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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공연리뷰]빗소리마저 음악이었다

평창대관령음악제 메인콘서트 '메아리'

 

손열음 음악감독 추천 곡
베토벤 전원 교향곡 연주
오케스트라 관객석서 공연
서라운드 형태로 음악 전달

독특한 공연장 '뮤직텐트'
대관령 자연의 소리 호흡
환상적 분위기 연출 눈길

음악제 내달 8일까지 진행


비가 땅에 튀는 소리까지 음악의 일부였다.

지난 25일 오후 평창 알펜시아 뮤직텐트에는 낮게 내려앉은 안개 사이로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이하 음악제)의 메인콘서트 '메아리(ECHO)'의 한 부분이었다. 아드리앙 페뤼숑 지휘자의 손짓에 맞춰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0)의 연주로 자연을 노래하는 목가적인 음악이 만들어졌다.

재작년 음악제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올해를 향해 있었다는 손열음 예술감독이 개인적으로 제일 추천하고 기다렸다고 말한 곡이다. 서늘한 대관령의 여름밤, 새소리, 시냇물 소리, 수풀과 나무, 바위가 만드는 자연의 풍경 소리를 악기로 풀어낸 공연과 공연이 끝나고도 꺼지지 않던 박수소리, 박수 소리가 끝나고서도 들리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전원교향곡은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표제적 내용이 각 악장에 붙어 있다. 1악장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 2악장 '시냇가의 전경' 3악장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 4악장 '폭풍' 5악장 '폭풍이 지난 후의 기쁨과 감사'.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그 내용 그대로를 확실하게 묘사했다. 그리고 이날 공연은 손 감독이 기대했던 대로 확실히 무언가 다른 특별한 '메아리'를 남겼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에 있어 바깥의 잡음이 음악과 섞이는 독특한 공연장인 뮤직텐트 바깥에서 나는 빗소리가 3악장부터 더 거세졌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면서 만들어내는 음악제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또 이날 무대에는 관객들이 앉았고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무대가 아닌 관객석으로 내려와 연주하며 눈길을 끌었다.

춘천 출신 김준 바이올리니스트, 원주 출신 김한빈 비올리스트뿐 아니라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외 연주자들을 모은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자연의 소리를 관객에게 서라운드 형태로 전달하며 마치 풀밭 한 가운데 누워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함께 연주된 윤이상의 '인상'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었다. 정치적 이유로 탄압받았던 윤이상이었고 괴팍한 성격과 청각장애로 고립됐던 베토벤이었지만 이날 공연에서만큼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메아리를 남겼다.

음악제는 다음 달 8일까지 베토벤이 남긴 말인 '그래야만 한다!'를 주제로 평창, 삼척, 강릉 일원에서 이어진다.

이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