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 제312호)에 오르려면 약 2.5Km정도의 산길을 올라야 한다. 인시(寅時)를 막 지난 야행 길을 반기듯 가을 전령사 귀뚜라미가 운다. 한 발 두 발 내딛는 뒤로 또 다른 한 발 두 발이 따라오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든 생쥐가 처녀귀신이 따른다며 얼른 뒤 돌아보라며 귓전에 속삭인다. 밤 도깨비가 따라 붙는다고 고자질이다. 먼데서 개가 짖고 수탉이 홰를 치며 운다. 꼬임에 넘어 간 듯 뒤통수가 섬뜩하여 돌아보려든 눈길이 하늘로 향한다. 하현달이 하얗게 솔가지와 숨바꼭질로 따라붙으며 "걱정하지 마세요! 지켜줄 거예요!"하고 용기를 북돋운다. 그러기를 몇 차례 어느새 산길이 가팔라지는가 싶더니 돌계단을 지나 칠불암 앞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일곱개의 불상을 모신 칠불암 마애불상군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삼층석탑이다. 사람의 키 만큼 낮아 보이는 석탑, 기단석에 몸을 올려 면석에 어깨를 기댄 기왓장엔 "환영 칠불암"이라 적혀있다. 뒤편으로 웅장한 칠불암 마애불상군이 의연한 자세로 어둠에 묻혀있다. 암자는 밤을 빌어 비운 듯 인기척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적막강산에 무주공산이다.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부처님을 포함한 7구의
내가 최초로 혼자 떠난 여행지는 파리였다. 1개월 동안 열 명의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일이라 비교적 여유가 있어 나는 파리 곳곳의 크고 작은 미술관을 찾아다녔다. 가을이었다.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부르델, 들라크루아, 피카소, 달리, 로댕. 그리고 빅토르 위고, 로맹가리, 르블랑… 길을 걷다가 지치면 노천카페에서 코냑이 든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유유자적 파리의 소음도 즐겼다. 아, 보들레르와 수틴의 묘지를 찾아가 꽃을 놓기도 했다. 쓸쓸했지만 달콤삽싸름한 가을이었다. 그 이후 여유만 생기면 그렇게 한 도시를 정해 그 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혼자 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것이 일에만 매달려 헛헛해진 내면을 채우는 방법이라 여기며 지난 십여 년 동안 꽤 그렇게 다녔던 것 같다. 물론 한 번 다녀온 곳을 계속 간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도시의 미술관을 다니게도 되었다. 구겐하임미술관이다. 뉴욕, 베니스, 빌바오, 세 도시의 미술관은 닮았지만 또 완전히 달랐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눈 내리는 맨하탄 5번가 뮤지엄 마일(Museum Mile)의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작품이었다. 솔로몬 구겐하임이 프랭
'2021 타박타박 페스티벌'이 다음 달 온·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진행된다. 매일신문사가 주최하고 대구관광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페스티벌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과 관광객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또 등산 및 트레킹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젊은 층을 상대로 팔공산 둘레길을 널리 알려 대한민국 관광명소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취지도 담고 있다. 팔공산 둘레길은 대구 동구, 칠곡, 군위, 영천, 경산 등에 걸쳐 약 95km, 총 16개 구간으로 구성됐다.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문화를 만날 수 있는 숲길이지만, 개인 이동수단이 없는 사람의 경우 경북 구간에 들어서면 교통편이 어려워 접근성이 떨어졌으며 길이가 길고 다양한 시·군이 맞닿아 있는 특성상 이정표가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겪었다. 이번 행사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 시민 및 관광객들이 좀 더 안전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4단계에 걸친 다양한 방식의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구간은 기존 16개 구간에서 10개 구역으로 병합해 운영된다. 9월 중순에는 인플루언서 투어가 시작된다. 사전에 여행·등산 관련 블로거 및 SNS 인플루언서 20명과 팔공산 둘레길 문화관광해설사가 협업해 팔공산 둘
올해 4분기 경북지역 축제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취소되는 축제도 다수 발생했지만, 온라인이나 온·오프라인 투트랙 개최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29일 경북도에 따르면 오는 10~12월 각 시·군에서 계획된 축제는 총 53개로 포항 9개, 경주 5개, 구미·영주 각 4개, 문경·영덕 각 3개 등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개최를 포기, 취소된 것이 총 14개(26.4%)에 이른다. 취소된 주요 축제는 ▷포항해병대문화축제 ▷안동 월영야행·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21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무섬외나무다리축제 ▷문경 약돌한우축제 ▷청도세계코미디 아트페스티벌 ▷고령 대가야축제 ▷2021 예천 세계활축제 등이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취소의 운명을 맞았고 격년제로 열리는 예천 세계활축제는 올림픽 스타 김제덕을 낳은 흥행을 이어갈 기회를 잃었다. 반면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 투트랙 개최로 축제의 맥을 이어가는 방식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 온라인 단독 개최 5개, 투트랙 개최 24개 등 총 29개 축제가 진행될 예정인 것. 온라인 단독 개최 축제는 ▷포항 영일만 검은돌장어축제(11월 중) ▷영주 풍기인
걷기 좋은 가을 날, 싸목싸목 동네 산책하며 둘러보기 좋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3일까지 광주시 서구 청춘발산마을에서 열리는 ‘나는 청년예술가입니다’전이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아트컴퍼니모이모 주관, 사)아시아문화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지역 큐레이터들의 추천을 받은 12명의 작가가 참여,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참여작가들은 회화, 설치, 사진,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자신들만의 개성을 발현중이다. 청춘발산마을은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눈에 띈다. 다양한 재생 사업들이 진행된 마을은 잘 정비돼 있어 이곳 저곳 골목길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전시는 모두 6개의 공간에서 열려 젊은 작가들의 개성이 담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와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함께 준다. 28일 청춘발산마을 공용주차장 인근 ‘독립창작공간’에서부터 그림여행을 시작했다. 누군가의 거실처럼 꾸며진 이곳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는 이정은·정유승이다. 정 작가는 ‘야쿠르트’ 등 자신의 작품 가격을 산정한 근거를 담은 ‘명세서’를 작품에 함께 부착해 유쾌함을 자아낸다. 대인예술시장 묘수 입주작가인 이정은 작가는 일상의 풍경을 담은 ‘쉬는 시
28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1~2025)에 전남권 주요 사업이 최종 반영되면서 전남도 안팎에선 지역 교통 여건 개선은 물론 지역 관광산업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정부 계획에 담긴 전남의 20년 숙원 여수~남해 해저터널 건설, 신안 추포~비금 연도교 건설사업 등 주요 사업이 완료되는 2028년 이후, 빠르고 편안해진 육로를 타고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권, 신안을 비롯한 전남 서부권 관광산업 발전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사업 적기 추진과 목표 달성을 위해선 1조7000억원을 웃도는 관련 사업 예산 확보라는 난제를 전남도가 돌파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2021~2025)에 포함된 전남권 도로 신설 사업은 모두 10가지다.이 가운데 ▲여수~남해 해저터널 신설(7.31㎞, 6824억원) ▲신안 추포~비금 신설(10.41㎞, 3827억원) 사업이 우선 주목된다. 두 개 사업의 사업비만 더해도 1조원을 넘어서는 데다 건설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 교통 여건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여수~남해 해저터널의 경우 한려대교 건설계획 이후 20여 년의 노력 끝에
안산시가 단원 김홍도의 고장임을 더욱 알리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제2회 김홍도 축제'를 결국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취소하기로 했다. 관광과에 김홍도팀을 신설하고 테마길을 조성하는 등 김홍도 고장으로서의 면목을 다지면서 축제를 통해 널리 알리려 했으나 매일 수천명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속에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28일 시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방지를 위해 10월 개최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제2회 김홍도 축제'를 취소했다. 애초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활력소를 제공하고자 온·오프라인 결합 방식으로 축제를 진행하려 했지만 지역 예술인과 단체, 시민 등 인파가 몰릴 수 있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역대 최대에 이른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시민안전을 위해 개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김홍도 축제의 연속성 및 상징성을 위해 부대행사인 '김홍도 사생대회 공모전'은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관내 어린이와 청소년들로부터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오는 10월 중 작품을 접수받아 공개 심사를 거쳐 11월 중 발표 및 시상할 계획이다. 윤화섭 시장은 "추석 연휴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우스콘서트'가 김해에서 열린다. 오는 10월 2일 오후 7시 김해 마르떼 마르홀에서 '이주은의 레전더리 마스터피스 시리즈' 다섯 번째 공연이 마련된다. 이 공연은 마네마르떼의 두 번째 하우스콘서트 기획시리즈로, 국내 최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를 초청해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고 있다. 수준 높은 연주뿐 아니라 평소에 관객이 듣기 어려운 연주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이주은 창원대 교수의 진행으로 연주자들이 평생을 함께하는 음악과의 관계, 첫 만남부터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이날 공연에서는 김덕우 바이올리니스트와 최경은 첼리스트가 이주은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주은 피아니스트는 "하우스콘서트인 만큼 객석과의 거리를 좁혀 클래식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공연이다"며 "최정상 연주자들의 연주와 음악적 삶,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편안한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전석 3만원. 문의 ☏312-0953.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사라지는 것들 언제부턴가 점점 그토록 오래 맑고 깊게 출렁거릴 거라 믿었던 것들은 해독하기 어려운 적막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기슭에 가까운 것들은 흙냄새와 물 냄새를 반반씩 걸친 채 오고 가는 것들을 내버려두고 있다 관심이 없는 것인지 속수무책인 건지 쌓인 것은 썩고 새로운 것은 없이 바닥은 처음부터 맨 처음을 가장 낮은 곳에 새긴다 모든 것을 다 비우고 나서야 알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라지는 것들의 눈빛마저 선명하도록 사라지고 없을 자리에 다시, 어떤 것들은 새로운 것을 등록하기도 한다 ☞ 가덕도 갯벌이 사라졌다. 바다의 길을 막고 제방을 쌓아 갯벌은 이미 말라버렸다. 한때 그토록 푸르게 출렁이던 곳이었는데 인간의 이기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나 보다. 갯벌에 의지하며 살던 뭇 생명들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자리에는 다시 들꽃이 오고 개미가 오고 사람이 오고 빌딩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지만 수만 년의 시간이 단 몇 년 만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가덕도는 창원시 의창군에 속해 있다 지난 1989년 부산으로 편입됐다. 부산과 진해 바다에 걸친 큰 섬이었으나 1997년 부산 신항의 개발로 인해 육지와 연결되고 바다를 막아 육지화하면서 이제 더 이상 갯벌을
내달 9·10일 강원대서 공연 정선아리랑 설화 바탕 제작 음악·무용·영상 혼합 뮤지컬 정선아리랑의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신개념 뮤지컬 퍼포먼스 ‘아리 아라리'가 춘천 나들이에 나선다. 공연은 내달 9일 오후 2·4시, 10일 오후 3시 이틀간 총 3차례에 걸쳐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아리 아라리는 강원도와 정선군, (재)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의 계승과 보존 및 세계화를 위해 제작한 뮤지컬 작품이다. 정선아리랑의 강원도 무형문화재 등재 50주년을 기념해 2020 웰컴 대학로 페스티벌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 등 전국 곳곳에서 공연을 이어 왔다. 특히 2018평창동계올림픽 기념공연을 통해 1만여 내외국인을 매료시켰고, 2019 서울 국립국악원 4회 차 공연도 전석 매진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정선 오일장이 열리는 날마다 정선아리랑센터에서 상설공연 중이다. 작품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강원도 산골의 아우라지의 처녀 정선이와 총각 기목이 사이에서의 사랑 이야기와 정선지역의 소나무를 가져가 ‘경복궁 중수'를 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 정선 떼꾼들의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다. 떼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