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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응급실 뺑뺑이' 심화, 현실로… 긴장 감도는 의료 현장

경기지역 전공의 집단행동 혼란

응급 환자 받지 못해 재이송 발생
2~3시간 지연·구급차 부족현상도

구급대원은 '골든타임 사수' 부담
학생들 다칠라… 교육현장도 불안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집단행동에 돌입(2월20일자 1면 보도)한 20일, 경기지역 일부 응급환자는 전공의 부재로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 전공의 파업이 길어질 시 응급환자 재이송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불안이 이어졌다.

응급실 뺑뺑이란 응급실에 응급환자를 처치할 수 있는 의료인력이 없거나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구급차의 1차 이송으로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2, 3차 재이송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5월 소방청이 발표한 '2023년 119 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의 구급차 재이송은 8천177건이 집계됐다. 이 중 전문의 부재를 이유로 재이송한 사례는 1천661건으로 전체 재이송 건수의 20.31%에 해당한다. 경기도는 총 2천463건 재이송했고, 이 중 전문의 부재 사유는 545건으로 22.13%를 기록했다. 응급의료인력 부족이 응급실 뺑뺑이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구급 현장에서 응급환자 이송을 책임지는 도내 119구급대원들은 전공의 의료 중단이 본격화된 이날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 평소 30분가량 소요되는 환자 이송이 2~3시간씩 지연되는 일이 잦아졌고, 구급차 부족 현상까지 이어졌다.

경기북부지역에서 119 구급대원으로 일하는 A씨는 "소아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이 안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응급실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며 시간이 소요됐고 현장 구급대원들은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설 구급차를 운영하는 이들도 재이송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우려했다. 응급실 뺑뺑이 때문에 응급환자가 구급차에서 숨을 거둘 수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날 오전 수원시 내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사설 구급차 운전자 유모(55)씨는 "주로 요양병원 응급환자 이송이 많은데 1주일에 1, 2번은 심폐소생을 한다"며 "요즘은 병원에서 환자를 안 받아서 구급차에서 돌아가시진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교육현장에서도 생활 중 다친 학생들에 대한 응급조치가 응급실 뺑뺑이로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도내 한 학교에서 보건교사로 재직 중인 B씨는 "학교 인근 병원이 전공의 의료 중단으로 인력이 부족해 가까운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고, 용인시 수지구의 한 영어학원 강사 안모(31)씨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뛰어놀다가 골절돼 깁스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응급실을 가야 하는데 아이를 받아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편 소방청은 지난 19일 응급환자 이송에 차질이 없도록 '119구급활동대책'을 발표했다. 당국은 119신고가 몰릴 것에 대비해 신고접수대와 상담인력을 보강하고, 응급환자 이송지연 문제를 줄이기 위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이송병원을 선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