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강릉 28.0℃
  • 맑음서울 24.0℃
  • 맑음인천 20.6℃
  • 맑음원주 24.8℃
  • 맑음수원 24.0℃
  • 맑음청주 26.3℃
  • 맑음대전 25.7℃
  • 맑음포항 28.0℃
  • 맑음대구 28.1℃
  • 맑음전주 24.5℃
  • 맑음울산 23.4℃
  • 맑음창원 25.0℃
  • 맑음광주 25.9℃
  • 맑음부산 21.8℃
  • 맑음순천 25.0℃
  • 맑음홍성(예) 23.0℃
  • 맑음제주 21.1℃
  • 맑음김해시 23.4℃
  • 맑음구미 27.4℃
기상청 제공
메뉴

(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드디어 東西가 뚫렸다” 고속도로로 쏟아져나온 환영 인파

강원일보 창간 75주년 취재사진 현장 속으로

 

영동고속도로 개통

강원인의 삶을 가장 많이 바꿔 놓은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1975년 10월 영동고속도로의 개통을 들 수 있다. 산들로 가로막혀 보이지도 않던 강원도가 온전히 외부에 드러날 수 있는 최초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정도전이 남긴 '상봉집(三峰集)'에는 강원도 북부와 함경도를 잇는 철령고개를 지나면서 남긴 그의 시(詩) '철령(鐵嶺)'이 실려 있다. 그는 철령고개를 지나면서 높고 험한 산세를 두고 '칼날' 같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바라본 강원도의 모습에 대해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해천동망정망망(海天東望正茫茫). “동쪽 하늘과 바다는 아득하다”는 뜻이다.

동해~서울 3시간30분 획기적 단축
'강원도=오지' 등식 바뀌기 시작해
경제·사회·교육 균형발전 전기 마련


철령은 서울의 북쪽 관문이었고, 이곳을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강원도를 '관동'이라고 불렀는데 선인들이 생각하는 강원도에 대한 거리감은 시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득'한 곳, 그 자체였다. 일제강점기 강원도에도 철길이 놓이기는 했지만, '강원도=오지'라는 등식을 조금이라도 바꿔 놓은 데는 영동고속도로의 공(功)이 거의 절대적이다.

영동고속도로는 4년여에 걸쳐 완성됐다. 1971년 12월 신갈분기점과 새말나들목 구간이 1차로 먼저 개통됐고, 4년 만에 새말나들목을 지나 대관령, 강릉 구간에 이르는 2차 구간이 완공된 것이다. 정부가 1968년 IBRD(세계은행)의 차관을 얻어 진행하려던 공사가 차관 도입의 지연으로 공사가 미뤄지는 우여곡절을 겪은 후였기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는 늦어진 개통이었다. 무엇보다 2차 공사 구간인 새말~강릉 구간의 공사 상당수가 산악지대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건설 일꾼들은 말 그대로 사투를 벌여야 했고 비로소 우리나라 일곱 번째 고속도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고속도로'라기보다는 왕복 2차로 자동차 전용도로에 더 가까웠지만 당시 강원도가 거는 기대감은 상당했다. 그동안 산에 가려 접근할 수조차 없었던 미지의 땅 강원도가 그 속내를 드러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영동고속도로 개통식이 열린 1975년 10월 14일 이후 강원일보를 들여다보자.

15일자 1면에 실린 기사 내용에는 개통된 영동고속도로의 거리와 사용된 예산 등이 상세하게 나온다. 기사 중간중간에는 구호 같은 작은 제목들이 눈길을 끈다. '嶺東開發에 活力線(영동개발에 활력선)', '설악·오대산·경포·낙산 등 관광개발 촉진', '경제·사회·교육·문화 등 균형발전의 전기' 등이 그것. 그중에서 가장 와닿는 제목은 사진 제목으로 나온 '東西가 뚫렸다!…'이다. 두말 필요없는 외침이었다.

16일자 신문에도 고속도로 개통에 대한 소식은 이어진다. 개통식 날 주민들의 반응을 소개하며 '영동일대 주민들 경축 일색'이라는 제목과 함께 오색풍선이 하늘을 수놓았고 대관령 정상까지 인파 물결이 이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또 동해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생선이 3시간30분 만에 서울의 시장에 운송될 수 있고 서울의 주말 레저 인구가 관광을 할 수 있게 된 점 등을 들며 '유통구조'와 '생활구역'이 서울과 밀착하게 됐다는 다소 과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8시간30분 걸리던 거리를 5시간이나 단축한 것이니 장밋빛 전망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특집기사는 개통 10일이 지난 후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24일자에는 '신비의 베일을 벗는 오대산'이라는 제목으로 고속도로 개통 이후 오대산에 많은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기사를 한면에 걸쳐 실었다. 그 예측은 맞아들어 오대산과 월정사는 사계절 관광명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①은 1975년 10월14일 원주 인근 새말에서 열린 영동고속도로 개통식 이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왼편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고 도로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한가득이다. 사진 중간 뒤편으로 강릉 97㎞, 둔내 14㎞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번영위한 유신과업 건설로서 이룩하자'라는 구호도 눈길을 끈다. 조금 전 이 자리에선 박정희 대통령이 축하테이프를 자르는 개통식 행사가 진행됐고, 박 대통령은 고속도로 시주(試驗走行·시험주행)에 나선다. 잠시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사진 ②의 모습처럼 도로에 서 있는 환영인파들은 새로 난 길을 따라 달리는 차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며 개통을 자축했다. 박 대통령을 실은 차는 강릉으로 향했고 같은 날 강릉시 강동면에서 진행된 동해고속도로 개통식에도 참석한다.

오석기·김남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