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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주말산책]바다를 옆에 낀 ‘희귀식물의 보고’ 천리포수목원 봄나들이

 

바다를 옆에 끼고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까지 품고 있는 수목원이 있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이다. 울창한 숲, 온갖 꽃이 만발한 정원, 나지막한 바닷가 언덕을 산책하는 재미는 여느 수목원과 다르다.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천리포수목원은 귀화한 민병갈(미국 태생) 선생이 1970년부터 평생 일군 국내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희귀식물의 보고'로 약 1만 60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맘때 이 곳의 주인공은 단연 목련과 동백나무다. 무려 865종의 목련이 이 수목원에 산다. 목련 중 가장 일찍 피는 '얼리버드'가 꽃봉오리를 터트리며 '꽃 천국'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지금 천리포수목원에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천리포수목원에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다. 지나치게 잘 꾸미지도, 줄을 맞추거나 욕심을 낸 흔적도 없다. 그냥 적당한 간격을 두고 편안하게 자라고 있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게다가 수목원 주인인 나무와 식물들은 하나같이 들어온 연도와 순번이 표시된 이름표를 달고 있다. 조금 더 지나 활짝 핀 꽃도 좋지만 이 시기에 조금씩 초록으로 변해가는 나무들 모습도 너무 좋다.

 

수목원 입구 안내도에 따라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면 빼곡한 나무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숲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노을길이다. 500m 정도 앞에 보이는 바다 위 '낭새섬'도 수목원 소유다.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물이 빠졌을 때 들어갔다가 물이 차버려 구조돼 나오기도 한다니 물때를 확인하는 건 온전히 본인 몫이다.

 

 

#아시아 최초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약 1만 6000종 식물 자라

 

멸종위기식물 전시온실은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천리포수목원은 환경부가 지정한 '서식지 외 보전기구'로 2006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식물종을 증식하고 보전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희귀 특산식물 29과 56속 65종을 전시·보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수목원 내 동백나무 등 다양한 식물자원의 보전과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내 한 기업의 후원으로 재조성 됐다.

 

큰 연못 너머 초가 형태의 건물 2동은 이 수목원을 만든 민병갈 선생을 기리는 공간이다. 푸른 눈의 한국인이 한 평생 쏟아온 나무에 대한 열정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그의 이력은 물론 생전에 사용했던 소파나 책상, 가구, 집기류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벽에 걸린 민병갈 선생의 대형 액자 앞에서는 숙연한 느낌마저 든다. 평소 개구리를 좋아해서 인지 아기자기한 개구리 소품들이 따로 진열돼 있다. 1층 '안녕 나무야' 카페는 코로나19로 임시 휴업 상태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수생식물원 주변 습지다. 여름이면 길게 늘어선 수양버들이 산들바람에 출렁거린다. 노랗고 하얀 수선화도 천지다.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만리포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해양 전망대나 잘게 썬 나무토막으로 길을 낸 우드랜드도 꼭 가봐야 하는 명소다.

 

수목원을 둘러보고 시간이 좀 남는다면 국내 최대 모래 언덕인 '신두리 해안사구'를 방문하는 것도 괜찮다. 빙하기 이후 1만 5000년 동안 바다가 실어 나른 모래로 사구가 형성됐다. 시간마다 색깔이 달라져 아침엔 하얀빛, 오후엔 노란빛의 사구를 볼 수 있다. 해가 지기 전 오후 4시쯤이 가장 아름답다.

 

천리포수목원 직원에게 태안의 대표 음식을 물으면 하나같이 '게국지'를 추천한다. 서산·태안 지역의 별미인 게국지는 꽃게를 손질해서 배추, 시래기, 묵은지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찌개로 전국에 입소문이 나있다. 탱글탱글한 붕장어를 매콤한 양념에 볶아낸 아나고두루치기와 미나리와 오이·무 등을 양념에 버무린 간자미회무침도 인기다.

 

 

 

sws03@daejonilbo.com  송원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