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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위기의 경기도 낙농업·(中)] 15일 기한 쫓겨 쥐어짰지만… 유업체 직속 농가 '착유 압박'

더 힘든 비조합 낙농인

 

12일 오후 양주시의 한 목장에서 40년 동안 목장을 운영한 60대 이모씨가 전날 매출 전표를 보며 한숨을 뱉었다.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 15시간을 일하고 쥔 돈은 61만원. 언뜻 많은 매출 같아 보이지만, 수익은 10만원 가량에 불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사료값 때문이었다.


이씨처럼 수익이 급감하면서 최근 2년 동안 이씨네 목장 인근에서 4곳의 낙농업 농장이 폐업했다.

이들 중 몇 곳은 '유업체 직속 농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협동조합에 속하지 않고, 유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직속농가는 협동조합보다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보름마다 의무량 채우는 '쿼터제'
사룟값 올라 적자 "지원도 없어"
1년 단위 적용 조합소속과 대조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대표적인 유제품 기업에 소속돼 납품하는 유업체 직속농가는 하루 동안 짜야 하는 원유의 의무량인 '쿼터'를 채워야 한다. 대체로 직속농가에는 보름의 쿼터가 적용된다. 이씨처럼 새벽부터 출근해 착유, 목장청소, 먹이주기, 분뇨처리 등에 매진해도 쿼터를 채우기 버겁다는 게 이들 농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씨는 "지난해보다 20만원 이상 매출이 줄어들었다. 15일 만에 쿼터제가 정하고 있는 양을 맞춰서 원유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쿼터제 기한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고 양을 초과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당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주 평남 목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당 목장을 30년 동안 운영한 이환수(70) 한국낙농육우협회 빙그레연합지회장은 젖소 110마리를 운영하는데도 올해 들어 매출이 적자로 전환했다. 양주 농가와 마찬가지로 사료 영향이다. 젖소 사료로 쓰이는 조사료가 1㎏당 480원에서 700원으로, 볏짚 한 단도 5만5천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다.

그런데도 쿼터는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쿼터 1천800㎏ 중 1천㎏을 매각하려 했지만 유업체 측의 만류로 무산됐다.

 

 

이 지회장은 "나이가 들어 힘이 부치는 데다 적자가 늘어나 (쿼터를)매각하려 한 것"이라면서 "쿼터를 판다고 하니 빙그레측에서 만류했다. 협동조합과 달리 상황이 열악하다. 사료 구입 시에도 지원금이 안 나와 감당이 안 된다"고 전했다.

직속농가와 달리 조합 소속 낙농가는 1년 단위 연쿼터를 적용 받아 착유 압박이 덜한 편이다. 치솟는 사료값과 같은 외부 요인은 낙농업의 약한 고리인 직속농가를 직격했다.

이 지회장은 "낙농업계가 몇 년 전부터 위기다.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에서 낙농업은 아예 무너진다. 나중에 후회하고 이걸 다시 세우려면 최소 30여년은 걸린다"면서 "낙농업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