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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 명품길]그대 발끝에 가을이 물든다

 

하늘의 홍조 '쪼르륵' 흘러내려
순식간에 '형형색색' 색채 향연
신발끈 동여매고 길 위에 서면
코스모스 병사들이 도열하네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처럼 일고,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처럼 밀려온다고 했다. 어느 시인은 가을을 그렇게 노래했다.

새벽 어스름. 파란 차가움. 조금 늦게 도착한 여명(黎明).

아파트 창 너머 '붉으락푸르락' 펼쳐지는 하늘 파노라마.

뽀송뽀송 솜구름. 그 끝자락 심지에 불이 붙는다. “화르륵”. 이제부터 붉은 새벽이다.

그런데 붉으락…, 그러다 또 푸르락…. 계절이란 녀석.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하늘의 홍조는 점점 짙어져 '쪼르륵' 산 위에 흘러내린다. 그 기운은 산등성이 미끄럼틀 타고 아래로 또 아래로 내달린다. 붉은 차가움. 이 모순(矛盾)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어느새 염색 완료. 녹색의 산은 순식간에 '천변만화(千變萬化)' 버전으로 탈바꿈이다.

그렇게 하늘에서 흘러내린 가을, '형형색색' 색채의 향연은 어느새 산 아래, 길 옆에 당도한다. 그리고 이제 너희가 길 위를 흐르게 하라 말한다. 이곳까지 내려온 가을을 실어 나르라 재촉한다.

발끝에는 이미 가을이 묻어 있다. 신발 끈 동여매고 길 위에 선다. 그리고 나는 흐른다. 가을을 품고 길 위를 흐른다.

가을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산의 흔적, 그 장엄한 자연의 역사 속을 걷는다. 코스모스 병사들이 도열한다. 바람 따귀에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흔들흔들'. '하늘'에서 온 가을을 반기며 '하늘하늘'. 가을은 이러구러 간다. 시나브로 흐른다. 가을은 길을 따라 바다에 다다르고 길을 따라 호수에 머문다. 또 길을 따라 산을 오르며 눈이 부시게 진해진다. 가을을 '가을'하게 하는 길은 또 그렇게 더 선명해진다.

글=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