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의 최남단에 자리한 구산면에는 생김새가 마치 돼지 누운 모습과 닮아 ‘저도(猪島)’라 불리는 섬이 있다. 면적 2.2㎢에 해안선이라 해봐야 10㎞에 불과한 아담한 섬이지만 주말이면 멀리서 관광버스를 타고 온 등산객으로 붐빌 만큼 입소문이 자자하다. 탁 트인 다도해 비경을 한눈에 담으면서 산책부터 등산까지 골라 즐길 수 있는 비치로드를 비롯해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구산면 저도 일대로 가보자. ◇낮에는 저도 연륙교, 밤에는 사랑의 오작교 저도가 있는 마산합포구 구산면은 굴, 홍합 등을 양식하는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옛 마산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넘게 가야 닿을 정도로 오지라는 느낌이 강한 곳이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 코스가 운치 있게 이어져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구산면에 도착하면 저도로 향하는 두 개의 연륙교를 만난다. 사실 저도가 이름을 알린 데는 비치로드 이전에 연륙교의 역할이 컸다. 아치 모양의 흰색 다리는 지난 2004년 개통한 차량 전용 다리이며, 옆에 나란히 놓인 1987년산 붉은색 다리는 보행자 전용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건설한 콰이강의 다리와 생김새가 닮아 ‘저도 콰이강의 다리’라 부른다. 이 다
가을 초입, 강원지역의 영화제들이 잇따라 풍성하게 마련된다. 매년 8월 초 주말에 열렸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최 이래 처음으로 가을에 열리게 된 강릉정동진독립영화제가 23일 막을 올린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상영하는 춘천SF영화제가 30일부터 시작된다. 우수한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지역의 영상문화의 저변 확대를 목표로 하는 두 영화제를 소개한다. 강릉정동진독립영화제 정동초서 23일부터 4일간 열려 영화 상영 초점 맞춰 22편 소개 강원지역에서 열린 최초의 독립영화제이자 국내 최초 야외 상영 영화제.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를 슬로건으로 한 영화제가 올해 23주년을 맞았다. 강릉씨네마떼끄와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하는 영화제는 23일부터 나흘간 강릉 정동초교에서 열린다. 오는 30일까지 여성영화 OTT ‘퍼플레이'에서 특별상영도 이어 간다. 개막식 사회는 배우 이상희, 우지현이 맡는다. 지난해 처음으로 영화제가 제작 지원한 김종재 감독의 영화 ‘살아짐이 사라짐'이 개막작으로 상영되고 특별 초청작인 ‘너에게 가는 길'을 비롯해 단편 19편, 장편 3편 등 총 22편이 소개된다. 올해는 공연이나 강연 등 부대행사를 취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회장 김선영, 이하 제주예총)가 공동 주최하고 탐라문화제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제60회 탐라문화제’가 오는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제주 일원에서 열린다. 22일 제주예총에 따르면 올해 탐라문화제 슬로건은 ‘천년탐라가 찬란하게 밝혀지고 힘차게 제주의 미래로 나아간다’라는 의미가 담긴 '와랑차랑 천년탐라 이여싸나 제주미래'로 정했다. 제주예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채롭고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지쳐있는 도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제60회 탐라문화제 개최를 알리는 특별 초청공연으로 오는 30일 오후 7시 제주아트센터에서 ‘영혼을 위한 카덴자’ 공연이 개되된다. ‘영혼을 위한 카덴자’는 전통과 현대를 절묘하게 엮어 다양한 구성과 음악적 시도를 하는 예술가들의 무대다. 원영석 객원 지휘자(KBS국악관현악단 상임 지휘자)의 주도로 사물놀이 거장 ‘김덕수’와 ‘앙상블 시나위’, ‘제주프라임필하모니오케스트라’, ‘제주오페라연구소합창단’이 합동공연을 펼친다. 보다 자세한 공연 정보는 탐라문화제 홈페이지와 공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선영 제주예총 회장은 “코로
가을을 만나러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갔다. 2019년 7월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 국가정원은 1호 순천만과 달리 울산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태화강변을 따라서 있다. 햇볕이 느긋해지고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리는 이맘때는 국화축제의 인파가 몰리기 전에 너른 정원 곳곳을 여유있게 탐색하기 좋을 때다. 2019년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 지정 쭉쭉 뻗은 대나무 50만 그루 십리대숲 온몸으로 느끼는 피톤치드 ‘초록 샤워’ 밤엔 점점의 LED조명 은하수 내려앉은 듯 강변 빙 둘러서 있는 대나무 가벽 장관 삼호대숲선 소박하고 호젓한 낭만산책 63종 대나무 아기자기 ‘생태원’ 품 안에 24종 2만 4000여 그루 무궁화 정원도 ■십리대숲의 낮과 밤 태화강 국가정원은 83만 5000여 ㎡, 축구장 117개를 넘는 면적이다. 처음 방문한다면 어디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원의 지도를 보면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크게 위쪽의 태화지구(중구)와 아래쪽의 삼호지구(남구)로 나뉜다. 태화지구 면적이 좀 더 넓은데, 대표 전경 사진에서 보이는 둥그런 반원형 정원이 이 곳이다. 십리대숲과 대부분의 테마정원이 여기 속한다. 강을 건너는 도보
체코 출신의 후기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는 깊어가는 가을과 딱 어울리는 보헤미안 감성이 짙은 곡을 다수 남겼다. 드보르자크가 탄생한 지 18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200분간 드보르자크의 선율에 푹 빠질 수 있는 특별 기획공연이 열린다. 부산 클래식 전문기획사 아트뱅크코레아는 드보르자크 탄생 180주년 기념연주회 ‘보헤미안 포레스트(Bohemian Forest)’를 25일 오후 5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한다. 국내와 세계 무대서 활약 수준 높은 연주자 25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서 200분 공연 ‘둠키’ ‘슬라브 무곡’ 등 대표곡 모아 선사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고 수준의 연주자와 울산, 서울을 비롯해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주자가 모두 모였다. 4년에 걸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 박정희, 부산트리오 멤버인 권준을 비롯해 이윤지, 김은정, 김해리, 이진성이 참여한다. 바이올리니스트로는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서울신포니에타 악장 전후국, 울산과학기술원 부교수 이종은이 이름을 올렸다. 부산신포니에타 수석인 비올리스트 김규, 서울신포니에타 초빙수석 첼리스트 정준수, 부
2003년 12월 31일, 나는 인도행 비행기를 탔다. 해외 첫 여행이었다. 지금도 친구들이 놀라워하는데 첫 여행이 인도라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어쨌든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해 나는 국내 유수 문화재단의 기금을 꽤 많이 받아 첫 시집 『비열한 거리』를 내고 잔뜩 남은 돈으로 '시인들의 성지(聖地)'인 인도를 순례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기어코, 나는 순례의 묘(妙)를 깨치지 못한 채 슬픔만 잔뜩 안고 돌아오고 말았다. 변명 같지만 그 여행 이후 나는 지금까지 변변한 시 한 편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릭샤와 템포(Rickshaw & Tempo) 그 슬픔의 시작은 어쩌면 온 시야가 부옇게 흐릴 정도로 안개 자욱한 뉴델리 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안개라고, 누군가는 스모그라고 했지만 인도는 물론 파키스탄, 네팔 그리고 티벳까지 이미 다녀온 동행자는 매연이라고 했다. 삼륜차나 자전거를 개조한 릭샤와 템포(Rickshaw & Tempo)가 그 주범인데 덜 정제된 기름을 쓰는지라 엄청난 매연을 뿜어낸다는 것이다. 그 이튿날부터 우리 일행은 작금의 코로나사태를 예견한 듯 매일 스카프와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싸매고 다녔다. 그 매연
◆ 북극의 얼음왕국 유카스야르비 키루나에서 아침 첫 버스를 타고 동화 속 얼음 성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얼음호텔이 있는 유카스야르비(Jukkasjarvi)로 향했다. 눈발이 날리고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인 눈 위로 버스는 거침없이 달린다. 해가 짧은 북극극야의 어둠이 지배할 것만 같았던 그 곳은 여행자가 접하기 어려운 눈 세상이 전하는 아름다운 풍경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들을 위해 북극의 오로라만이 전부가 아니라며 뽐내듯 핑크와 블루의 콜라보레이션을 이루며 펼쳐진 하늘. 땅에는 상고대와 눈꽃들로 뒤덮인 나무들과 작은 마을은 마치 겨울요정들의 세상처럼 흰 눈 속 온기 가득한 풍광이다. 수북이 눈을 덮어쓴 나무들과 세상이 하얀 풍광만으로도 북극에서 불과 200km 떨어진 얼음호텔이 그려지는 듯하다. 스웨덴의 북단 유카스야르비에서 상상 속의 눈꽃 마을을 만났다. 아! 저기 이글루가 보인다. 하얀 눈이 덮인 넓은 들판에는 아치형의 대형 이글루들이 환상의 성처럼 늘어서 있다. 얼음호텔이다. 온통 눈으로 덮인 얼음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이글루다. 눈의 나라 스웨덴 북부지방 작은 마을인 유카스야르비는 만남의 장소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조선 중기의 대학자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 선생과 그 후예들이 대가천의 아름다운 계곡을 오르내리며 한시를 지어 무흘의 절경을 노래했던 곳이다. 지금은 5~9곡이 김천 땅이지만 한강 성생이 무흘구곡가를 노래할 당시에는 전체가 성주였다. 9곡 굽이마다 이름을 지어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이학(理學)으로 상징화함으로써 아름다움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도학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종을 수양과정으로 짐작된다. 추석연휴는 길고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성주 수륜면 봉비암(제1곡)에서 김천 증산면 수도리 용추폭포(제9곡)까지 35㎞ 무흘구곡을 드라이브하면서 선인의 숨결을 느끼고 풍광을 즐겨보자.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도(道)까지 깨우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닐까. 제1곡 봉비암(鳳飛巖) 봉비암은 봉비연(鳳飛淵)에서 유래한다. 봉비연은 기생 봉비가 춤을 추다가 실족해서 빠져 죽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뒤에 이 연못은 회연(檜淵)으로 그 이름이 바뀌고 회연 위의 바위를 봉비암이라 하여 무흘구곡 제1곡으로 삼았다. 수많은 선비들은 봉비암을 보면서 봉이 나는 것을 연상하거나 봉이 날아가고 터만 남았다며 안타가워하였다. 날아간 봉
충남 서산시와 당진시가 천주교 순례길 조성 경쟁을 벌이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유사한 대한민국 대표 도보 순례지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서산시는 내포지역 천주교 명소를 하나로 잇는 해미국제성지 순례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순례길은 해미국제성지와 예산 고덕성당과 당진 솔뫼성지, 아산 공세리성당을 연결하는 코스다. 첨단 정보기술(IT)에 스토리를 입힌 특색 있는 관광자원을 창출하는 게 목표다. 앞서 해미국제성지는 지난 3월 교황청으로부터 국제성지로 지정됐다. 이에 서산시는 해미면 대곡리 한티고개-해미순교성지 구간(11.3㎞)에 천주교 순례길을 조성했다. 천주교 순례길은 병인박해 등 1800년대 천주교 박해 당시 내포지역 수많은 순교자가 서산해미읍성과 해미국제성지로 압송됐던 경로다. 당진시도 지역 천주교 유적지를 하나로 잇는 버그내 순례길을 명소로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 산티아고순례자협회와 한국관광광사 등과 힘을 합쳤다. 당진시는 대한민국 공식 산티아고 순례자 여권에 버그내 순례길을 홍보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버그내 순례길 이정표를 설치하는 등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진시는 지난 4월에는
광주 동구 ‘생생문화재 오감만족 풍류산책’, 담양 ‘생태도시 담양-문화재와 소통하다’, 곡성 ‘축제한마당-항교서원에서 신나게 놀자’ 등 광주·전남에서 ‘2022년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에 50여 건이 선정됐다.문화재청은 내년에 활용할 지역 문화재 405건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생생문화재’ 165선,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 107선, ‘문화재 야행’ 45선, ‘전통 산사 문화재 활용’ 43선, ‘고택·종갓집 활용’ 45선 등이 포함됐다. 이 사업들은 문화재청의 대표적 지역 문화재 활용 사업으로 지역 문화재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토대로 지역민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기획됐다.먼저, 생생문화재사업은 ‘문화재 문턱은 낮게, 프로그램 품격은 높게, 국민 행복은 크게’라는 기치 아래 잠자고 있는 문화재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콘텐츠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문화재가 역사 교육의 장이자 지역 대표 관광자원으로 발돋움하도록 견인하자는 취지다.광주에서는 동구 ‘생생한 그 날로 고고 GO! GO!’를 비롯해 ‘생생문화재 오감만족 풍류산책’, 서구 ‘서창(西倉) 들녘에 부는 바람’, 북구 ‘김덕령 마을살이’, 광산구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