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의 탑’(광주시 북구 하서로), ‘기원’(The Prayer, 광주시청 앞), ‘빛의 열매’(양림커뮤니센터 앞), ‘광주사람들’(중앙초교)…. 광주시민이라면 한번쯤 도심을 걷거나 출·퇴근길에 눈에 띄었을 법한 거리의 예술작품들이다. 대부분 공공시설이나 장소에 설치된 이들 공공조형물은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상징탑에서부터 예술가의 손길로 제작된 설치미술, 조각, 벽화 등 다양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예술적 상상력으로 삭막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는 가 하면 색다른 볼거리로 관광객들을 불러 들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상당수는 전문가의 검토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졸속으로 건립되거나 ‘장소성’을 고려하지 않는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게다가 지속적인 관리 부족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못한채 흉물로 방치돼 도시의 미관을 훼손하고 있다. 광주의 대표적인 생태공원인 광산구 수완호수공원은 볼거리가 많다. 요즘 같은 봄철에는 호수를 에워싼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가 하면 바람이 서늘한 가을 밤에는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음악회가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단연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7m 높이의 빨간색 우체동이다. ‘희망우체통’
예로부터 삼다도(돌, 바람, 여자)로 불리는 제주도는 이제 ‘사다도’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크고 작은 미술관, 박물관 100여 개가 섬 전역에 들어서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제주도립미술관은 단연 으뜸이다. 제주시 한경면의 김창열 미술관, 현대미술관과 더불어 제주도가 건립한 미술관은 이들 3대 도립미술관의 본가이자 제주비엔날레의 주무대이다. 특히 미술관 건물을 둘러싼 연못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아름다운 장관을 자랑한다. 지난 2009년 개관되던 해에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빼어난 건축미로 유명하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중산간 지역에 들어선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곳이다. 관광객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도깨비 도로’(오르막을 차가 내려가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도로)와 가까운데다 수려한 자연 풍광을 품고 있는 한라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미술관쪽으로 걷다 보면 마치 공원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제주산 화산암이 깔린 진입로와 다양한 수종의 나무, 그리고 드넓은 정원에 설치된 조각 작품들이 파노라마 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번잡한 도심의
전남도립미술관(광양시 광양읍 순광로 660)입구에 다다르자 낙후된 광양읍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던한 건축물이 눈에 띈다. 멀리서도 심플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이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3개의 건물이 기차처럼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건물의 유리를 통해 비치는 청량한 하늘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거대한 캔버스를 연상케 한다. 이름하여 ‘자연을 담은 미술관’. 서울의 에스아이(SI)건축사무소와 광주의 (주)디아이지(DIG)건축 사무소는 지난 2016년 광양시가 실시한 전남도립미술관 건축설계공모에서 ‘전남의 풍경을 담다’라는 콘셉트로 14개의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고 최종 선정됐다. 쇠락해가는 구도심과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이 하나로 이어져 광양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옛 폐선부지의 대지 조건을 살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건물 배치와 공간 활용계획이 돋보였다. 남도립미술관은 공립미술관 다운 독보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4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옛 광양역사 일대 1만7465㎡ 부지에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 미술관은 전시실(지하 1층), 어린이아틀리에·북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