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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현장] 마산 독립운동가 김명시를 춤으로 기리다

세대 허무는 젊은 춤꾼들의 빛나는 열정
‘춤패뉘무용단 무용열전’ 연습현장 가보니
오는 12일 마산 시민극장 공연 앞두고 연습 한창

음악에 몸을 맡긴 무용수의 몸짓이 경쾌하다. 움직일 때마다 마스크 너머 가쁜 호흡이 들쑥날쑥한다. 보랏빛 두건을 쓰자 이전과 다른 강렬한 춤선이 드러난다.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독성을 가진 ‘투구꽃’을 동작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지난 25일 마산 경희무용아카데미학원. 무용수들이 오는 12일 오후 5시 마산 시민극장에 올려질 ‘춤패뉘와 함께하는 무용열전’ 연습이 한창이다. 이번 공연은 정양자·이영희 원로 무용인과 신인 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서는 자리다. 스승이 제자들을 이끌어주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연출을 맡은 춤패뉘무용단 박은혜 대표는 “무용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올 수 있었던 건 고(故) 이필이 스승이 이끌어주신 덕분이다. 작년부터 선생님들을 챙기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막상 뒤를 돌아보니 무용을 이끌어갈 30~40대 무용수들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제자들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전했다.

 

 

박 대표는 창원에서 활동하는 여성 무용수 5명을 선정해 ‘실험의 장’을 마련했다. 무용수들의 평균 나이는 20대 후반. 이날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개인작품을 선보인다. 모두 창원대 무용학과 출신으로, 마산 무용 거목인 고 이필이·정양자 선생에게 춤을 사사받았다.

 

박 대표는 “2년 전부터 시도는 했는데, (신인 무용수들이) 무대 경험이 적다 보니 겁을 먹는다. 저 역시 그런 시절이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여러 무대에 서봐야 한다. 꾸중도 듣고 칭찬도 들어야 자신만의 색깔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총 4개의 창작무로 구성된다. 참여 무용수들은 신소빈, 이유진, 황정민, 박효영, 박선하. 코로나로 공연이 한 달가량 미뤄진 어려움이 있지만, 원로 무용인들과의 무대가 다시없을 기회인 만큼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신소빈 무용수는 “연(緣)은 이별의 아픔을 춤으로 승화한 작품이다. 마음이 떠난 남자는 흑백 그림자로, 마음이 남은 여자는 색이 있는 형태로 만나고 헤어진다. 친구·연인·가족 다양한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황정민 무용수는 “평소 독립운동에 관심이 많아, 무용으로 창작해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중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속 인물들을 접하게 됐고, 어떤 역할을 시도해볼까 고민하게 됐다.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지나기까지’는 마산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김명시의 삶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진 무용수는 “대학교 졸업작품을 구상하던 중 투구꽃을 알게 됐다. 원래 2분30초 분량의 짧은 무대였는데, 7분으로 스토리를 늘려 재창작했다. 투구를 쓴 꽃이 왜 독이 되고, 사람을 죽일 정도로 위험한지를 춤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박효영·박선하 무용수는 “파랑새하면 행복을 떠올린다. 하지만 행복은 같은 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파랑새가 다르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무대에 설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춤을 향한 열정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이번 무대를 계기로, 언제 어디서나 ‘창작의 기회’가 열려 있길 꿈꾼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복지와 예술이 융합하는 무대, 코로나를 대체할 공연예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글·사진=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