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향로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26일 청자모습을 본 뜬 고려 시대 상형청자인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靑磁 獅子形蓋 香爐)'를 보물로 지정했다.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는 사자의 모습을 한 뚜껑과 네 굽이 달린 받침으로 구성된 고려 시대 향로이다. 2007-2008년 동안 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선박 '태안선(泰安船)'을 조사하던 중 인양돼 주목받은 바 있다.
이 청자 향로는 둥근 몸체에 사자형 장식을 단 뚜껑이 묶음을 이루고 있다. 향로 뚜껑의 사자는 앞다리를 세우고 웅크리고 앉아 있으며 다리 사이에는 장식구슬을 끼고 있다. 쫑긋 솟은 두 귀, 활짝 벌린 입, 혓바닥 등이 투박하지만 해학적으로 표현됐고, 등에는 갈기가 새겨져 있다.
다소 파격적이고 거칠게 표현된 사자의 형상은 세련된 조형성으로 알려진 고려청자에서 잘 볼 수 없는 이례적 모습이어서 고려인들의 또 다른 미감(美感)을 보여준다. 비록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서 몸통 일부가 정제되지 못했으나, 이 또한 상형청자의 제작이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실제 출수 당시 청자 향로에서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며, 향로 뚜껑 밑면의 구멍을 통해 향이 사자 입쪽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독창적 형태가 중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청자 향로의 조형적 독창성과 희소성, 고려시대 도자 제작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을 인정해 연구·보존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 보물로 인정했다.
문화재청 한 관계자는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는 제작사례가 희소한 상형청자로서 고려시대 청자 제작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라며 "발견 시기와 장소가 명확하고, 투박한 표현과 해학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유물"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이날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집인 '청구영언'과 조선 시대 전적 및 불교조각 등 총 5건을 보물로 지정했다. 또, 1993년 국보 지정된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및 복장유물' 중 추가로 발견된 조선 시대 전적 2건을 국보로 추가 지정했다.
e_taem@daejonilbo.com 이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