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미(42) 작가의 단편소설 '불장난'이 제4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에 선정됐다. 심사위원회는 "작품에서 돋보이는 화자의 절제된 감정 표현과 섬세한 내면 묘사에 주목하면서 서사의 긴장을 살려 내는 소설적 장치의 상징성과 그 문학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단편 '불장난'은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겪는 정서적 불안과 내적 갈등을 통과의례의 서사적 틀 속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손 작가는 2009년 '21세기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 '디어 랄프 로렌', 소설집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등을 펴낸 바 있다. 한편 주관사인 문학사상은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될 우수작도 함께 발표했다. 강화길의 '복도',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 서이제의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 염승숙의 '믿음의 도약', 이장욱의 '잠수종과 독', 최은미의 '고별'이 선정됐다. 작품집은 이달 1월 중 발간될 예정이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위드 코로나의 단꿈에 잠시 젖어 2022년도는 '포스트 코로나'로 이어지는 해가 되기를 염원했건만, 코로나19에 델타, 오미크론 변이까지 불어닥치며 단계적 일상 회복도 멈춰섰다. 그럼에도 올해는 용맹한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팬데믹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해인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의 주인공, 검은 호랑이는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진보와 독립, 용맹을 상징하는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성한 동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역 곳곳에서도 호랑이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임인년을 맞아 '호랑이'의 역사를 조명해본다. ◇한반도 역사와 함께 걸어온 호랑이=우리나라의 지형은 예로부터 대륙을 향해 뛰어오르려는 힘찬 호랑이의 형상으로 인식돼 왔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끊어짐 없이 힘차게 달리는 백두산의 줄기는 마치 호랑이의 등줄기처럼 곧게 뻗어 있다. 발을 들고 대륙을 향해 달려드는 생기 있는 범의 모양은 진취적이고 팽창적인 한반도의 무한한 발전과 왕성한 원기를 꼭 닮아 있다. 우리의 옛 이야기 속에서도 호랑이가 자주 등장했다. 단군신화부터 '곶감과 호랑이 설
2022년은 ‘임인년(壬寅年)’이다. 육십갑자의 서른아홉 번째 해에 해당한다. 천간(天干)인 임(壬)은 검은색을 상징하고 지지(地支)인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따라서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할 수 있다. 십이지의 호랑이는 방위상으로는 동북 방향, 시간상 오전 3시에서 5시, 달로는 음력 1월을 지키는 신이다.호랑이는 우는 아이를 뚝 그치게 하는 위엄과 담배 피우던 시절을 더듬는 친근함을 동시에 지닌 영물로,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 남사고는 ‘동해산수비록’에서 한반도를 가리켜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새라고 해, 호랑이는 대한민국 그 자체를 상징한다. 또 호랑이는 ‘단군신화’에서부터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까지 줄곧 우리 민족과 함께해 왔다.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경외의 대상이었다. 예부터 호랑이는 흔히 용맹하고, 기백이 뛰어나며, 인간을 수호하고, 권선징악을 판별하는 신통력 있는 영물로 인식되어 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집안으로 들어오는 현관이나 대문 등에 호랑이가 그려진 ‘문배도’를 붙여 잡귀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했다. 입춘날 대문 앞에 ‘범 호(虎)’ 자를 크게 써서 붙이
천혜의 관광자원을 품은 전남도가 2022년부터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전에 나선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2개 시군과 함께 운영하는 ‘전남 방문의 해’를 발판 삼아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침체된 관광산업 살리기에 올인하는 계획이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넘어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는 시기, 해양·생태·문화·음식 등 남도만의 특별한 관광자원과 코로나 최저 발생지역이라는 양대 무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전남을 국내 관광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전남도는 전남방문의 해, 첫해인 2022년 22개 시군과 함께 모두 84억여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지역특화 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 등 24개 관광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우고, 동시에 전남방문의 해 선포식, 온오프라인 홍보전, 홍보대사 활용 등을 통한 붐 조성도 추진한다. 2년간 추진되는 전남 방문의 해의 비전과 주제는 각각 ‘세계인이 찾아오는 전남 매력관광’, ‘해양·생태·문화·음식 오감만족 안심관광’으로 정했다. 슬로건은 ‘청정 힐링의 고향, 전남에서 만나요’로 정하고 2년간의 행사 운영을 통해 전남을 자연을 품은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
밀접접촉자이므로 검사를 받으라는 전화가 왔다. 그는 받지 못 했다. 줌(Zoom)을 통해 피의자를 심문하던 중이었다. 곧이어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줌에서 나오는 기계음은 이따금 끊기거나 하울링이 생겨서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오른쪽 귀에 이명이 심한 그는 왼쪽 귀를 스피커 쪽으로 기울였다. 한 시간 가량 원격 심문을 했더니 눈알이 까슬까슬하고 귀가 쟁쟁거렸다. 목운동을 하고 눈에 인공눈물을 떨어뜨렸다. 귀를 시원하게 해주는 크림이 있다면 귓속에 바르고 싶었다. 그제야 문자를 확인했다. [동대문구] 귀하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으므로 거주지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 2주간 격리해야 합니다. 이 메시지를 보는 즉시 본 보건소로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경찰 동기가 확진되었단다. 동기와 그는 며칠 전에 함께 노래방에 갔었다. “어디에도 들어가지 마세요.” 전화 저쪽의 앳된 목소리가 말했다. “누구와도 접촉하면 안돼요. 집에서는 가족과 별도의 방을 써야 합니다.” 원룸에 사는 그에게 자가 격리란 평소보다 조금 더 조용히 지내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가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여줬다. 사무실이 술렁였다. 팀원들은 동굴에서
새해를 맞아 집 안 거실 한편에 호랑이 그림 한 점 걸어두는 것은 어떨까.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앞두고 인천 중구 개항장거리에 있는 갤러리 도든아트하우스는 호랑이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새해 첫날부터 15일까지 이어질 예정인 도든아트하우스가 기획한 신년 초대전인 이번 전시 제목은 '우리 곁에 온 호랑이'. 이번 전시에서는 목각, 채각, 수묵, 아크릴, 렌티큘러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한 각양각색의 호랑이 작품을 선보인다. 김단비, 김미경, 김희정, 박기훈, 박동구, 박지은, 서주선, 송준일, 이관수, 이의재, 이정희, 정하정, 조병완, 한윤기 등 작가 14인이 참여했다. 도든아트하우스 '우리 곁에…' 초대전 목각·아크릴 등 여러 재료·기법 활용 김단비·김미경·김희정 등 14인 참여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 그림을 그리는 풍습이 있었다.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친다는 벽사의 의미부터 복되고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길상의 뜻이 담긴 풍습이다. 무서운 모습의 호랑이 그림도 있었지만, 대체로 친숙하고 귀엽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다정하게 표현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림은 물론, 벽화나 석상, 공예품, 자수 등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는 미술품 형
열다섯 살 남자 아이가 다섯 살짜리 꼬맹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집에서 버스로 일곱 정거장… 하지만 내가 여기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7년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한 단어만 반복해서 들려왔다 '장애, 장애, 장애…'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사물함 앞에는 미친년처럼 머리가 헝클어진 나와 입에 게 거품을 물고 씩씩거리는 철구가 서로의 멱살을 잡고 대치 중이었고 다른 아이들은 울거나 귀를 막고 교실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따분할 정도로 평화롭던 교실이 쑥대밭이 되어버린 것은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다. 사물함을 열겠다는 철구와 그걸 막아선 나와의 자존심 싸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었다. 뒤늦게 달려온 미애 샘이 우리를 떼어놓으려 하자 철구가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한테 일러줄 거야. 다 죽었어, 씨바아알!' 열다섯 살 남자 아이가 다섯 살짜리 꼬맹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미애 샘이 입모양으로 '무슨 일이에요?'라고 물었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별 일 아니에요'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내 옷에서 떨어져 나간 단추를 주워 바지 주머니에다 쑤셔 넣었다. 그 날 저녁, 식탁에 앉아 멍하게 밥숟갈만 내려다보고 있는 나
벌떡 일어나 앉으니 홰치는 소리가 들렸다. 퍼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누웠다. 곧 새된 울음이 터져 나오겠지만 잠깐이라도 바닥에 등짝을 붙이고 싶었다. ‘홰만 치고 울지 마라, 이 놈아’ 그놈의 길쌈만 하면 잠이 쏟아졌다. 길쌈하는 밤은 가는지 오는지도 모르는 깊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새기 전에 눈이라도 붙여야 하는데 베는 더디게만 짜였다. 거기다 시어머니는 삼을 곱게도 삼았다. 고운 실로 만든 북은 보기가 좋았고, 베를 짜놓으면 결이 고와 모시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베 짜는 사람한테는 그런 고역이 없었다. 시어머니가 북을 만들어 자랑할 때마다 보기 좋다며 장단을 맞추는 건 나다. 그건 며느리를 늘 마뜩찮아 하는 시어머니의 비위를 맞춰보고자 하는 심산이었다. 돌아서면 저걸 어떻게 짜나 싶어 한숨을 쉬곤 했다. 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틀소리에 묻힌 한숨소리가 사이사이 껴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 둘은 베틀 소리가 자장가라도 되는 양 색색거리며 잘도 잤다. 자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공연히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곤 했다. 어둠 속에서 몇 번 눈을 껌벅거렸을 뿐인데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닭이 울어댔다. “아 휴, 저놈의 닭. 목을 확 비틀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이야기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우리 집에서 오일장을 보러 다녀오려면 약 30리 길을 걸어야만 했다. 새벽에 집을 나서도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은 늘 한밤중이기 일쑤였고, 그중 10리 이상은 인적 없는 산길이었다. 막 시집을 온 새댁의 몸으로 머리에는 큰 짐을 이고 부지런히 산길을 걷다 보면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계속 뒤를 따라오는 느낌도 들었다. 어른들은 그 소리의 주인공이 호랑이라면서, 어두운 산길을 걷는 새댁을 다른 짐승들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따라왔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설화 유형 중에 하나다. 이 땅을 지키며 살아간 민중들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호랑이였다. 수호신으로서의 역할은 이름 없는 백성들의 소망이 모여드는 산신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흰 수염의 산신 옆에는 늘 호랑이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 호랑이는 우리 민속에서 백성들을 지켜주는 존재이자 산신령의 전령인 셈이다. 그것은 호랑이가 가진 강력한 힘, 산중의 짐승 위에 군림하는 당당함 위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일 것이다. 조선 후기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쓴 ‘
▲가작 당선작 웃는 남자 정의양 입이 딱 벌어졌다. 사람의 뒷모습을 어쩌면 저리도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까. 너무나 편안한 모습이다. 조선 후기 천재 화가 김홍도의 염불서승도를 바라본다. 운해 속에 피어난 연꽃 위에 결가부좌 한 선승의 참선하는 뒷모습을 그린 초상화다. 삭발한 머리는 달빛에 파르라니 빛나고, 가녀린 목선을 따라 등판으로 흘러내린 장삼이 구름과 어우러져 바람을 타고 하늘은 난다. 꾸미지 않은 담백한 스님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 문득, 내 얼굴을 생각한다. “얼굴 좀 펴라”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어 본 말이다. 남들처럼 눈 코 입 하나 빠진 거 없는 외모이기는 하나 표정이 없어 그게 문제다. 아마도 삼신할미가 생명을 점지하고, 마지막 미소 한 줌 훅 뿌려주는 의식을 깜박하신 듯하다. 까무잡잡하고 짧은 머리에 비쩍 마른 얼굴, 날카로운 눈매와 콧잔등에 흉까지 있으니 누가 봐도 불편한 얼굴이다. 만남에 있어 첫인상이 중요한데 밝은 표정에 서툰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기도 한다. 평소 사진을 찍을 때마다 웃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 딴에는 웃고 있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좀 더 활짝 웃으라고 한다. 우거지상을 한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