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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담양 문예창작촌 ‘글을 낳는집’ 이곳에 오면 누구라도 글이 술술~

김규성 시인 2010년부터 운영
지난해 35권 창작집 출간
강석경·이도흠 등 300여명 다녀가

 

흔히 말하기를 창작은 산고의 과정이라고 한다. 고통이 수반되는 지난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마치 거미가 좔좔 실을 뽑아내듯 머릿속의 영감을 구현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작가들은 거미처럼 글을 뽑아내는 문인들을 가장 부러워한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순풍순풍 글을 낳게 된답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눈이 번쩍 뜨였다. 어떻게 하면 글을 그렇게 술술 풀어낼 수 있을까. 담양 ‘글을낳는집’. 이곳은 문인들이 일정기간 숙식을 해결하며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다.
 

지난 2010년부터 김규성 시인이 담양(대덕면 용대리 555번지)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창작을 하는 시인이기도 한 김규성 씨가 이곳의 실질적인 촌장이다.

그는 “글을 손이나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낳아야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며 “유명 문학관이나 호화 팬션에 비해 작고 조촐하지만 인적이 드물고 쾌적한 천혜의 무공해 청정지역에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원래 그의 고향은 영광이다. 50대 중반까지 가장으로 장남으로 대가족을 책임져야 했던 시인은 이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뒤늦은 나이에 문단에 등단한 터라 늘 가슴속에는 문학에 대한 열망이 자리했다. “더 늦기 전에 창작에 몰입하고 싶다”는 생각은 문예창작촌으로 구체화됐다.
 

지난 2010년 교육과 창작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해 문화예술위원회에 신청을 했다. 당시에 운영 조건이 지원 50%, 자부담 50%였다. “지금은 자부담 비율이 조금 줄었지만 대신 인건비나 식재료비가 적잖이 소요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글을낳는집’은 예상했던 모습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광주에서 담양 창평면까지는 곧잘 오가는 길이지만, 창작촌이 자리한 대덕면 용대리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가지 않는 길이었다. 산중의 도로는 2차선의 비좁은 도로였으며 인적이 거의 없었다.

“도심의 찌든 스트레스를 훌훌 떨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절로 와 닿았다. 산을 굽이굽이 넘고 나니 약간의 평지가 보였다. 앞뒤로 산이 에워싸고 있고, 옆으로는 약간의 농토가 보였다. 도시와 절연된 터라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을 환경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수십 독이나 되는 항아리였다. 촌장의 부인 김선숙 씨가 가장 아끼는 보물들이었다.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은 김선숙 씨를 가리켜 ‘약선요리 전문가’라고 했다. “음식을 잘한다”, “음식 맛이 좋다”보다 더 뛰어넘는 상찬으로 들렸다.

이곳에는 7명의 문인들이 입주해 글을 쓰고 있다. 한번 입주를 하면 3개월간 머물 수 있다. 신춘문예나 우수문예지로 등단을 하고 최근 5년 이내 작품집을 발간한 문인 등이 요건이다. 현재 조성국 시인, 강병철 소설가, 조명희 시인, 박마리 소설가, 홍종의 동화작가, 이순임 소설가가 저마다 치열하게 창작에 몰입하고 있다.

홍종의 동화작가는 “이곳에 있으니 너무 글이 잘 써진다. 지난 1일에 입주했는데 그동안 두권 분량의 동화를 썼다”고 말했다. 조명희 시인은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예전에는 9시에 일어났는데 이곳에서는 6시에 기상을 하니 하루를 알차게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강병철 작가는 “성장소설 1000매 초고를 탈고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쓴 덕분”이라며 웃었다.

이들은 창작도 창작이지만 힐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주위 환경이 창작뿐 아니라 기력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조성국 시인은 “광주를 떠나 이곳에 있으니까 몸과 마음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인근 삼나무 숲을 산책하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고 말했다.

입주 작가들은 해마다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까지 300여 명의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는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이들이다. 강석경, 송기원, 이화경, 이도흠 작가와 김이듦, 신덕룡 시인 등이 입주 작가로 활동을 했다. 지난해 입주한 권달웅 작가는 동리목월문학상을, 이화경 작가는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매년 20여 권의 창작집을 발간하는 것 같아요. 작품으로 따지면 150여 편을 발표하구요. 지난해에만 모두 35권의 작품집을 냈으니까 적잖은 성과죠.”

촌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어렸다. 이곳은 연중 입주가 가능하다. 물론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격년제로 입주할 수 있다. 사정에 따라 집필실이 비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입주 희망자는 문의(010-8643-2386)하면 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