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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4.3트라우마센터 개소 1년] “아버지 만나러 가는 기분…매우 만족”

생존희생자, 강정마을 주민 등 559명 등록…작년 운영실적 1만700건 달해
공간 협소해 이용자 대기시간 계속 길어져…국립 트라우마센터 승격 시급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러 오는 기분이에요.”

4·3트라우마센터 개소 1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이곳에서 만난 유족 고옥자씨(76)는 센터를 이용하는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씨는 “4·3 당시 아버지를 잃고 70년 넘게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올해 1월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센터를 찾고 있는데, 상담을 통한 마음의 치료와 함께 물리치료도 받을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말했다.

4·3 유족인 고씨의 남편 김수홍씨(81)도 “4·3 때 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랜 기간 고통의 세월을 살아왔다”며 “센터가 유족들이 상처와 아픔을 치료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제주시 이도2동 나라키움 제주마루 2층에 있는 4·3트라우마센터가 6일로 개소 1주년을 맞는다.

센터는 국가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유에 대한 관심 저조와 전문적인 치유 기관 부재 등으로 고령의 4·3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한 치유활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추진됐다.

실제 2015년 4·3 생존희생자와 유족 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 생존희생자의 39.1%, 유족의 11.1%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존희생자의 41.8%, 유족의 20.4%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 증세를 보여 센터 건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었다.

센터는 개소 이후 4·3이 남긴 마음속 상처와 70년이 넘도록 말하지 못한 한과 눈물의 세월을 위로해왔다.

지난달 말 기준 생존희생자와 유족, 강정마을 주민 등 559명이 센터 이용자로 등록했고, 지난해 5월 개소 이후 12월 말까지 1만700건에 달하는 운영 실적을 기록했다.
 

 

센터는 피해자의 심리 치유, 건강한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정신건강 심리상담은 물론 예술치유(음악, 원예, 문학, 미술, 명상) 프로그램과 신체치유(도수·물리치료, 한방치료, 신체재활)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신건강 간호사와 물리치료사가 함께 거동이 불편한 유족들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 치유가 호응이 높다.

고현정 센터 주임은 “4·3의 아픔을 털어놓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치유된다는 어르신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센터 이용자가 느는 반면 공간이 협소해 이용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인력과 장비 확충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어 국립 트라우마센터 승격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대로 센터를 국립기관으로 승격한다고 밝힌 바 있다”며 “정부의 국립 트라우마센터 법제화 계획에 따라 센터의 국립기관 승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유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