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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강원의 맛·지역의 멋]정겨운 골목길 호텔 선물같은 ‘봄캉스'

숨·명·찾 가이드 (2) 고한 ‘마을호텔 18번가'

 

 

광산 폐쇄 뒤 어느새 빈집 늘어선 마을
주민들이 가꾸고 다듬어 관광지로
지역재생의 모범 ‘18번가의 기적'

오래된 동네가 청춘들의 쉼터로
정암사·수마노탑·구공탄시장
잊지 말고 들렀다 가시길


뻥 뚫린 고속도로, 페달을 밟는다. 봄빛이 흐드러진 춘천을 떠나 얼마를 달렸을까. 어느새 태백산맥 자락, 그 입구. 구불구불 곡예길은 석탄 실어나르던 이들의 험난한 일상을 짐작게 하고, 창밖으로 지나는 바람이 빽빽한 숲의 숨결을 전한다. 강원도 어디에나 끝없이 있을 것 같은 산자락의 풍경이지만, 태백산맥 품에 안긴 이곳 정선, 평창, 영월의 산길은 한 편의 한국화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위도를 따라 한층 농밀해진 햇볕의 밀도, 그 뒤로 펼쳐진 광활한 수묵화 군락이 아찔하다. 차 안, 플레이리스트가 흘려보내는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어느새 스물 하나도, 스물 다섯도 훌쩍 넘긴 청춘이었던 그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넨다.

백두대간의 비밀을 간직한 함백산, 석가모니의 몸 일부를 담고 있다는 그 산 아래로, 다정히 손을 잡고 ‘호캉스'를 왔다는 연인들의 이야기와 밤이면 카지노 불빛까지 생경하게 반짝이는 도시. 도무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풍경 속에 오늘날의 정선이 있다. 고도성장기에는 연탄으로 이웃에게 온기를 내어줬고, 지금은 휴양지로 쉴 곳을 주는 정선 땅. 그래서 ‘오래된 도시' 정선은 거센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이 푸르다.

여기, 정선을 청춘이게 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지역사회재생의 ‘모범 답안'이자 지금도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동네, ‘마을호텔 18번가'다.

이곳은 광산이 폐쇄된 뒤 어느새 빈집이 늘어선 마을을 2018년부터 주민들이 하나씩 가꾸고 다듬어 새로운 관광지로 재탄생시킨 ‘주민 주도 마을 만들기'의 산실이다. 골목길 정비로 시작해 지역 내외의 다양한 전문가들, 공공기관까지 모두 동원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보며 누군가는 이곳을 ‘18번가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주민들은 이제 ‘성공사례'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마을', ‘노력하는 마을기업'을 목표로 힘을 모은다.

오늘은 소중한 친구와 손잡고 18번가의 기적을 만나러 간다. 울퉁불퉁, 인적까지 드문 시골길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알록달록 예쁜 건물과 친절한 호텔 사람들이 풀꽃 같은 미소로 반기는 곳이다. 마을을 지켜주는 파출소 뒤로 ‘중식당' 노릇을 하는 반점과 ‘인생사진'을 남겨준다는 사진관, 이곳 터줏대감인 이발관 사장님까지. 이곳에 체크인하고 나면 어느 고급 호텔도 부럽지 않다. 밤에는 광부들이 고단한 삶을 달래던 연탄구이가 색다르고 관광코스 안에는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만날 수 있는 정암사, 수마노탑, 올림픽아리바우길도 빠지면 아쉽다.

곧 함백산도 한껏 농익은 봄빛으로 완연해지고 마을호텔 담장에는 색색의 꽃이 피어난다. 겨우내 혹독한 추위에도 이렇게 다정한 꽃빛을 잃지 않은 정선은 꼭 해맑은 친구를 닮았다. 올 봄, 다시 오지 않을 청춘에게 인사를 건네며 정선에 ‘체크인' 해보면 어떨런지.

정선=박서화·이현정·김현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