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5년 송창식 2집 ‘고래사냥'
영화 ‘바보들의 행진' OST 인기
장발 단속 도망 장면에 음악 삽입
국가 폭압 반항적인 메시지 불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1975년 발매된 송창식의 2집 앨범에 실린 노래 ‘고래사냥'의 도입부다.
유신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동해로 향한다. 꽉 막힌 현실의 벽에 조금이나마 쉼을 누리기 위한 게 아닐까.
이 노래는 1975년 개봉작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OST로 인기를 모았다. 최인호 소설가가 극본을 쓰고 하길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군입대를 앞둔 비루한 청춘들의 방황과 좌절을 소재로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신정권이라는 국가의 폭압에 반항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최인호는 ‘고래사냥'의 가사를 송창식에게 건네며 답답한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은 청춘에게 활력소를 줄 노래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송창식은 그 자리에서 노래를 만들었다. 청춘의 이상과 꿈을 담은 가사와 멜로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당대 청춘의 상징과도 같은 애창곡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영화 속 장발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OST인 송창식의 ‘왜 불러'와 함께 ‘고래사냥'은 염세적이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됐다. 공공장소에서 부를 수 없는 노래였지만, 고래사냥을 읊조리는 청춘들의 입까지 틀어막을 수 없었다. 시위현장에서도 고래사냥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시대의 아픔이 절절하다.
노랫말 속 동해 바다는 끝이 없는 푸른 바다라는 의미가 직관적으로 전해진다. 왜 청춘들이 동해로 향할까.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라는 노랫말처럼, 좌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너머 모두가 꿈꾸는 이상을 향한 그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 아닐는지.
여전히 동해 바다는 푸르다. 그리고 모든 고민을 끌어안고 ‘괜찮아, 넌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해 준다.
허남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