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1.3℃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포항 7.8℃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순천 6.7℃
  • 홍성(예) 3.6℃
  • 흐림제주 10.7℃
  • 흐림김해시 7.1℃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메뉴

(부산일보) 2030 ‘영끌족’ 자산의 역습에 ‘영털’됐다

 

모든 현금을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 등 미래 자산에 뒤늦게 몰아넣었던 2030세대 ‘영끌족’이 ‘자산의 역습’으로 패닉에 빠졌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하자 이들이 영혼을 걸었다던 부에 대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자산투자를 권했던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과감한 선택을 했던 이들은 사회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 평범한 부산 청년 '3인의 이야기'를 통해 영끌족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대출 받아 투자 우량주 ‘반토막’

암호화폐 ‘숏 투자’ 투자금 날려

신용대출로 집 샀다 고금리 폭탄

불경기·금리 인상·고물가 ‘악재’

부에 대한 희망, 절망의 나락으로

 

■“‘삼전’은 괜찮다면서요.”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이 모(29) 씨는 요즘 오전 9시만 되면 심장이 쿵쾅거려 업무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주변에 “주식으로 날린 돈을 합하면 중형차 한 대 사고, 남미 여행도 다녀올 정도”라고 한탄하는 것도 지쳤다. 주식 투자에 막 발을 담갔던 이 씨는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등 코스피를 대표하는 우량주에 돈을 밀어넣었다. 바이오나 정치 테마주 등 한탕을 꿈꾸지 않고, 더디지만 올바른 길을 걷는다고 이 씨는 생각했다. 하지만 8만 원대에 들어갔던 삼성전자 주가는 ‘4만 전자’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수직 하락했다.

이 씨는 “전문가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주식을 하지 않으면 게으른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입하더니 장이 하락하자 약속한 듯 모두 사라졌다”며 “대출까지 받아 주식을 샀는데, 막연히 버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갑갑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파티는 끝났다

 

올해 11월 결혼을 앞둔 박 모(34) 씨는 지난달 암호화폐 투자로 5000만 원을 잃었다. 멋모르고 시작한 비트코인 투자가 화근이 됐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재미를 본 박 씨는 이런저런 암호화폐에 손을 대다 급기야 해외 거래소의 ‘선물거래’까지 넘보게 됐다.

 

 

암호화폐 선물거래는 현물거래와는 달리 가격이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숏 포지션’에 베팅할 수 있다. 게다가 증거금을 담보로 수십~수백 배의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상품도 있다. 박 씨는 “레버리지를 이용한 숏 투자는 한 번만 삐끗해도 투자금 전액을 잃는 구조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전셋집 마련부터 예식장 대관까지 돈 들어갈 일이 산더미라는 생각에 요즘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월급으로 감당 안 되는 ‘내 집’

직장인 정 모(37) 씨는 지난해 10월 부산 동래구 한 아파트를 7억 원대에 구입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소식에 마음이 급해져 본인은 물론 아내의 신용대출까지 모두 끌어서 마련한 집이었다. “실거주를 위한 매매는 언제나 옳다”는 인터넷 카페 이용자들의 조언도 한몫했다. 하지만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상환액이 2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정 씨의 집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집값이 오르면 버틸 희망이라도 생길 텐데, 자신이 산 것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된 매매 실거래가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금리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다는 뉴스는 그 자체로 절망적이다.

정 씨는 “3개월마다 새로 책정되는 신용대출 변동금리가 다음 번에는 얼마나 오를지 두렵다”며 “일확천금을 꿈꾼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