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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31번 확진자' 다녀간 동네들…"힘들었던 30일, 이겨내야죠"

손님 전혀 없어 단축 운영이나 포장·배달만
답답하고 억울…담담하게 이겨내려 노력

 

17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새로난한방병원 인근 골목. 학원가인 이곳을 오가는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분주하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그나마 보이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쓴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늘 학생들로 북적이던 한 분식집에는 손님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분식집 직원 A(58) 씨는 "지금이 딱 학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떡볶이를 사먹는 시간인데 학생은커녕 일반인 손님 한 명도 없다. 상권이 완전히 활기를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달 18일 대구 첫 코로나19 확진자(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당시 그의 동선에 포함됐던 지역은 한동안 유동인구가 완전히 끊겼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행인이 조금씩 늘긴 했지만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여전히 그날의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1번 확진자가 자주 찾았던 'C클럽' 사무실이 있는 동구 신천동 일대도 여전히 찬바람만 가득했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가게들이 조금씩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인근 상인들은 "임대료를 감당해야 해 임시방편으로 가게 문은 열어뒀지만, 가끔 찾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거의 오지 않는다"고 했다.

 

동대구역과 가까워 오피스텔과 숙박업소가 밀집된 곳이었지만 코로나19의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신천동의 부동산 업자 B(53) 씨는 "방을 계약했던 사람들이 31번 확진자의 동선을 보고는 취소하기 일쑤였다. '확진자의 사무실이 근처 오피스텔에 있는 것 아니냐'며 아예 계약을 꺼리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주말마다 숱한 예식으로 늘 북적였던 동구 방촌동 퀸벨호텔 인근도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순식간에 인적이 끊겼다. 그 일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여전히 인근 상가는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퀸벨호텔 옆 상가에서 분식집을 하는 C(63) 씨는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완전히 유령도시가 돼 '이제 다 끝났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도 상인들은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은 곳이라도 대구시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고, 어떻게든 생계를 이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퀸벨호텔 옆에서 초밥가게를 운영하는 D(52) 씨는 "이미 벌어진 일을 불평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느냐"며 "곧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갖고 배달, 포장 위주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웃음을 되찾아보려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