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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호남문화재연구원, 마한토기 복원사업…29일 가마에서 소성

1500년 전 ‘마한’ 물·흙·불로 되살리다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 시행 계기로 10개 기종 100여점 복원

 

작은 불꽃이 부스스 일었다. 마침내 마른 나무에 불이 붙었다. 불꽃은 고대의 시간 속으로 서서히 역류해 들어갔다. 늦가을 장작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허공으로 퍼졌다, 이제 가마는 뜨거운 불을 견뎌내야 한다. 최소 3일 이상 1200도 이상의 고온의 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비로소 그릇이 될 수 있다.

마한토기 복원을 위한 소성(燒成)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토기 복원은 1500여 년 전 역사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고대인들의 다양한 삶과 문화를 간접체험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담양 봉산면에 있는 (재)호남문화재연구원(이사장 임영진)은 29일 오전 연구원 내 자리한 가마에서 마한토기 복원을 위한 소성작업을 공개했다.

이번 복원작업은 마한역사문화권이 포함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이뤄졌다. 전통문화와 문화재, 매장문화재에 대한 조사 등의 학술사업이 연구원의 설립목적이라면, 이번 토기복원은 연구원의 정체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토기는 문헌자료가 부족한 고대사회의 면모를 파악하는 데 있어 널리 사용되는 고고학 자료다. 매장 유적뿐 아니라 주거시설이나 무덤 등에서 출토되는 까닭에 특정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대체로 고분에서 발견된 마한옹관은 박물관 등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러나 토기는 백제나 신라 등 다른 고대국가에서도 만들어진 탓에 구별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연구원에서는 이번 복원을 통해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 마한 문화와 풍습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실 마한은 고대(1~3세기경)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정치세력이었다. 호남의 탯줄인 영산강을 중심으로 문화적 자양분을 형성했던 마한은 오늘날 전라도 문화의 토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을 배경으로 드넓게 펼쳐진 나주평야는 고대시대부터 지배세력의 중요한 터전이었다. 특히 다시면 복암리 일대의 고분은 고대 지배세력의 수준 높은 유물들이 출토돼 관심을 끌었다.

연구원은 이번 복원을 위해 광주전남지역 주요 유적에서 출토된 마한토기 가운데 10개 기종을 선정했다. 그 가운데 100점을 성형, 건조시킨 다음 가마에 불을 때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마한토기 중 대표적인 토기는 발, 장란형토기, 시루, 완, 양이부호, 이중구연호, 유공광구소호, 개배, 뚜껑, 조형 토기 등이 있다.

전형민 기획과장은 “이번 마한토기 복원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마한 사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고고학 자료로서의 마한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연구원에서는 대표적인 마한토기 등을 관찰해 제작방법에 대해 추정하고 그 방법을 대입해 가장 적합한 제작방법을 선택했다. 소성토기의 태토를 재현하기 위해 영산강유역에서 확인된 가마유적을 견학하고 그 주변에서의 흙을 채취, 배합해 출토된 토기와 유사한 태토의 배합률을 얻도록 노력했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연구원에서는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 보완 작업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4월부터 복원작업에 참여 중인 김치준 도예가는 “토기는 전반적인 삶과 죽음의 기능을 연결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 외에도 대륙문화와 해양문화의 접점을 이룬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가마의 불 때기 작업이 끝난다고 해서 모든 작업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토기가 서서히 식을 때까지 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물과 흙, 불이 만나 하나의 문화로 응결되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생명의 태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임영진 이사장은 “백제나 신라의 역사문화권에서는 ‘백제요’, ‘신라요’가 만들어져서 그 시대 토기를 상품화하여 널리 알리고 있다”며 “마한토기 복원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마한의 문화를 연구하고 알리는 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