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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국립광주박물관, ‘고려음 -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전

 

 

‘흑유완’, ‘청자 참외모양 주자’, ‘청자 주자와 받침’….

청자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특히 다기(茶器)와 주기(酒器)는 비색청자, 상감청자로 제작돼 왕실과 귀족 문화를 대표했다. 다기와 주기는 왕실이나 귀족, 사찰 스님, 문인들 사이에서 차 문화가 성행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술 문화도 널리 퍼져 있었다. 왕실에서는 공식 행사에 술이 빠지지 않을 만큼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다. 고려의 발전된 기술로 세련미 넘치는 다양한 청자 도구가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고급 소장품이 대규모로 광주에 소개되는 것은 처음이어서 눈길을 끈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은 오는 3월 2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고려음(高麗飮)-청자에 담긴 차와 술 문화’를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고려청자의 쓰임새에 초점을 맞췄다. 전국의 국립박물관과 유관기관이 소장한 도자기 중 다구와 주기 중 250여 점을 엄선했는데, 저마다 고려시대 특유의 정밀한 세련미가 느껴진다.

 

 

전시는 차와 술 문화를 나누어 소개된다.

1부 ‘고려시대 차와 술 문화의 유행과 수입 도자기’에서는 고려청자로 제작된 차와 술에 관련된 도구를 알아본다. 당시 새로운 음료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제작된 도구들이 쓰였다. 도자기는 보온에 적합할 뿐 아니라 색과 조형에 따라 다양한 풍미를 발했다. 개성의 고려시대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도자기는 값비싼 수입품이었다.

2부 ‘고려청자, 문화를 마시다’에서는 전성기를 맞은 차 문화와 다기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다도구의 수요가 늘었는데 특히 찻잔으로 사용한 완(碗)의 수요가 많았다. 당나라 육우의 ‘다경’에는 ‘청자는 얼음과 같고 백자는 눈과 같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청자와 백자가 다도구로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청자 주기의 흐름과 주류의 변화가 이를 담는 도구에 미친 과정을 조명하는 공간도 있다. 제3부 ‘고려청자, 예술에 취하다’에서는 중앙박물관 소장의 시(詩)가 새겨진 도자기를 살펴볼 수 있다.

“하늘이 허락하거든 넉잔째 술을 마실 수도 있네./ 석잔의 술은 모두 다 마셨지./ 어떻게 마셨는가 두잔째 술은./ 역시 웃음띠고 넉넉히 마셨지./ 넉잔째 술을 웃으며 마신다”(‘三盃詩’-석잔을 마시며 짓는 시)

고려시대 연례는 엄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품계에 따른 주례(酒禮)가 존재했다. 왕실을 비롯한 지배계층에서 술을 즐겨 마셨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새로운 종류의 술이 들어오면 술을 담는 그릇에도 일정한 변화가 생겼다.

특히 유연한 곡선 형태와 아름다운 무늬의 매병은 일상에서 액체 음료를 담는 그릇으로 쓰였다. 고려 목간(木簡)에 적혀 있는 내용에 따르면 매병을 ‘준’(樽)이라 불렀고 꿀이나 참기름을 담는 선물용으로 활용했다.

4부 ‘고려청자와 함께 묻히다’에서는 차와 술에 관련된 도구에 초점을 맞췄다. 개경에 위치한 고려 고분 외에 각 지역 무덤에서 확인된 차와 술 관련 부장품을 통해 옛 사람들의 생각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청자 술잔은 꽃 모양의 작은 잔과 잔받침이 조화를 이룬다. 술잔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잔을 뒤집어 받침에 올려두도록 고안돼 있어, 편리함과 조형미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