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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전통과 문화, 힐링 조화 이루는 수행도량 ‘빛고을포교원’…광주에 20일 개원

지리산 화엄사 포교원 하남동에
대웅전·선방·강의실 갖춰
명상·시민대학 등 프로그램 다양

 

현대인들은 바쁘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역설적으로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정보화가 진행될수록 여유가 없어진다. 마치 기계의 부속품 같다. 이러한 때 한적한 산사를 찾아 천년고찰의 고즈넉한 향기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바람소리, 물소리를 벗 삼아 한가롭게 전통 문화를 감상하다 보면 한결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도심 속에 힐링과 여유, 수행을 하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눈길을 끈다.
 

지리산 화엄사(주지 덕문)의 ‘빛고을포교원’이 최근 광주시 광산구 하남동에 둥지를 틀었다. 본사인 화엄사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에 있는 천년대찰이자 역사의 유구함과 빛나는 문화유산을 간직한 명찰이다. 또한 수행의 역사가 면면히 이어져 온 수행도량이기도 하다.

그 화엄사가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도심에 포교원을 개설한 것. 그동안 본사 위주의 수행가풍을 유지, 계승해왔으나 좀더 시민과 불자들 곁으로 가까이 하기 위해 도심에 수행처를 연 것이다.

오는 20일 개원을 앞두고 방문한 이곳은 번잡한 도심에서 떨어진 곳이라 다소 한갓졌다. 물론 주위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숲처럼 사방을 에워싸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외곽 쪽으로는 산과 들이 펼쳐져 있고 반대쪽으로는 군데군데 건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전통문화와 현대도시를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맞춤한 분위기가 흘렀다.
 

포교원의 시작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엄사 전 주지인 원응당 종원대종사의 원력으로 이곳 토지를 매입했다. 조실 명선 대종사와 문장 종국 큰스님, 회주 종열 큰스님 등 대덕스님들의 서원과 정성, 마음을 보탠 여러 인연들이 모여 결실을 이뤘다.

 

 

 

지난 2019년 기공식 봉행 2년 만에 개원을 앞둔 이곳은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로 완공됐다. 회색빛의 외관은 단아하면서도 현대와 전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분위기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도심포교도량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에 맞는 공간을 마련하고 신도님들이 수행과 신행활동에 진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했다”며 “이곳 포교원이 신앙생활, 신행생활 그리고 문화공간으로서도 세세생생 빛나는 도량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발원한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약사전. 약사여래를 모신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시민선방,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화교실을 갖추고 있다. 정면 약사여래 부처는 일반의 불상과 달리 미소를 짓고 있다. 이재순 석장(무형문화재 제120호)의 작품으로 정교한 조형미와 어우러진 온화한 미소가 일상에 지친 이들을 향해 위로의 미소를 건넨다.

천정에는 비천상의 조형물이 달려 있다. 근엄하지 않는 편안한 모습이 이편의 마음을 다독인다. 시민선방은 일반적인 선방에서 볼 수 있는 방석이 없고 대신 편안한 등받이의자가 놓여 있다. 앉아 있으면 스스로 잠에 빠질 것 같은 분위기다.

2층에는 대웅전이 자리한다. 벽면을 에워싸고 있는 삼천불상에선 그것을 만든 이의 공력과 수고로움이 배어나온다. 삼존불상 좌우에 비치된 불탑 형상은 미디어 조형물로, 따스한 빛을 발현한다. 천장 벽면을 장식한 탱화와 다양한 불교 기물과 도구들은 사찰의 내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느낌이다.

한편으로 화엄사의 ‘화엄’(華嚴)의 의미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비추며 흘러가는 장엄한 세계’가 바로 화엄이다. 걸림없이 서로를 용납하고 수용하는 그런 사상과 관점을 이곳에서 되새길 수 있다.

지하는 공양실과 대청마루, 화계마당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젊은 취향을 고려한 현대적인 디자인은 여느 모던한 찻집을 옮겨온 듯하다.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이색적인 정원과 만난다.

포교원은 개원 이후 신도를 위한 다양한 신행프로그램(다라니기도, 참선)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문화강좌로 요가와 다도, 민요 등도 개설할 예정이며 직장인을 위한 명상반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가정을 위한 법회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포교원 연성 주지스님은 “이곳을 부처님의 도량이자 다양한 불교문화와 쉼이 있는 힐링의 공간으로 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의 010-6654-1163.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