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초가을, 큰 프로젝트가 하나 끝날 무렵이 되자 허탈감이랄까, 온 몸에서 힘이 죄다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긴장되었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사소한 일까지 챙겨야 했던 입장이라 그 끈을 놓아서는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 간극을 메꾸기 위해 나는 달콤한 사탕과 핫초콜릿을 엄청나게 먹어댔다. 힘을 내어 재차 몰입해 그 일의 마무리를 제대로 해야 했던 것이다. 마침내 정산까지 끝내고 나자 저절로 맥이 탁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몸에서 흰 연기 한 가닥이 빠져나와 공중으로 흩어지는 그런 환영을 보는 듯했다. 아, 잘츠부르크로 가자. 단발머리 중학생일 때부터 가고 싶었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그 곳, 나는 여행가방을 꾸리고 비행기를 탔다. ◆잘츠부르크(Salzburg), 모차르트, 카라얀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 비엔나 중앙역에서 열차를 타고 2시간 30분 남짓 달려 잘츠부르크 역에 닿았다. '잘츠부르크는 알프스산 북부와 잘차흐강의 평평한 유역에 자리잡고 있다. 알프스의 경치와 화려한 건축술의 독특한 조합으로 세계에서 아름다운 도시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오스트리아의 주요관광지이며, 국제회의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새벽 4시. 빗소리에 잠을 깬다. 청송 가는 길이 험하고 멀다. 유난히, 청송은 비와 얽힌 일진이 사납다. 그래도, 빗속을 뚫고 달리기로 결정했다. 다들 비옷을 단단히 챙긴다. 대한민국의 오지 BYC(봉화,영양, 청송)의 마지막 땅, "청송"으로 떠난다. 지난 2016년 12월 26일! 청송은 쌍전벽해의 땅이 되었다. 충남 당진~상주~청송~영덕을 잇는 고속도로가 뚫린것이다. 연이어, 2017년 5월!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천혜의 자연 자원에 덧붙여 편리한 접근성이 길을 열고, 유네스코가 그 명성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었다. 바야흐로 청송은 더이상 오지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언제든 맘껏 즐기기만 하면 되는 "땡큐! 청송!"으로 거듭났다. ◆ 청송 강구 가는길 90Km, 천지갑산(천지갑산)에서 시작 천지갑산~백석탄계곡~신성계곡~자작나무숲~얼음골~옥계/하옥/상옥/산성계곡~강구항 해파랑 공원 청송의 자전거 길은 정말 여럿이다. 온통 산과 계곡이 지천에 널려 있어서 어디를 달려도 경탄이 저절로 나온다. 특정 몇 곳만을 단정 할수가 없다. 이번의 경북 23선 자전거팀은 거창하게, 안동의 끝자락인 길안면에서
지난 6월 선보인 이머시브 실감 공연 '디 오브젝트'(THE OBJECT)가 제24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16일(토) 오후 7시 30분, 17일(일) 오후 4시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1998년 제13차 국제무용협회 세계총회 서울 유치를 계기로 탄생해 국내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국제무용 페스티벌이다. '디 오브젝트'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주도로 경기아트센터와 제주아트센터 등 3개 공공기관이 호흡을 맞춰 만든 작품이다. 유재헌(유잠스튜디오)과 김성용(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은 '디 오브젝트'는 그동안 무심하게 또는 익숙하게 바라보던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며, 전시와 공연이 융합된 실험적인 작품이다. 무대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관람할 수 있는 이머시브 스타일의 공연 형태를 띠고 있어 무용 장르가 줄 수 있는 생동감과 에너지를 최대한 살린 동시에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무대는 대구시립무용단의 무용수(신승민, 김분선, 박정은, 김홍영, 김인회)와 경기도무용단의 무용수(최은아, 김동훈, 이나리, 이진택, 이예닮)가 함께 출연한다. 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이번
최근 선선해진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대공원을 찾았다가 잔디밭이 펜스로 가로막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발길을 돌리거나 냅다 돗자리를 깔기보단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지역 청년작가와 중견작가의 작품들로 가을을 풍성하게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대전시립미술관은 내달 21일까지 1-2전시실에서 지역 청년작가지원전 '넥스트코드 2021'를, 3-4전시실에서 지역 중견작가전 '시간의 온기'를 각각 선보인다. '대전 청년작가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넥스트코드'는 1999년 '전환의 봄'이라는 전시명으로 시작해 20여 년 동안 137명의 청년작가를 발굴했다. 올해는 지역 청년작가 5명의 작품을 통해 미적 감수성과 개인의 취향을 포괄하는 '캠프'의 개념을 중심으로 에너지의 충돌과 발산을 조망한다. 암실 속에서 인화지와 빛, 사물만으로 표현하는 '포토그램'으로 작업하는 김영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익명의 죽음에 대한 작은 제의이자 위로의 뜻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지원 작가는 한국의 특정 장소를 통해 한국의 전통적 가치들과 현대적 가치 사이의 긴장 관계를 포착하고, 이를 회화로 남겨 성스러운 요소와 세속 문화가 섞이는 공간을 탐색한다. 스텔라 수진
수원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도 자리매김한 58년 역사의 '수원화성문화제'는 말 그대로 수원만의 축제가 아니다. 수원시와 자매도시인 해외 여러 국제도시가 참여하는 축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참여는 불가하지만 그 '끈끈한 우정'은 온라인에서 계속되고 있다. 12일 수원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수원시와 자매결연 또는 우호도시 협약을 맺은 국제도시 4~7곳의 공연단 등이 매년 수원화성문화제에 참여해 자국의 전통 공연을 선보이며 교류하는 장을 펼쳐 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이들이 한국을 찾기 어려워졌다. 다만 수원시가 수원화성문화제를 매개로 이어온 국제교류의 끈끈한 우정을 온라인에서 되살리고 있다. 올해 처음 '온라인 국제자매도시의 밤'을 준비하면서다. '온라인 국제자매도시의 밤'은 10월8일부터 오는 12월19일까지 유튜브 채널 '수원시국제교류센터'에서 열린다. '원클릭! 세계 공연 여행'이란 부제에 맞게 손가락만 움직이면 11개 도시의 전통 공연을 집 안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수원 전통 공연팀 '예술 공동체 술래'가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선보이는 '깨비난장'을 비롯해 ▲항저우(중국) 가무원 전통무용 ▲가오슝(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1주일 만에 중단됐던 수원시의 '힐링폴링 수원화성' 축제가 다시 돌아왔다.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방구석 1열'에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한 여러 공연과 전시·투어 등을 보고, 즐기고, 체험하도록 수원시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원화성 성벽을 아름답게 수놓은 '미디어아트쇼', 개막 공연으로 준비된 '화성축조, 함께함으로 살아나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어린 정조가 왕이 되어 수원화성을 축성한 이야기를 인형 뮤지컬로 나타낸 '도란도란 설화보따리' 등 다양한 수원화성 콘텐츠를 온 가족이 집 안에 편안히 앉아 만끽할 수 있다. ■ '수원화성'이 예술작품 캔버스로, 콘텐츠 주인공으로 지난달 24일 수원화성 성벽을 캔버스 삼아 다채로운 빛의 향연으로 감동을 그려낸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는 수원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지만 시작(지난달 24일)한 지 일주일 만에 중단됐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인한 방역조치였으나 아쉬움이 매우 컸다. 운영 중단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 아쉬움 달래 낙성연 의미 현대적 재해석 창작 인형극 마련 그래서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은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을 배경으로 진행된 미디
부천에서 나오는 각종 생활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장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이 다녀가면서 지역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12일 오전 BTS가 발 도장을 찍고 간 부천 중동에 있는 부천아트벙커B39(옛 삼정동소각장). 입구에 들어서자 화려할 줄로만 알았던 부천아트벙커B39의 외관은 허름하다 못해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1995년 6월 지어질 당시의 소각동과 관리동 모습 그대로인 듯했다. 이런 곳에서 BTS의 화보촬영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삼정동소각장은 지역 주민들의 소각장 폐쇄 운동과 함께 인근(대장동)에 친환경 쓰레기 처리 시설이 들어서면서 지난 2013년 3월 가동을 멈췄다. 부천시는 소각장이 폐쇄됨에 따라 연구용역을 통해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공모에 선정된 시는 교부된 국·도비와 시비 1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의 폐소각장 문화재생시설인 부천아트벙커B39를 탄생시켰다. 2013년 가동 중단된 삼정동소각장 문화재생 공모 100억 들여 재탄생 영화·드라마 등 각광 20만명 방문 "대관·견학문의 쇄도…
세상에는 두들겨보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돌다리가 있다 철새들의 도래지 주남저수지 탐방로를 따라 무점 코스모스 둑길을 따라 끝자락에 닿으면 거기 천수를 바라보는 다리 하나가 있다 살도 피도 근육도 없이 뼈대만 남은 채 시린 관절을 단 한 번도 접지 않고 웅크리고 있어 척추가 굽고 굳은 돌다리 고니 왜가리 재두루미 공중으로 건너다니는 새다리 구부린 등이 안쓰러워 햇살도 맨발로 내려앉고 바람도 수양버들 가지에 엉덩이를 털고 건너간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가고 건너온다지만 다리는 일일이 사람들을 업어 날라서 등이 닳고 더러는 땀으로 끈적인다 누군가를 업기 위해 구부린 등은 포근하고 단단하고 정감이 있어 단단히 붙잡지 않아도 편하게 업힐 수 있다 다리에 업혀 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에는 두들겨보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돌다리가 있다는 걸 ☞창원 주남돌다리(昌原 注南돌다리)는 동읍과 대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주천강에 놓인 돌다리인데 새다리라고도 불리며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가술리에 있다. 1996년 3월 11일 경상남도의 문화재자료 제225호로 지정된 이 돌다리는 누가 언제 어떻게 놓았는지 모르지만 800여년 전 주천강 앙편 주민들이 인근 정병산 봉우리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강릉의 한 호텔에서 실제 오징어 게임을 개최할 예정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0일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금 500만원을 걸고 ‘세인트 게임' 참가자 모집에 나섰고, 이틀 만에 600여명이 신청하는 등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24일 오전 11시부터 세인트존스호텔 앞 솔밭과 바다에서 하루동안 펼쳐지는 이 게임은 참가자들이 참가비 1만원을 내고 4종류의 게임에 참여하게 되며 최후의 1인은 상금 500만원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설탕 뽑기 △딱지치기 토너먼트 등이다. 김헌성(39)세인트존스호텔 상무이사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즐거운 게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강릉=조상원기자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는 오는 10월 30일까지 고 한영수(1933~1999)·이노우에 코지 선생(1919~1993)의 사진전 ‘그들이 있던 시간’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회는 한영수 선생의 딸 한선정(한영수문화재단 대표) 씨와 이노우에 코지 선생의 아들 이노우에 하지메(이노우에 코지 갤러리 관장) 씨가 함께 기획하여 의미가 특별하다. 한영수 선생과 이노우에 코지 선생의 작품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찍었지만 작품을 모아 놓고 보면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구도와 피사체 등이 눈에 띈다. 한영수 선생이 담은 서울 거리에서는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사람들에게 양담배를 판다. 멋쟁이 여인들은 파라솔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거리를 걷는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한 아이들은 긴 고무줄 옆에 옹기종기 모여 고무줄놀이를 한다. 이노우에 코지 선생이 찍은 후쿠오카 거리에서는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운 아버지가 일본 가옥 앞을 지나간다. 한 남자아이는 큰 얼음에 혀를 대고 무더위를 내쫓는다. 셋이 모여 고무줄놀이하는 아이들은 행복한 듯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1950년대라고 해서 어둡고 우울하기만 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