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9시께 인천시 중구 신흥동 신광초등학교 새빛관 2층 강당에서 '어린이 산타들'의 특별한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졌다. 저마다 산타 모자를 쓴 학생들은 장난을 치면서 깔깔대다 공연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악보를 살피며 제법 능숙하게 협연을 이어갔다. 신광초 5·6학년 학생 22명으로 구성된 '신광 새빛 오케스트라'가 3개월 동안 연습한 7곡의 캐럴 연주를 선보인 날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공연을 보기 위해 강당을 찾은 6학년 학생들은 신나는 캐럴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거나 작은 발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학생·교사, 공황장애·심리치료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준비 난관 올해 새 학기에 신광초 학생들은 불의의 사고로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인 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4학년 여학생(10)이 길을 건너다 화물차에 치여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친구를 잃은 신광초 학생들은 일부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제자를 떠나보낸 교사들도 심리치료를 받을 만큼 충격이 컸다. 공연을 총괄한 신광초 오경림 교사는 "사
진해의 속살을 보려면 벚꽃이 피기 전에 찾으라는 말이 있다. 굳이 박물관을 따로 찾지 않아도 1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유적들을 산책하듯 탐방할 수 있는 곳. 진해는 살아있는 근대건축물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마치 시대극 속에서 튀어나온 듯 오래된 건물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최초 계획도시’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로 아픈 역사가 곳곳에 서려 있다. ◇최초 계획도시 진해, 아픈 역사 간직…중원광장 일대 100년 넘은 건물 남아 일본은 러일전쟁(1904~1905) 승리 후 한반도를 본격적인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진해에 군항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1910년 한국인 마을을 강제 철거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1922년 군항이 완성되면서 중요 군사 도시로 다시 태어난 진해에 군 병력을 따라 일본인들이 대거 이주했고, 자연스레 시가지가 형성됐다. 놀라운 사실은 진해 건설 초기인 1910년 이곳에 거주했던 일본인이 35명이었으나 불과 2년 만에 5600여명을 넘어섰다는 것. 당시 진해 인구 10명 중 8명이 일본인이었던 셈이다. 국내 최초 계획도시 진해의 특징은 세 개의 로터리다. 해군부대 앞
22일 오전 제주시 제주국제공항 주변에서 바라본 한라산이 일출빛을 머금고 붉게 물들어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도시 전주시가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의 문화예술 교류 사업을 통해 글로벌 관광거점도시 전주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7일 열린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심사위원회’를 통해 전주시를 ‘2023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3국은 지난 2012년 5월 중국 상해에서 열린 제4회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문화 다양성 존중이라는 전제 아래, ‘동아시아의 의식, 문화교류와 융합, 상대 문화 감상’의 정신을 실천하자는데 합의하고, 매년 한·중·일 각 나라의 문화적 전통을 대표하는 도시를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해 연중 문화교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의 도시이자 국제슬로시티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전주는 역사전통·문화·관광이라는 확고한 도시 정체성과 숙박, 교통 등 우수한 관광기반 시설을 갖춰 대외적 인지도가 높은 데다 다수의 국제행사 개최 경험도 있는 만큼 심사위원들로부터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 개최지로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그간 쌓아온 문화도시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20
‘울산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이 22일 보물로 지정됐다. 이 좌상은 신흥사 대웅전에 봉안된 대세지-관음보살좌상으로 구성된 아미타삼존상 중 본존상에 해당한다. 재질은 불석(佛石 또는 沸石, 규산염의 일종으로 흰색의 광물)이다. 이 불상의 발원문에 1649년 불석의 산지였던 어천(현재 포항 오천읍)에서 돌을 채석해 조성하고 배를 이용해 신흥사까지 옮겨온 사실이 밝혀져 있다. 당시 불석 불상의 제작지와 운반 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힌 첫 번째 사례이다. 신흥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은 17세기 전반기 전국에 걸쳐 활동한 조각승 영색(英賾)이 경상도 지역에서 불석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현재까지 연대가 알려진 유일한 불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각승 영색은 ‘英賾’(영색) 또는 ‘英頤’(영이)라고도 쓰는데, 신흥사 불상은 그가 수조각승이 되어 양주 회암사 불상 다음, 두 번째로 제작한 불상이다. 본존인 아미타여래좌상은 짧은 목에 머리를 약간 숙인 결가부좌의 자세를 하고 있으며, 짧은 상반신에 비해 다리 간격이 넓고 무릎이 높은 편이어서 하체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비교적 넓적한 얼굴과 긴 눈썹, 작고 오뚝한 코, 눈꼬리가 올라간 긴 눈, 깊게 팬 입술 가장자리와 볼록하게
예술가들이 우리 땅의 상처를 기록했다. 하나는 내부에서 만들어진 상처이며, 또 하나는 외부에 의해 만들어진 상처이다. 전시공간 영영과 공간 힘, 부산 수영구 수영동에 있는 독립 예술공간 두 곳에서 이 상처를 마주할 수 있다. 박자현 개인전 ‘오늘 맗음 맗음’ 성매매 집결지 낡은 문 화폭에 노순택·정여름·주용성 등 6인 ‘주피터 프로젝트’ 주제로 전시 ■ 성매매 집결지의 문 오래된 도심의 어디에선가 본 것 같은 문. 단순한 재개발 지역의 풍경이 아니었다. 박자현 작가는 “성매매 집결지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했다. 그림 속 문 옆의 ‘예약 중’이라 쓰인 간판과 다른 문 앞에 걸린 여성 코트가 아프게 다가왔다. 박 작가의 개인전 ‘오늘 맗음 맗음’은 26일까지 전시공간 영영(수영구 망미번영로52번길 5)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은 종합심리검사지 표지에 누군가가 직접 쓴 글씨에서 가져왔다. “아는 분의 검사지인데 글자가 ‘맗음’으로 틀리게 쓰여 있잖아요. 그림이 ‘맑음’과 반대의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에 어울리는 제목 같았어요.” 재개발 지역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해오던 작가는 속칭 ‘방석집’이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미남로터리 근처에 있던 성매매업
겨울여행의 별미는 역시 겨울바다다. 부산사람들에게 익숙한 바다와 다른 풍미를 주는 새로운 바다가 있다. 그 즐거움을 찾아 충남 보령에 다녀오면 어떨까. 보령에서는 겨울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24일에는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에서 스케이트 테마파크 링크가 문을 연다. 운영 기간은 내년 2월 17일까지 56일간이다. 바다에서 즐기는 스케이팅은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든 이색체험이 아닐 수 없다. 테마파크는 아이스링크 1650㎡(30m×55m), 민속썰매장 600㎡(30m×20m), 아이스튜브슬라이드 435.5㎡(6.7m×65m)로 구성돼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1회당 150명까지 동시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장비 대여료는 아이스링크 및 민속썰매장 2000원, 아이스튜브슬라이드 3000원이다. 운영시간은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주말은 오후 7시 30분까지다. 무창포 해수욕장에 있는 호텔 테라마르의 무창포 미술관에서는 ‘현대 이후 현대미술의 이해-비상구를 찾아라’를 주제로 설치미술작품 전시회가 열린다. 비수기에 사용하지 않는 지하주차장, 수영장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행사다. 작가 10인이 재탄생시킨 설치미술작품을
러시아 사람들의 유명한 농담이 있다. '우리도 중국처럼 나라가 쬐금했으면 좋겠어.' 이 농담은 내겐 실로 문화충격이었다. 실크로드 탐사를 위해 여름 한철을 사막과 황야 그리고 거대한 성벽을 가진 고대도시 등 드넓은 중국대륙을 헤매던 것이 생각나서다. 하지만 이르쿠츠크, 바이칼을 건너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오면서 그 농담이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에 사는 그들의 삶에 녹아있는 실제 생활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때는 6월 하순이었고 네바강 하구 삼각주 늪지대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에서는 한창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다. 중세 군사와 주민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해자(垓字) 쪽으로 몰려와 성문을 열어 달라 소리친다. 어느 시절, 어떤 사건의 장면일까. 표트르대제 등극 이후일 테니 1756년 프로이센과의 7년전쟁 장면일까. 요새 안에는 구(舊)소련시절 구입했던 러시아사 책표지에서 수없이 봤고 도시 곳곳에서 보게 될 표트르대제의 청동기마상이 위풍도 당당하게 서 있다. ◆불멸의 차르 표트르대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다 왕위 계승과 권력 투쟁 암투를 치열하게 치른 모계 몽골선조의 혈통을 이어받은 표트르는 차르의 신분을 숨기고 미하일로프란 가명으로 유럽 사절
여명이 봉창에 깃들어 희뿌옇게 어리는 방안으로 뽀얀 입김이 서린다. 아랫목으로부터 따뜻한 온기가 스며드는 것은 아버지께서 새벽 군불을 지피신 때문일 것이다. '딱딱' 삭정이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어험'하는 헛기침이 마당으로부터 인다. 새벽녘 소일이 얼추 끝났다는 신호치고는 의외로 밝다. 궁금증을 동반한 손이 마당으로 난 장지문을 여는데 세상이 온통 하얀색이다. 밤새 백설기가루를 듬뿍듬뿍 뿌린 천사들이 다녀간 모양이다. 빗질하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새로운 세상을 맞은 듯 바둑이가 덩실덩실 뛴다. 겨울의 낭만은 눈. 지난해는 한겨울이 다가도록 대구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벌써 몇 년째 눈다운 눈이 내리질 않고 있다. 어쭙잖은 시상이라도 떠올랐을까? 간밤 눈 소식을 접한 무주 덕유산으로 눈꽃여행을 떠난다. ◆덕유산 산행의 추억 소백산맥의 중심부에 솟아있는 덕유산은 해발 1,614m로 향적봉이 주봉이다. 향적봉과 남덕유산을 잇는 능선은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능선을 따라 적상산·두문산·칠봉·삿갓봉·무룡산 등 높은 산들이 하나의 맥을 이루고 있다. 북동쪽 사면에서 발원한 원당천은 계곡을 따라 흘러 무주구천동을 지나면서 절경을 이룬 뒤 금강의 너른
영주는 소백산국립공원과 부석사, 무섬마을, 소백산자락길 등 문화자원과 역사를 간직한 관광의 보고(寶庫)다. 영주시는 곳곳에 있는 절집과 문화유산을 활용, 관광자원화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겨울산행의 명소인 소백산과 눈 덮인 부석사, 소수서원, 무섬전통마을은 은 겨울 관광의 별미이다. 올 겨울 자연이 빚어낸 겨울왕국을 찾아서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힐링해 보는 것도 좋다. ◆화엄종찰 부석사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찰 부석사는 한국 화엄종의 근본 도량이다. 영주 부석면 봉황산 중턱에서 1천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숱한 애환과 사연을 간직한 채 한국불교의 융성을 이끌어 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孤雲寺)의 말사인 부석사는 676년 신라 문무왕 16년 2월에 의상(義湘)이 왕명을 받들어 창건한 화엄종의 중심 사찰이다. 사찰에는 ▷국보 제17호인 무량수전 앞 석등 ▷국보 제45호인 소조여래좌상 ▷국보 제46호인 조사당벽화 ▷보물 제249호인 삼층석탑 ▷보물 제255호인 당간지주 ▷보물 제735호인 고려각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27호인 원융국사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의상이 주석해 화엄사상을 닦고 수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