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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서거 3개월 전 '잠업<蠶業>' 장려 위해 춘천 찾은 육영수 여사

1974년 5월 '새마을 양잠 시범대회'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잠업(蠶業·누에를 치는 사업)을 국가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1884년 '잠상(蠶桑·누에와 뽕나무)공사'를 설치하고 선진 잠상기술을 보급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에서 잠상기술자를 초빙하고 새로운 품종의 뽕나무와 누에를 수입하기도 했으니 그야말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이후 6·25전쟁 상황에도 누에씨를 생산해 보급할 정도로 정부는 그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1960~1970년대에 들어서도 '양잠사업'을 장려하고 육성해 농가 소득을 늘리고 국가경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은 전쟁 이후 1차 산업에 의존하던 우리의 산업구조와도 연관 있어 보인다.

당시 육 여사 축사 후 직접 누에치기 시범 보여
기념 식수 후 소양강댐 향해 물고기 방류행사도

잠업에 대한 국가적 기대감 상당했다는 방증
서거 이후인 제4회 대회부터는 규모 축소돼


사진은 1974년 5월28일 춘성군 신북면 산천리 오동국민학교(현 춘천시 신북읍 오동초교)에서 개최된 '새마을 양잠 시범대회' 모습이다. 1972년 경기도 가평군을 시작으로 이듬해 충북 청원군 잠엄기술연수원에서 열린 대회에 이은 세 번째 행사다. 서슬 퍼런 시절, 퍼스트 레이디의 방문이니 운동장은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당시 정소영 농수산부 장관 부부와 손승덕 국회의원, 박종성 도지사를 비롯한 전국의 양점관계관과 양잠농가 관계자, 여성단체 대표 등 1,000여명이 운집했다.

이날 정소영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잠업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늘날 잠업은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중요한 전략업종으로 등장했으며 80년대 8억불의 잠업소득을 올려 1인당 국민소득 1,000불 달성과 100억불 소득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결의를 다짐하자.”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치사도 이어진다.

“상전(桑田·뽕나무 밭) 규모가 크고 의욕적으로 잠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강원도에서 이 대회를 갖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하며 자립과 부농의 꿈을 키워 가는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또 전국잠업농민을 대표해 영월에서 온 신풍자씨가 △농촌 근대화 실현 주체가 된다 △증산과 소득 증대 전념해 잘사는 농촌을 이룩하는 역군이 된다 △잠업기술과 품질을 향상해 100억달러 수출 목표를 달성하는 기수가 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어 춘천여고 학생 250명이 새마을노래를 합창하는 것으로 대회는 마무리된다.

이 행사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잠업에 거는 기대감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자들은 대회장인 오동국민학교에서 100m가량 떨어진 뽕나무마을의 '한생잠업연구소'에서 진행된 시범행사에 참여했다. 이 연구소에는 신축한 410㎡ 크기의 첨단 잠실(蠶室)이 설치됐다고 하는데 온도와 습도를 인공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전국 양잠농가의 시범 시설로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육 여사는 내무부 장관 부인, 농수산부 장관 부인 등과 함께 연구소 내에 조성된 600여평의 뽕밭에 들어가 뽕을 따고 누에치기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 기념 식수 행사도 진행했다.

강원일보 1974년 5월30일자 실린 '陸女史(육 여사)의 내춘(來春) 하루' 제하의 기사 내용이다.

“흰색 투피스의 간편한 차림으로 뽕밭에 들어선 육 여사는 직경 1㎝가 넘는 뽕나무 가지 26대를 잘라 누에치기 시범을 보였고 막 잠을 자고 난 굵은 누에를 직접 손으로 만져 가며 소탈한 아낙네의 작업 과정을 빈틈없이 해냈다.”

시범작업을 모두 마친 육 여사가 실크제품 전시장을 들른 후 가진 환담자리에서 펼친 '슬기로운 현모양처'론도 당시에는 큰 화제를 모았다. 육 여사는 새로운 현모양처상을 말하면서 과거의 현모양처가 노인을 모시는 데 맹종하거나 집안 식구 뒤치다꺼리에만 급급한 것이었다면 오늘의 현모양처는 생활을 과학적으로 구사하고 가족의 건강관리·소비생활의 과학화, 자녀교육의 합리화 등 슬기로운 여성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 여사는 행사장을 떠나면서 오동국민학교 학생들에게 노트와 연필 1,200개씩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소양강댐으로 향한 육 여사는 한국자연보호협회총재 자격으로 물고기 방류행사에 참여한 후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새마을 양잠 시범대회의 규모는 점차 축소된다. 이날 열린 양잠대회 세 달 후 육 여사가 서거했기 때문. 이듬해 충북 청원군에서 열린 4회 대회에는 전년의 3분의 1 수준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니 육 여사의 부재가 잠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회는 정소영 농수산부 장관의 부인인 박재옥씨가 육 여사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후 산업구조가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일본의 생사 수입규제조치와 중국의 덤핑판매로 잠업은 크게 위축된다. 최근에는 누에와 뽕나무를 활용한 기능성 제품들도 생산되면서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되고 있다.

오석기·김남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