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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죽음 막을수 있을까·(上)] 경인지역 법원 '산안법 위반' 판결문 분석

보름에 한 명꼴 숨졌지만… 형벌은 늘 '유예' 되었다

 

오늘도 누군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가장 기본인 '안전'이 지켜지지 않은 현장에서 이들은 떨어지고, 기계에 끼이고, 넘어지고, 무너져서 죽는다.

지난해 9월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는 1천635명, 전년 동기 대비 62명 늘었다. 정부가 노동자 안전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미흡한 안전 조치로 노동자가 죽어도, 중형 선고는 극히 드물었다.

'산재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회에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노동계·경영계는 각자 관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이들의 우려는 무엇인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지난해 4월 평택항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고(故) 이선호군은 300㎏ 컨테이너 벽체에 깔려 숨졌다. 이군은 기본적인 안전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고,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명백한 산업재해다. 그러나 원·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형 집행을 유예받았다. 이처럼 산재로 일터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지만 처벌은 유족 등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경인일보가 2020년 1월11일부터 2022년 1월10일까지 경인지역 법원이 내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과 이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등에 대한 1심 판결문 54건(항소심 1건 포함)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모두 48명이 일터에서 숨졌고 12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25명은 안전난간 미설치, 안전대 설비 미설치, 안전모 미착용 등 부실한 안전조치로 추락사(死)했다.

최근 2년간 48명 사망… 12명 부상
현장 안전·방호조치 지켜지지 않아

 

 

 

수원의 한 아파트 외벽 물청소 작업에 투입됐던 50대 남성은 24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고, 지난해 1월 40대 남성은 지붕슬래브 페인트를 벗기는 작업에 투입됐지만 추락 위험 방지 시설이 없어 약 7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추락 위험을 방지할 안전·방호 조치는 현장에 투입된 안전보건관리자 등에 의무가 부여되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노동자가 숨졌고 산안법을 위반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징역 6월의 2년간 법 집행 유예였다.

이들뿐만 아니라, 산안법 등 위반에 따른 피고인으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안전보건관리자 등 80명은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업체 54곳은 모두 70만~1천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이들이 선고받은 평균 벌금액수는 549만원이었다.  

 

노동자의 죽음으로 실형을 받은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판결을 선고한 법원들은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있고 유족과 합의했으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는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안전 책임자 등 '실형' 한건도 없어
업체 54곳 평균벌금 549만원 불과
집유기간 사고에 기소… 또 집유도


게다가 이미 산안법 위반 등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에 또 법의 심판대에 오른 피고인도 있었지만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 A(39)씨는 2020년 4월13일 오후 1시20분께 광주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20t 이동식 크레인 고리에 1.4t에 달하는 철근 다발을 걸어주는 작업을 하다가 흔들리는 철근에 부딪혀 숨졌다.

A씨와 함께 작업하며 크레인으로 철근 다발 인양 작업을 맡은 B씨는 이동식 크레인 명세서에 따라 크레인이 인양할 수 있는 정격하중을 고려하지 않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B씨는 이미 동종 전력이 2회 있었고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받아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그러나 판결은 금고 10월의 집행유예 2년이었다. → 관련기사 3면([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죽음 막을수 있을까·(上)] 판결문 통해 본 노동자들의 마지막 순간)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