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 당국이 오는 2025학년도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내실을 다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교원 수급 문제와 공간 조성 등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과제가 만만치 않은 것은 물론 2028년 대입 개편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제도가 조기 도입될 경우 교육 수요자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시교육청은 19일 '대전 고교학점제 정책 공감을 위한 브리핑'을 열고 "2023년까지 지역 전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지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1년 기준 현재 일반고 연구·선도학교, 직업계고 선도학교 등 총 31개교가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 내 모든 고교가 미리 학점제 교육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는 2024년까지 연차별 지원 계획에 따라, 학교 공간 조성을 위해 모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대전고교학점제지원센터를 열고, 전면 도입을 대비해 고교학점제의 안착과 교육청·학교·지역사회 교육공동체의 자발적 수업 모임, 미래 교육방향 탐색 제안을 위한 나눔 공간 지원 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조기 도입된 지역 내 연구·선도학교에서는 제도를 둘러싸고 여전히 잡음이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에서 내실화를 꾀하고 있어도 고교학점제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 학점제형 공간 배치의 현실적 한계, 교원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고교학점제를 향한 곱지않은 시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전 지역 A 고등학교 한 교사는 "학점제형 공간을 조성하려고 해도 학교 내 공간과 교실은 한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또한 새로운 과목이 개설돼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흥미와 적성보다 입시의 유불리를 더 따질 수 밖에 없어 학교 차원에서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사실상 오는 2023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가 조기 도입되면서 대입과 제도의 괴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새 대입제도 개편안은 오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데 고교학점제에 따라 교육을 미리 받게 되는 현 중학교 2학년 학생은 현행 대입제도로 '과도기 입시'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입시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수능의 영향력이 큰 입시 제도 아래에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하고 진로를 설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 입시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고교학점제가 적용된 학교 생활을 한다면 대입 전략을 짜는 데 있어 혼란이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로 다양한 과목 개설이 불가피해지자 교원수급 문제도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중등 교원 정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간 '엇박자'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교육청은 교과순회교사, 학점제 교사·강사 인력풀 등을 운영해 교과 수요에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기간제 교사 대거 양성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고교학점제를 고려한 새로운 교원수급전망모델 또한 2025년 도입에 맞춰 내년에 발표되는 것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오석진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학생들의 과목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고교학점제의 무사안착을 위해 총력을 가하겠다. 정식 교원 수급이 쉽지 않은 실정에서 학생과목선택권 확대를 위해 인근 학교와 연합해 개설하지 못한 과목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고교학점제를 위한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대전 지역의 특성을 살려 체계적이고 선도적인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조은솔 기자 2omsol2@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