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아직 마을분들이 평상에 모여 얘기도 나누시고 나물도 다듬고 하시거든요. 이 평상문화가 계속 지속되고, 흩어진 조각이 모이듯 화합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작가들이 15조각 테트리스 평상을 만들었어요. 해체하면 각각의 모양이 재밌는 평상이 되고 합하면 공연도 가능한 무대가 가능한 곳이지요.”
마을문화가 미술에 녹아들고 주민들은 미술가가 됐다. 곧, 마을은 둘러보는 곳 어디든 미술관이다. 지난 20일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돌산마을 일대에서는 주민과 아티스트가 소통해 마을에 조형 작품을 설치한 ‘어디든 갤러리’ 등 2022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 ‘돌산마을 미를 더해 빛나다’ 결과물인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밭 한가운데도, 경로당 앞도 ‘미술관’= 문화체육관광부와 창원시의 매칭 지원으로 진행된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삶의 환경을 미술을 통해 아름답게 가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10년 넘게 진행됐던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마을과 주민들에게 미술로 위안을 건네고 다시금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시도이고, 미술 작가들에게는 일자리를 얻는 기회다. 동네 빈집에 미술 작가를 살게 하며, 지역작가들과 함께 마을과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고 설치했더니 동네 자체가 예술이 됐다.
40년 동안 마을을 지킨 돈산 미용실과 마을의 자랑인 천연 빨래터에서 노는 풍경이 화폭에 옮겨졌고, 평범한 작은 텃밭 사이에는 다트핀을 꽂아 만든 팬지꽃이 피었다. 여좌2부녀경로당 앞에는 사람들의 얼굴을 포개며 서로에게 기대는 작품이 놓였다. 주민인 이정수 할머니와 윤덕선 할아버지 얼굴은 각각 진해벚꽃 분홍과 진해 바다 파랑 위에서 모델이 됐다.
골목을 따라, 하천을 따라 마을 산책 한 바퀴면 자연도 느끼고, 미술 작품을 느끼는 미술관 관람이 된다. 벚꽃이 피는 진해군항제 때까지 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28일까지였던 전시 기간을 4월 14일까지 연장했다.
이 프로젝트를 끌어낸 정지윤 시티앤로컬협동조합 이사장은 “작가분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가능한 프로젝트였는데 모두 재밌어 하셨다”며 “주민분들은 타지에 있는 가족과 친구분들에게 마을을 자신이 직접 참여한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좋아하셨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미술= “아이고야, 우리 보고 작가님들이란다!” 주민들은 그림을 그리고 전시함으로써 작가로 데뷔했다. 돌산마을 주민인 신순자·박금선·이종순·구재수·이광순·문석순 작가는 마을에 이웃과 행복하고 즐겁게, 복을 받으면서 살기를 바라는 소망을 해바라기 그림으로 담아냈다. 오는 24일 오후 6시 여좌고가교 아래 합천고물상(여좌로118번길 39) 앞 공터에서 열리는 축제의 장 ‘언더 더 브리지 아트쇼’에도 주민들이 참여한다. 마을을 지나가는 여좌고가교 거대한 기둥 위에 정진경 작가와 주민이 그리는 대로 레이저를 수놓고, 마을의 이름이 된 돌산에도 미디어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창작음악·무용·미디어아트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공연도 함께 펼쳐진다.

정 이사장은 “같은 것을 놓고 그리고도 서로 다른 결과물을 얻으며 서로의 시각차를 깨닫는 계기가 됐고, ‘작가님들’이라 불리며 자부심도 생기신 것 같아 보람이 있다”며 “내년에는 작가, 주민분들과 함께 이 동네의 자산인 빨래터와 우물터에 예술을 아름답게 입히는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