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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서민 점심 ‘돼지수백’도 1만 원대 ‘런치플레이션’

 

주머니 걱정 없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을 때 부산시민들은 골목마다 널린 돼지국밥집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부산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인 돼지국밥도 최근 불어닥친 물가 상승 대란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했을 때 돼지국밥 가격은 10% 이상 상승했고, 1만 원짜리 한 장으로는 수육백반도 주문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취재진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 연말 부산지역 대표 돼지국밥집들의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분석했다.

 

식자재 가격·인건비 인상 원인

부산 돼지국밥·수백값도 뛰어

직장인들 도시락 싸 와 점심 해결

4월 외식 물가 IMF 후 최대 상승

 

 

 

〈부산일보〉가 2019년 미식 전문가 등과 함께 ‘부산돼지국밥 로드’로 선정한 국밥집 30곳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한 곳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아 평균값 산출에서 제외했다.

 

2019년 연말 국밥집 29곳의 돼지국밥 평균 가격은 6942원, 수육백반의 가격은 9180원이었다. 해운대구 유명 관광지 국밥집 1곳을 제외하고 수육백반 가격이 1만 원을 초과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2년 반 만에 돼지국밥과 수육백반의 가격은 모두 11%씩 뛰었다. 현재 이 국밥집들의 돼지국밥 가격은 평균 7769원이며 수육백반은 1만 260원이다. 돼지국밥 가격은 많게는 2000원씩 올랐고, 수육백반은 최고 3000원까지 인상됐다. 메뉴판의 가격 구성이 변하지 않은 식당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인상을 원인으로 꼽았다. 최근 메뉴 가격을 모두 1000원씩 인상했다는 한 국밥집 사장은 “돼지 머리고기 가격이 지난해부터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조금씩 올랐다”며 “마늘, 고추, 부추 등 반찬으로 나가는 부재료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국밥집 관계자는 “식자재 가격도 오르지만 인건비와 임차료도 급격히 뛰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는 식당이라 오랫동안 고민했고 송구한 마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지갑 얇은 직장인들의 대표 식사 메뉴인 돼지국밥마저 가격이 오르자 물가 부담을 호소하는 서민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을 합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직장인 정현철(35)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5000~6000원 내면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이젠 식사에 커피까지 하면 1만 5000원은 기본이 됐다”며 “식비를 줄이기 위해 점심에 도시락을 싸 다니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6% 상승했다. 외환위기로 휘청였던 1998년 4월 이후 가장 많이 오른 수치다. 갈비탕(12.1%), 생선회(10.9%), 김밥(9.7%), 피자·짜장면(9.1%)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을 정도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