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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문화인터뷰]마을을 전시장으로 만든 예술가들

춘천 기반 활동 '터무니맹글'

 

마을은 동시대 사람들이 기억하는 거대한 역사책이다. 춘천의 한 마을,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와 풍경, 마음이 있는 약사명동에는 지난해 6월부터 문화를 통해 나와 내 주변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청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화기획단체 `일시정지시네마(대표:유재균)'와 예술가그룹 `예술밭사이로(대표:김영훈)'를 필두로 7명의 청년이 터무니맹글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벌인 것이다.

약사명동 곳곳 작품 설치
주민 위한 소통장소 조성
코로나19 여파 전시 연기


기획자로 참여한 김영훈, 김설빈, 도태준, 손주희, 유재균, 정정현, 정현경, 한혜진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왜 약사명동을 택했을까. 유재균 터무니맹글 대표는 “도로를 확장하고 생태하천을 복원하면서 새로운 재생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마을에 매력이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정정현씨는 “자칫 주변 아파트들 사이에 끼어 섬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소소한 즐거움과 아늑함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문화로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만든 `터무니창작소'를 포함해 마을 곳곳에 작품을 설치하는 등 마을을 거대한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수십명의 예술가와 활동가는 마을의 묵은 흔적, 주민들과 나눈 대화를 재료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김영훈씨는 “시인들이 빈집을 소재로 시, 수필을 창작했고 금속조형작가는 한 구절을 발췌해 그 빈집에 어울리는 형상으로 텍스트를 조형화하는 약사시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단지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볼거리로서의 조형작업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전달하며 실제 마을에 새 활력이 생겼다”고 소개했다.

집들이, 소셜다이닝 등 서로가 낯선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들도 만들었고 지역 주민들의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가 책이 되기도 했다. 주민들도 점차 마음을 열었다. 정현경씨는 “처음에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없이 친한 사이가 됐다. 주민들에게 삶과 예술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행해 오던 사업은 당초 계획과 달리 앞당겨져 지난달 종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개최 예정이던 전시는 잠정 연기됐다.

터무니맹글 청년들은 하나같이 “결국 사업이 끝나고는 `주민들이 좋아했다. 떠난다니 많이 아쉬워했다' 정도로 사업의 가치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게 아쉽다”며 “공공의 영역에서 문화예술사업을 이해하고 판단해 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훈씨는 “문화를 자본의 논리로 바라볼 때,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고 독단적 안목들로 점철될 때 문화적 재생은 점차 균열이 생기지 않겠냐”고 했다.

정량적으로 평가될 수 없어 불완전해 보이는 `문화예술'사업의 숙명 앞에 잠시 하던 일을 멈춘 청년들은 “주민분들께 꼭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다시 `짠' 하고 나타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