부탁해 맛볼 수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송이와 고기를 함께 구워 먹을 때는 송이를 잘게 찢어 볶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향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송이를 가로로 반쪽가량 자른 다음 천천히 익히는 이가 많다. 이 경우 소고기 가격보다 송이 가격이 훨씬 높다.

양양송이는 ‘송이돌솥밥'으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 양양의 일부 음식점에서는 오색약수 등 탄산약수로 지은 송이돌솥밥을 내놓는다. 양양송이와 각종 야채 등을 곁들인 송이전골도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소고기 스테이크 등 경양식과 오븐에 구운 송이를 곁들이는 미식가도 늘고 있다. 이태리 요리, 와인과 함께하는 양양송이 맛은 일품이다.

자신이 구입한 양양송이를 단골 중국요리집에 맡겨 즐기는 이들도 있다. 양양송이는 향이 짙은 중국요리 속에서도 자신의 향을 잃지 않는다.

양양 사람들은 ‘송이라면'을 끓여 먹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호사(?)로 불리는 송이라면에서는 라면 국물 속에서도 살아남은 송이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채취 농가도 함부로 먹지 못했던 양양송이

양양송이의 역대 최고가격(공판가격 기준)은 2009년 9월30일의 135만원(1㎏)이다. 1등급 1㎏이 송이 12개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송이 1개가 10만원가량인 셈이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는 1㎏에 80만원 이상의 공판가격을 기록했다. 양양송이 1개가 최고등급 한우 1㎏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1970년대에도 양양송이는 비싸게 팔렸다. 당시 양양송이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됐었다. 일본으로의 수출은 원폭 피해 환자들의 회복에 송이가 특효라는 입소문, 외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우리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 당시에는 1~3등급의 송이를 국내에서 소비하는 것은 산림 관련법으로 금지되기도 했었다. 1970년대 1등급 양양송이는 1㎏에 3만원대를 기록했었다. 화폐가치를 감안하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양양송이 채취량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송이를 많이 채취하는 농가의 경우 하루에 20~30㎏을 수확, 1일 60만~9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는 사립대학교 1학기 등록금이 30만~40만원이었다. 이 때문에 양양지역 농가들은 ‘농가부채'가 거의 없는 시절이었다. 가격이 이처럼 높다 보니 양양송이 채취농가들도 송이를 맛보기 어려웠다. 주민 B(54)씨는 “어머니가 송이를 팔러 갔다 오실 때에는 소고기 한근(600g)이 한 손에 들려 있었다”고 말했다.

■엄격한 원산지 관리

양양송이는 2006년에 ‘산림청 지정 지리적 원산지 표시 임산물 1호'로 지정됐다. 그 이전만 해도 타 지역, 심지어는 중국산 송이가 양양에서 ‘양양송이'로 둔갑돼 판매되며 ‘명품 양양송이'의 명성에 흠집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양양송이는 국내 타 지역 송이와 1㎏에 10만원 가량의 가격 차이가 난다. 타지산 송이 1톤을 양양으로 들여와 판매할 경우 하루 1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 양양군이 양양송이 지리적표시제도를 도입하려 하자 지역의 일부 송이 판매상이 크게 반발했지만 양양군은 ‘명품송이'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지리적표시제 도입을 강행했다. 그 결과 양양송이는 지금까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양양속초산림조합 공판장을 통해 유통되는 송이에는 모두 띠지가 둘러져 있다. 양양속초산림조합에는 등록된 지역 채취농가만이 송이 판매를 위탁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송이 수집이 시작되는 공판장에는 800여 채취농가가 그날 채취한 송이를 가져온다. 하지만 산림조합 공판을 통해서만 양양송이가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수십년간 송이를 채취한 농가에서는 오랜 신뢰를 쌓은 송이 판매상에 채취한 송이를 맡기고, 이 송이는 단골 손님들에게 팔린다. 이 경우에도 송이 가격은 공판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인공재배 불가능한 송이

도내 모 대학 연구진은 2004년께부터 송이 인공재배에 수년간 도전했었다. 인공적으로 심은 송이균사 생존율 지점별로 15~50%의 생존률을 보여 한때 기대감을 높였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실패했다. 100% 자연산만 존재하는 송이의 가치 때문에 양양송이는 최고의 ‘선물'로 평가받고 있다.

양양송이는 일본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와 올해 양양송이축제가 열리지 못했지만, 그 이전만 해도 매년 2만여명의 일본인이 양양송이축제에 참가했었다.

올해는 8월부터 많은 강수량과 적절한 기온으로 인해 ‘양양송이 대풍'이 기대된다.

양양=이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