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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살아난다, 골목길-가볼만한 국내 골목 여행지]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이 즐거워진다

60~70년대 지역 예술인들 아지트 창동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로 되살려
문신테마거리·에꼴드 창동 등 예술 향기
1000개 골목 1000개 이야기 발굴
도시재생 프로젝트 5개 코스 근대골목투어
3·1만세운동길, 약전골목 등 2코스 인기

 

‘골목길, 관광이 되다’.

요즘 같은 속도의 시대에는 잃어버리고 사는 게 많다. 어릴 적 추억이 살아 숨쉬는 골목길이 그런 곳 가운데 하나다. 골목길은 추억이고 삶을 되돌아 보는 거울과 같다. 그래서 골목길을 찾아 나서는 건 잊고 지낸 우리들의 그 시절을 재발견하는 힐링의 시간이기도 하다.대구의 근대 골목에서부터 부산 감천문화마을, 창원 창동예술촌까지 전국구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골목길로 떠나보자.

 

 

 

#창원 창동예술촌

지난 2013년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무학소주, 몽고간장, 시민극장 등 창원(옛 마산)의 3대 부잣집 아들이 등장한다. 극중 미팅 주선자는 자신의 친구들을 여학생들에게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마산 돈은 다 이 세 오빠들이 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응답하라 1994’가 종영된 이후 창동은 전국 각지에서 시민극장 등을 둘러보려는 방문객들로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창동은 과거 ‘경남의 명동’으로 불렸던 마산 최대 상권이자 상징이었다. 특히 창동일대는 조선시대 전국 10곳의 조창(漕倉)중 한 곳이 자리잡았던 250년의 전통이 깃든 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3년 경남도청이 부산에서 창원으로 이전하고, 창원시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마산의 최대 번화가인 창동과 오동동 역시 시들해졌다. 하루가 다르게 거리는 썰렁해지고 점포들도 문을 닫았다. 창동과 인근 오동동 점포 160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비었고 20년 이상 비어 있던 건물도 80%나 됐다.
 

쇠락해가던 창동에 활력을 불어 넣은 건 예술이었다. 사실 1960∼70년대 창동은 지역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 ‘전원’ ‘망향’ ‘르네상스’ ‘실로암’ ‘비원’ 등 다방과 음악감상실은 창원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화가 최영림, 시인 김춘수, 천상병, 가수 반야월 등이 자주 모여 예술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창원시가 ‘예술1번지’로 되돌아가는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를 추켜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창동예술촌의 매력은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이다. 마산의 르네상스 시절의 자취를 엿볼 수 있는 마산예술흔적골목, 세계적 조각가 문신의 프랑스 체류시절의 기억을 보여주는 아트공간 등으로 꾸며진 문신테마거리, 쪽샘골목과 오동동 불종거리 입주작가와 상인들이 융합하는 ‘에꼴드 창동’ 등은 탐방객들에게 추억과 설레임을 안겨준다. 모퉁이를 돌면 만나게 되는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예술적 감성은 창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대구 근대골목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이은상 작사·박태준 작곡 ‘동무생각’중에서 )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가곡의 무대인 청라언덕은 대구의 중심가(중구 동산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는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0∼1986)의 첫사랑이 시작된 애틋한 장소다. 오늘날 청라언덕이 러브스토리의 무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건 대구 근대골목투어 덕분이다. 근대골목투어는 대구 읍성 주변의 1000여 개 골목에 스며있는 1000여 개의 이야기를 발굴해 5개의 코스로 엮어낸 대표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오랫동안 방치돼온 도심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내 ‘보존’하고 이야기를 덧입혀 되살린 것이다.

모두 5개 코스로 구성된 근대골목 투어는 1코스당 평균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때문에 골목투어를 제대로 즐기려면 1박 2일 정도가 좋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가장 인기가 많은 제2코스, 일명 ‘근대문화골목’으로 만족해도 괜찮다. 청라언덕 동산선교사주택을 시작으로 3·1 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서상돈 고택~약령시~진골목~화교소학교를 경유하는 1.64㎞ 코스다.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무방하지만 시작점인 청라언덕에서 코스를 따라 걷는 게 일반적이다.

청라언덕 동무생각 노래비를 따라 시내 방면으로 내려가면 3·1 만세운동길이 펼쳐진다. 계성학교, 신명학교, 성서학당, 대구고보 학생들이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3·1운동 집결지인 큰장터로 가기 위해 지나 다녔던 솔밭길이다. 계단 옆 벽면을 따라 1900년대 초 대구 사진과 3·1운동 당시 모습들이 전시돼 있다.

2코스의 마지막 구간은 약전골목과 진골목이다. 약전골목의 백미는 바로 ‘마당 깊은 집’이다. 소설가 김원일의 자전적 소설인 ‘마당 깊은 집’은 장관동과 종로, 진골목 일대를 배경으로 어린 길남이의 눈으로 6·25 전쟁 직후의 피난민 생활과 사회상을 그려냈다. 영생덕 만두전문집, 양곡배급소였던 C&S 편의점, 대구화교소학교, 정소아과 의원 등 소설속의 무대들과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부산감천문화마을

광주에서 자동차로 3시간쯤 달려 도착한 감천문화마을의 길목은 명성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혹시 길을 잘못 찾은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낡고 칙칙했다. ‘문화마을’이라는 화사한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골목길에 접어들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가파른 산비탈에 자리한 파스텔톤의 지붕들과 파란색 물탱크가 기하학적인 풍광을 빚어낸다.

우선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작은박물관’이 방문객을 반긴다. 100㎡ 규모인 박물관에는 6·25전쟁 직후 50년대의 옛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작은박물관에서 마을의 ‘과거’를 알게 됐다면 이제 본격적인 골목투어에 나설 때다. 가파른 골목길은 오르기 힘들지만 골목 구석구석과 빈집을 채운 예술작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고기 형상의 안내표시를 따라 가다 보면 아름다운 조형물들이 예고없이 불쑥 눈앞에 나타난다. 문병탁의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 전영진의 ‘사람 그리고 새’, 신무경의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등이 숨어 있는 보물들이다.

골목길이 많은 건 마을의 태생과 관련이 깊다. 감천문화마을은 피난민들이 만들어낸 ‘달동네’다. 지난 1950년 6·25 전쟁때 피난민들이 몰려와 계단식 단층 주택을 다닥다닥 짓고 살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여기에 1958년 태극도 신도 4000여 명이 모여들면서 약 1060세대의 판자촌이 들어섰다. 마을과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계바늘을 6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듯 하다. 푸른 바다와 파스텔톤의 마을이 한폭의 풍경화를 이루면서 관광객들의 가슴 한켠에 독특한 이미지를 심어놓는다. 특히 설치미술가 나인주의 조형물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는 마을의 아이콘이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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