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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4> 오케스트라는 왜 시작 전 '라음'으로 조율할까?

 

 

공연 시작 전, 오케스트라 단원이 하나둘 입장한 뒤 악장이 걸어나와 한 연주자에게 사인을 보내면 '라'(A)음이 울려퍼진다. 소리를 내는 악기는 '오보에'다. 오보에 음을 듣고 단원들은 거기에 맞춰 자기 악기를 조율한다. 그렇게 모든 악기가 조율을 마치고 나면 지휘자가 등장해 비로소 연주가 시작된다.

 

오케스트라가 오보에의 '라'음에 맞춰 조율하는 이유는 뭘까? 현악기는 온도나 습도에 예민하기 때문에 환경이 바뀌기만 해도 음높이가 변한다. 관악기는 한 음을 길게 소리 내기 힘들고, 또 세게 불면 음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목관악기는 바순의 경우 음이 너무 낮고, 플루트는 음이 퍼지는 경향이 있다. 겹리드(double reed) 악기인 오보에는 홑리드 악기인 클라리넷보다 소리가 안정적이고 멀리 가기 때문에 기준음을 주기에 적합하다. 그 밖에 오케스트라의 구성 중 오보에가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고, 또 오케스트라의 여러 다른 악기소리와 섞이지 않고 구분해내기가 쉽다.

 

그럼, '라'음으로 조율하는 이유는? 악기는 개방음일 때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한 소리를 낸다. 현악기의 경우 줄을 누르지 않고 현만 그을 때, 관악기는 키를 누르지 않고 내는 소리가 개방음이다. 오케스트라 악기의 개방음은 다 다르지만 비교적 많이 겹치는 음이 '라'음이기 때문에 조율의 기준음으로 정해진 것이다.

 

오보에의 길이는 70cm 정도이며, 콧소리 섞인 여성의 목소리처럼 또렷하고 단단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색을 지니고 있다. 개성이 강한 악기지만 다른 악기와 소리가 잘 어울린다. 또 리듬감 있게 빠른 악절을 연주할 수 있고 소리가 풍부하고 목가적인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항상 오케스트라 조율을 오보에가 하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 협연의 경우, 악장이 피아노의 라음을 누른 후 조율하면 다른 단원들도 그 음에 맞춘다. 관악 없이 현악 오케스트라일 경우엔 악장이 조율을 하고, 앙상블의 경우도 피아노가 있으면 피아노가, 현악 앙상블일 경우에는 제1바이올린이 조율을 담당한다.

 

앞으로 공연 전, 오보에 '라'음에 맞춰 악기를 조율하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면 연주가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그리고 클래식에 대해 좀 안다고 어깨를 으쓱대며 한껏 폼을 잡아도 될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