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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추석명절 갈등해소, "조선시대 선조들의 추석 모습처럼"

한국국학진흥원, '초간일기' 등 옛 문헌에 담긴 조선시대 추석 소개
차례 모시는 장소·참여범위·역할분담, '오늘보다 유연하고 합리적'
수확기쁨 가족과 함께 나누며 조상 기리는 날, '가족모두 포용해야'

 

#"조카 김형을 시켜 수록동(水錄洞)에 있는 조부의 묘소를 벌초하고 음식을 올리도록 했다", "가동의 제사에 범금과 임인이 술을 가지고 와 올렸다"(조성당일기)

#"시냇물이 불어나 건너기 어려워 산소에 성묘하러 갈 수가 없었다. 해가 저문 뒤에 손자 복인과 아우 상기가 술과 포를 조촐하게 갖추어 성묘하고 돌아왔다"(청대일기)

일기를 통해 본 조선시대 추석 명절은 친가와 외가 후손들이 번갈아 산소 벌초에 나서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간소한 음식으로 성묘하는 등 수확의 기쁨을 조상에게 감사하며 온 가족을 포용하는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여 만에 아무런 제약 없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명절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우려가 있는 가운데 조선시대 추석 풍경을 담은 일기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안동 예안에 살았던 김택룡의 '조성당일기'와 예천 권문해 선생이 쓴 '초간일기', 상주 권상일의 '청대일기', 안동 예안 김령의 '계암일기', 대구 손처눌의 '모당일기' 등에 담긴 조선시대 추석 풍경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차례를 모시는 장소와 참여 범위, 역할 분담에 이르기까지 오늘날보다 더 유연하고 합리적이었던 추석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경북 예천의 초간 권문해(權文海·1534~1591)의 '초간일기'(1582년 (음)8월 15일)에는 "용문에 있는 선조 무덤에서 제사를 지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산소에 올라갔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안동 예안에 살았던 조성당 김택룡(金澤龍·1547~1627) 역시 '조성당일기'(1617년 (음)8월 15일자)에서 "술과 과일을 마련해 누이의 아들 정득, 조카 김형, 손자 괴를 데리고 가동(檟洞)의 선산에 올라 선영에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추석 차례를 가족과 친척이 산소에 모여 지내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주의 청대 권상일(權相一·1679~1759)은 '청대일기'(1745년 (음)8월 15일자)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간소한 제물로 성묘를 지낸 모습을 보여준다.

안동 예안의 계암 김령(金坽·1577~1641)은 '계암일기'(1621년 8월 15일자)에서 "먼저 외가의 추석 차례를 지낸 후, 집의 사당에서 추석 차례를 올렸다"고 했다.

추석 차례에 참석하는 친족의 범위도 지금과는 달랐다. 대구의 모당 손처눌(孫處訥·1553~1634)은 '모당일기'(1601년 (음)8월 15일자)에서 "오후에 조부 및 부친의 묘에서 돌아왔다. 동생 희로가 두 사위를 데리고 와서 참석했다"고 적고 있다.

 

 

김택룡 일가는 추석 준비도 함께하고, 음식 마련도 서로 도왔다. 친가와 외가의 후손이 번갈아 산소의 벌초와 차례를 맡았다. 조성당일기에는 형편껏 역할을 분담해 서로 도와가며 추석을 지낸 모습이 담겨 있다.

김지은 한국국학진흥원 국학미래본부 책임연구위원은 "형식에 치우친 차례 문화는 명절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다. 조상을 기리며 함께 모여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는 추석의 의미를 되살려, 가족 모두를 포용하는 추석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