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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괴짜’ 이외수 하늘에 잠들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간탐색

폐렴으로 별세…‘꿈꾸는 식물’·‘들개’·‘벽오금학도’ 등 작품
SNS 170만명 팔로워…촌철살인 메시지 통해 대중들과 소통

 

 

지난 25일 폐렴으로 별세한 작가 이외수는 ‘괴짜’, ‘기인’으로 불렸다.

고인은 50년 넘게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세계를 펼쳐왔다. 특히 미려한 문체와 감성,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구원을 탐색했다.

유족 측은 이외수 작가가 25일 오후 8시께 폐렴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4년 위암 2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20년 3월 뇌출혈로 쓰러졌으며 그동안 재활에 집중해왔다.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강원도 인제군 본가에서 자랐다. 춘천에서 30여 년간 창작활동을 펼쳤으며 지난 2006년 이후에는 화천군 상서면 감성마을로 이주해, 투병 전까지 거주했다.

일반인과 독자들에게 ‘강원도 출신 작가’라고 알려진 데는 그런 연유와 무관치 않다. 작가는 1965년 춘천교대에 입학했지만 1972년 중퇴했다. 같은 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견습 어린이들’이 당선됐으며 이후 1975년 중편 ‘훈장’으로 ‘세대지’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창작의 길로 들어섰다.

 


첫 장편 ‘꿈꾸는 식물’을 비롯해 ‘들개’,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등은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작품들이다.


‘꿈꾸는 식물’은 가족의 몰락과 도덕의 상실로 방황하는 주인공을 통해 청년들의 인생을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출간 당시 70만 부가 판매된 ‘들개’는 제도권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 화제를 모았다.
 

또한 ‘벽오금학도’는 출간 3개월 만에 120만부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풍류도인 농월당 선생과 그의 손자인 강은백, 신통력을 지닌 노파 등의 인물을 매개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우화형식으로 형상화한 ‘황금비늘’은 작가가 오랫동안 심취했던 선도의 깨달음을 담은 구도 소설이다. “상상 속의 물고기를 통해 참 자유의 경지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그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생전에 작가는 지상파 예능, 시트콤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SNS에서 17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정치적인 견해를 가감없이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트위터 대통령’이라고 불린 것은 그러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통해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했던 데서 연유한다. 대선 열기가 뜨겁던 지난 1월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후보님, 힘 내십시오. 저도 힘 내겠습니다”고 지지를 보냈다.

어린 시절 그는 화가를 꿈꾸기도 했다. 춘천교대 시절 미전에 입상한 경력이 있으며 1994년 선화(仙畵)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작가는 3년 전 졸혼(卒婚)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그가 쓰러지자 부인이 달려와 병간호를 해왔다.

한편 고인의 장남인 이한얼씨는 SNS에 “밀린 잠을 청하듯 평온하게 눈을 감으셨고 지금이라도 깨우면 일어나실 것 같은데 너무 곤히 잠드셔서 그러질 못하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