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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2021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③ 창원보건소 오재연 의사

오전엔 접종센터·오후엔 보건소… “일상회복 위해 뜁니다”
첫 확진자 생기며 방역 최전선 투입
호흡기 치료·검체 채취자 선별 업무

“의사인 저도 사태가 이렇게 길어질 줄 예상하지 못했어요. 모든 인류가 처음 접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일부 바이러스 전문가 외에는 누구도 해를 넘길 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거예요.”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달이 지난 2월 20일,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합천 거주 20대가 도내에서 첫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경남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게 됐다.

 

확진자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사망자도 속속 발생하면서 미지의 감염병에 대한 공포감은 계속해서 확산했다. 도내 첫 확진자 발생 반년이 지난 지난해 8월 서울 광복절 집회와 사랑제일교회발 위기를 넘긴 이후, 사람들은 더이상 코로나19를 신종 질병으로 여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당시만 해도 하반기엔 확산세가 누그러들고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식당, 운동시설, 학원, 병원, 복지시설, 직장 등 일상 속 조용한 전파가 이어졌고, 해를 넘긴 올해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남창원농협 사태 등 대유행이 다시 시작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등 코로나19 사태는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든 사람이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방역 일선에 있는 공공 의료진들은 누구보다 지치고 힘든 상태다. 그럼에도 이들은 내색하지 않고 더 안전한 내일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재연(39) 창원보건소 의사(사무관) 역시 마찬가지다.

 

오씨는 지난 2016년 창원보건소 의무사무관으로 부임해 행정과 의사 일을 병행 중이다. 주로 의사 업무를 많이 보는데,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목표로 관할 동네 건강증진센터에서 지역민들의 만성질환이나 가벼운 질환들을 진료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지난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엔 창원지역의 방역 최전선에 나섰다. 하지만 사태 초기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고 방역 체계도 미흡했던 터라 주로 보건소나 선별진료소에서 호흡기 증상 치료와 검체채취 필요자를 선별하는 업무에 집중했다.

 

 

 

지난 19일 창원보건소에서 만난 오씨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의료진들 사이 가장 걱정되던 부분은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면서 “티를 낼 수는 없지만, 나도 처음 접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은 분명히 있었다”고 코로나19 사태 초기를 회상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창원의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은 6명씩 1개 조를 편성해 12시간 2교대로 쉴 틈 없이 근무했다. 공무원의 특장점으로 꼽히는 ‘칼퇴근’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날도 잦아 피로가 매일 누적됐다.

 

이후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방역체계가 조금씩 자리 잡았지만,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오씨의 업무는 더욱 늘어났다.

 

오씨는 “초기엔 검사자 선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검체 채취나 백신 접종 업무에도 투입되고 있다. 오전에 백신접종센터에서 근무하고, 오후에 보건소로 복귀하는 형식”이라며 “많이 힘들긴 하지만, 이제는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지 않고도 검체를 채취하는 등 선별진료소 시설이나 근무 시스템이 잘 갖춰져 다행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오씨는 여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지만 소중했던 일상들을 잃어버렸다. 가족들과 함께 다니던 해외여행은커녕 외식이나 지인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다. 공직자라는 신분이 그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든다. 오씨는 “얼른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지만, 이제는 보건소 직원들 대부분 코로나19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 같다”면서 “이제 코로나19를 일상으로, 또 관련 업무를 주 업무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 고마운 동시에 안타까운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지금 오씨의 바람은 정시 퇴근 후 보건소 동료들과 평범한 회식 자리를 갖는 것이다. 이는 곧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더이상 악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아니더라도 ‘위드 코로나’ 패러다임 속에 모두가 일상으로 되돌아 간다면, 그동안 고생한 우리 동료들 모두 모여서 따뜻한 밥 한 끼, 고기 한 점 나누면서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방역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 직원들이 회식을 하는 것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