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을 주는 작품을 고전이라 한다. 고전이 지닌 강력한 울림은 사실 문장의 힘이다. 명문은 세대를 초월해 가장 강력한 울림을 선사한다. 예향 광주의 정체성은 문향(文鄕)이다.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배출했고 그 문인들의 문학작품이 오늘의 광주와 남도 문화를 일군 토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림과 빛을 주는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구 각화동 시화마을에 있는 광주문학관 전시실. 이곳에선 ‘시간을 넘어 나에게 닿은 울림’(오는 12월까지)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만날 수 있다. 문인들의 한 문장, 한 문장이 한 줄기 빛처럼 흘러 가슴으로 스며든다. 타자기와 펜촉의 리듬, 원고지라는 물성 등이 빛과 영상, 사운드와 결합한 콘텐츠는 시선을 압도한다. 김현승, 김남주, 윤삼하, 이수복, 조태일, 고정희, 문병란, 박흡 등 시인들의 작품에서 발췌한 작품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또는 기억 속에 저장돼 있던 문인들의 문장을 전시실에서 맞닥뜨렸을 때 반가움은 여타의 콘텐츠를 마주할 때와는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원고지에 칸칸이 적힌 시문을 읽다보면 당시 작품을 쓰던 시인의 감성과 고뇌도 느껴진
인간의 손만큼 정교하고 다재다능한 ‘도구’는 없다. AI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사람의 손이 발휘하는 기능과 감성은 무엇에 비할 바 아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손끝에서 피어난 다채로운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손들의 주인공들이 머리와 가슴으로 구현한 결과물들은 저마다의 삶의 서사와 이미지, 아우라를 발한다. 무등갤러리에서 오는 28일까지 펼쳐지는 ‘손끝으로 피우는 나만의 길’전. 김수정, 김현선, 박은정, 서한순, 이남희, 조수경, 홍희란 등 모두 7명 작가들은 전통을 모티브로 자유로우면서도 실용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자수, 매듭, 규방공예, 한지공예, 금속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70여 점은 작가들 고유의 경험과 시간을 응축하고 있다. 자수나 매듭 관련 작품은 섬세하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발하지만 한편으론 인내와 명상의 느낌도 묻어난다. 한지를 재료로 한 전통 서랍장은 옛 시대로 거슬러 올라 간 듯한 분위기를 환기하며 김현선 작가의 금속공예는 금속 특유의 차가움보다는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한편 전시실에서 만난 박은정 작가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에게 작업은 그 자체가 자기 수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각각 다른
우리 선조들은 황토를 구들장으로 사용했다. 집을 지을 때 황토를 주재료로 사용했던 것은 황토가 내재하고 있는 물성이 다른 재료를 아우르고 자연스럽게 섞여들기 때문이었을 터다. 고희자 작가는 ‘황토’를 닮은 화가다. 그의 그림에는 옛 고향의 정서와 사유가 드리워져 있다. 자연에서 체득한 영감과 철학은 세련된 감각보다 우위에 있다. 그렇다고 ‘촌스럽다’는 의미는 아니다. 황토가 발현하는 미학이 그의 작품에 은근하게 투영돼 있어 은은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고희자 화가가 30년 작가 생활을 반추하는 전시를 연다. 2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동구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펼치는 ‘백색의 시선, 자연의 호흡’은 작가의 10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가 남다른 것은 10회, 30년이라는 수와 연관된 행사는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고 작가는 올해로 10년째 황토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69년 배동신 화가 등이 주축이 돼 꾸려진 황토회는 목포 미로다방에서 첫 전시를 연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구 황토회와 연합해 전시를 열 었다. 송원대 교수로도 재직 중인 고 작가는 후학들을 양성하는 틈틈
홍콩 M+(이하 M+)는 현대 시각문화 뮤지엄으로 디자인, 건축 등 비주얼 관련 문화를 다채롭게 다루는 문화기관이다. 서구룡 문화지구에 위치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근현대 시각문화 박물관 가운데 하나다. 독일 ZKM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이하 ZKM)는 세계적인 매체 예술을 표방하고 견인하는 기관이다. 디지털 시대 열린 개념을 제시하고 예술과 기술의 담론을 전파하는 플랫폼이다. 세계 유수의 문화기관인 M+와 ZKM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 전시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김상욱, ACC)에서 열려 화제다. 특히 이번 국제협력 전시(4일~내년 2월, 복합전시1관)는 ACC 10주년을 맞아 광주의 민주·평화 정신을 토대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봄의 선언’이라는 주제로 구현되는 전시는 ‘봄’, ‘선언’이라는 키워드를 모티브로 국내외 16명 작가 2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상욱 전당장은 “M+와 ZKM이 함께하는 이번 국제협력전은 ACC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준비한 프로그램”이라며 “오늘날 우리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세계적인 문화기관, 예술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존의 방향과 방법 등을 예술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 출판계에 날아든 낭보였다. 세계 문학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변방이었던 우리 문학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였다. 이번 시리즈 의도는 인문도시를 표방해온 광주가 세계인이 주목하고 인정하는 책과 문학의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또한 광주 출판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출판문화를 어떻게 일궈가고 이를 콘텐츠로 연계할지, 나아가 ‘책 읽는 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도모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반도체, 조선, 스마트폰, 인터넷 등에서 세계의 선두권을 유지할 만큼 괄목한 성장을 해왔다. 협소한 영토, 부족한 자원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과 교육열, 근면이 이룬 성과다. 그와 발맞춰 문화산업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K컬처’ 신드롬은 우리나라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국가로 발돋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K팝을 비롯해 K드라마, K영화 등으로 대변되는 K컬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시장에서 팬덤을 토대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등이 그러한 예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세계인들로부터 호평을
뛰어난 기량을 갖춘 예술 꿈나무를 지원하기 위한 ‘호남예술제재단’이 설립된다. 광주일보는 예술 꿈나무들의 등용문이자 미래 예술가들 요람 역할을 해온 호남예술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금 100억원을 목표로 하는 호남예술제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광주일보는 5억원을 출연하고 예술제를 안정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점차 기금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김여송 광주일보 회장은 29일 오후 2시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0회 호남예술제 시상식에서 “‘호남예술제’는 문화예술계와 함께 이어온 지역의 대표 예술축제”라며 “올해 70회를 맞아 광주일보는 세계적 기량을 겸비한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호남예술제재단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수많은 예술인에게 도약의 발판이 된 호남예술제는 클래식을 비롯해 미술, 문학, 무용, 국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예술가들을 배출해 왔다”며 “호남예술제재단이 만들어지면 예술적 재능을 갖춘 꿈나무들이 세계적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금은 최대 100억 원을 목표로 확충해 호남예술제가 안정적으로 100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광주일보도 5억원
‘문자와 기호를 매개로 변화무쌍한 바다를 재해석하다.’ 평소 우리가 보는 바다는 푸른빛이다. 심연의 바다는 검푸르지만 일상의 바다는 대체로 푸르다. 여름 날 백사장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온통 청색이다. 눈이 시리게 반짝이는 에메랄드 빛은 낭만과 여유를 준다. 그러나, 김25 작가(김이오)가 상정하는 바다는 기존의 관념을 전복시킨다. 그가 펼친 화폭의 바다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빛깔이 뒤섞여 있다. 분노처럼 일렁이는 화폭의 바다는 낭만이나 힐링과 같은 바다에 대한 일련의 긍정적인 사유를 뒤엎는다. 김25 작가가 바다를 모티브로 부산에서 전시(29일~6월 22일)를 연다. 바다의 날(5월 31일)을 기념해 스페이스 원지에서 펼치는 이번 전시 주제는 ‘WAVE: Cast a spell’. ‘파도를 넘다’, ‘주문을 외다’라는 의미처럼 작가는 시적 감성을 투영해 바다를 신화적으로 재해석했다. 하늘과 조우하며 빛과 음영의 신비로운 대비를 이루는 바다는 역동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하다. 전시를 앞두고 14일 만난 김 작가는 “그동안 바다가 발현하는 다채로운 감성, 영속성 등을 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면서 “이번에는 일련의 과정에서 한발 비켜나 생성과 소멸을 매개로 바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멘트에 참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동작을 멈춘다. 참가자들은 손에 든 사물을 이용해 동작을 숨기는 포즈를 취한다. AI가 움직이는 대상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탈락이다. 다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멘트가 끝나기 직전, 참가자들은 앞으로 이동한다. 한두 명이 탈락을 하고 다시 게임은 진행된다. 무사히 AI의 검사를 피한 참가자들은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 ‘땅따먹기’=‘땅따먹기’가 시작되자 헬멧을 착용한 참가자들은 정해진 구역을 부지런히 옮겨 다닌다. 머리 위에서 비추는 디지털 센서에 따라 면적이 체크된다. 그러나 다른 참가자가 이편이 점령했던 땅을 지나면 그 땅은 상실하게 된다. 센서에 따라 땅의 색깔이 붉은색, 파란색, 노란색 등으로 표시되는데 부지런히 지능적으로 움직일수록 땅의 면적은 넓어진다. 최근 기술과 예술, 놀이가 결합한 ‘미래 운동회’가 열렸다. 지난 30일 개막해 오는 6월 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김상욱, ACC) 복합1관에서 진행되는 ‘미래 운동회’. 기자도 직접 운동회에 참가해 과학기술이 어떻게 운동회의 형태와 구성을 바꿔놓았는지 직접 체험을 했다. 디지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광주5·18을 다룬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정치하면서도 시적인 산문이 압권이다. 수많은 주옥같은 문장들 가운데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바로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일 것이다. 기억은 그런 것이다. 어떤 기억은 쉽사리 아물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히 남아 끊임없이 현재로 소환된다. 물론 누군가는 쉽게 잊어버릴 수 있다. 어떤 사건의 가해자일 경우는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만큼 가혹한 경험을 한 이에게 기억은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5·18기념재단은 오는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전시관에서 김홍빈, 심혜정, 정기현 작가의 전시를 연다. ‘소리 없는 목소리’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특별전은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가 모티브가 됐다. ‘목소리는 있되 소리가 없다’는 것은 반어적인 표현이다. 오랫동안 기억 속에 묻혀져 있었다는 의미일 게다. 광주의 아픔이, 소설 속 주인공 동호의 아픔이 어둠 속에 침윤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강 작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銀製鍍金蓮花折枝紋瓜形甁)은 고려시대 은판으로 제작된 꽃병이다. 국내 단 한 점만 전해오는 유일한 유물로 문화적 가치가 크다. 특히 참외모양의 외관과 정교한 문양은 당대 선조들의 수준 높은 미의식을 보여준다.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이 최초 공개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보문복지재단(이사장 정영헌) 동곡뮤지엄 특별전 ‘한국의 금속문화유산 오천년’에서다. 오는 6월 29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특별전은 한국 금속공예의 역사와 미학적 가치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에서는 ‘참외모양 금도금 은병’ 외에도 시대별 금속공예 유물 100여 점도 선보인다. 고조선 시대 청동검, 고구려 금관, 신라 금동관, 가야 금동관 등 유물은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금속문화를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김정훈 학예실장은 24일 통화에서 “저희 뮤지엄에서는 매년 주제를 정해 전시를 해왔다. 처음에 고려청자를, 그 다음으로 조선시대 백자와 분청사기를 선보였다”며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도자기 전시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금속공예를 일반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표 유물을 거론할 때 도자기를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