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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소풍·MT 즐기던 호수속의 섬…세계 최고 테마파크로 돌아온다

1985년 춘천 중도

 

 

춘천 최고의 호반 여행지
야유회·단합대회로 북적
삼천동서 ‘맥도호'로 이동

 

관광단지 개발 시도 불구
수도권 상수원 이유 퇴짜
레고랜드 계기 부활 눈앞


춘천 레고랜드가 26일 문을 연다. 정식 개장일인 5월 5일을 한 달여 앞두고 진행되는 임시 개장이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문을 여는 레고랜드라고 하는데 아직까지 몇몇 해결할 문제가 남아있어 살짝 시끌 시끌한 모습이다. 선사시대 유적 처리 문제에 대한 설왕설래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미흡한 교통대책이 걱정 한가득 담아 도마 위에 올라와 있다. 교통혼잡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정식개장을 미루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방문객들을 배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된다고 한다. 의암호에 배를 띄우는 얘기가 나오자 이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그 시절 중도관광지에 대한 추억을 한가득 갖고 있는 이들이 그들이다. 대부분 춘천에 살고 있는 청장년층이 아닐까 싶다.

현재 레고랜드가 세워진 곳의 지명은 하중도다. 별도로 상중도가 있기는 하지만 춘천 사람들은 보통 하중도를 그냥 중도라고 불렀다. 그들이 춘천 근교에 있는 사랑받는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꼽던 곳이다. 소풍과 대학 MT는 물론이고 기업체 단합대회 장소로 유명세를 타다 보니 주말이나 휴일이면 사람들로 북적였다. 배(맥도호)를 타기 위해서는 춘천 삼천동에 있는 중도선착장에서 입장권과 도선권을 구입해야 했는데 대부분 단체인 관광객들 틈에 수줍은 연인들이 끼어 있곤 했다. 장난기 많은 아저씨들은 5분 남짓한 항해(?) 중에 짓궂은 질문으로 이들을 홍당무로 만들기 일쑤였다. 아저씨의 호구조사에 걸려 든 연인들은 거의 비슷한 대답을 했다. 날이 좋아 춘천 공지천에 놀러 왔고, 이디오피아집에서 커피 한잔을 먹고 오리배를 탄 후 시간이 남아 여기(중도선착장)까지 왔다는 식이었다. 그때는 이렇게 소소한 재미들이 선착장에 피어났다. 아무튼 레고랜드 방문객 수송을 위해 배가 다시 의암호 위에 뜰 수도 있다고 하니 반가울 따름이다.

호수 속에 떠 있는 섬 ‘중도'.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 초반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망중한(忙中閑)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더 많이 유명한 곳이었다. 이번 레고랜드 건설 이전인 1994년 중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용해 종합관광단지로 조성하려는 강원도의 노력이 먼저 있었다. 하지만 번번이 정부(환경처)가 제동을 걸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92년부터 2년동안 5차례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환경처가 모두 보완지시를 내렸고,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수도권 상수원 보호였다고 하는데 레고랜드 건설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맥도호를 타고 중도쪽 선착장에 다가서면 의암호 방향으로 비스듬히 꺾여 내린 아스팔트 구조물 위에 흰색 한자로 중도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배에서 내리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선착장에서 흩어진 사람들은 녹음이 우거진 중도 곳곳에서 각종 놀이를 즐겼다. 이곳 저곳에 축구장이며 족구장이 있었으니 체육행사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게다가 선착장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섬 전체를 일주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었다. 게다가 잠을 잘 수 있는 숙소까지 있었으니 놀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춘 그런 곳이었다. 이제 옛 추억 가득한 중도라는 이름보다 레고랜드로 더 많이 불리겠지만 아이들의 추억 저장소 임무를 부여받아 중도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