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계절, 체감온도가 무려 30도를 넘으면서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보리 베고 모 심는 시기인 망종(芒種)을 지나 본격적인 더위를 맞이하는 6월, 힐링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심신이 지친 이 계절에 '특별한 선물'이 대전을 찾는다. 길게는 가을의 초입까지 진행될 '2인2색'의 아름답고 울림이 있는 전시를 보며 갈증을 해소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영재 개인전 '소나기'=유리공예 기법의 하나인 '가마소성'은 750-850도의 온도로 유리를 녹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작업 방법이다. 날카롭고 위험해 보이던 유리가 그 성질을 잃고 동그란 물방울처럼 변모해 틀 안으로 들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가마소성 중에 틀이 깨져서 유리가 모두 흘러나오거나 뜨거운 온도에서 색이 변해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디딤돌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공예의 의미도 새롭게 정의된다. 그렇게 탄생한 유리 작품은 과정이 남긴 흔적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리가 흘러 들어가며 틀과 닿았던 표면, 유리의 색이 섞이며 만들어내는 결의 모양, 유리 조각들 사이에 있던 공기 방울들.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각기 다른 메시지를 품은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았다.
유리공예전 '소나기'는 일상의 순간에서 시작됐다. 바람에 느껴지는 꽃향기, 소나기구름이 밀려올 때 불어오는 바람과 풀 냄새, 붉은 하늘이 반사되는 아파트 창문들과 늦은 시간 정류장의 불빛까지. 작가는 작업실을 오가며 보았던 풍경 등 평범한 순간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유리의 질감과 투명함을 이용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 작가는 "전시 기간 2개월 동안 조금씩 작품들이 바뀔 계획"이라며 "삶에서 느끼는 작은 변화와 기쁨들을 이야기한다는 주제를 반영하듯 전시의 형식으로도 그 의미를 보여줄 수 있게 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랩마스 아트갤러리(서구 계룡로 314 대전일보사 1층), 6월 15일(화)-8월 15일(일)
◇Special Exhibition 'Novo Apartment_2F'=스튜디오와 집의 모습을 혼재한 새로운 형태의 기획전인 'Novo Apartment'가 대전에 찾아왔다. Novo 작가는 집이 갖는 의미가 더욱 각별해진 팬데믹 시대에서 정서적 기억의 공간인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작가에게 집은 본인 자신을 투영하는 장소다. 아주 오랫동안 작가가 마주했던 '집은 나에게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묻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다.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삶의 바탕을 선택하는 일과 같다. 작품으로 그려지고 만들어진 오브제들과 컬러들 속에는 Novo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작가의 작품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고 있지만 대부분 명료하고 정직하고 용감하다. 그의 작업이 가까이에 있는 사물들을 관찰하고 재해석하거나 텍스트를 이미지화해 작업 요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Novo 작가는 "순차적으로 선보일 전시를 기획하며 복잡하게 생각할 틈 없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충실하게 보여주고자 한다"며 "작품들과 함께 공간에 머무는 동안 나와 집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유연하게 탐험하며 나만의 시간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Maison Galleria Daejeon 1층 (유성구 대덕대로 576), 6월 11일(금)-9월 9일(목)
조은솔 기자 2omsol2@daej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