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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경남 예술청년 코로나 분투기 (2) 연극청년편

텅 빈 객석 보며 비대면 공연… 연기 열정으로 암흑기 버텼다
길었던 코로나… 지금은 숨통 트여
경남연극제 앞둔 극단 상상창꼬 청년들

경남 도내 예술 분야 중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장르는 ‘연극’이다. 2019년 804건에 달했던 연극 공연 횟수는 2020년 116건으로 85.5%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는 경남 연극이 꾸준한 성장 속에 2019년 역대 최고 공연 횟수를 기록한 직후 터진 것이라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렇게 3년이 지나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다시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어둠 속에서 살아남았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지난 2일 마산 극단 상상창꼬에서 경남연극제 작품 연습 및 행사 준비로 분주한 강주성(35·남), 장모세(36·남), 민수인(34·여) 연극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식지 않는 열정으로 코로나란 혹독한 추위를 버텨낸 생존자들이다.

 

◇생존 신고!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 강주성 : 2011년부터 극단 활동을 12년째 하고 있어요. 지금은 상상창꼬의 경남연극제 출품작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에서 주인공 ‘가우리’ 역을 맡아 연습에 매진하고 있고요. 작품 연습 외에도 상상창꼬가 올해 경남연극제 집행위원회도 맡아 행정적으로 연극제 준비도 병행하고 있어요. 또, 오전에는 학교 예술 강사로 수업에 나가는 등 정말 쉴 시간 없이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 장모세 : 저는 2014년 서울에서 데뷔해 2016년부터 마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 연극배우입니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그 여자가 기다리는 섬’에서 밉상 악역 ‘일월당’ 역을 맡았어요. 저도 연극제 집행위 일을 맡았는데, 기획·홍보 일을 하고 있어요. 예매도 담당하는데 많이들 예매해 주세요!

- 민수인 : 스스로는 작가연습생이라 생각하는 타칭 작가입니다. 2016년 상상창꼬 취미연극반 수업을 들었던 게 계기로 계속 일을 도와주다 보니 이 지경(?)까지 왔습니다. 연극제 집행위에서는 홍보 쪽을 맡고 있어요. 코로나가 끝나 연극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와중에 창원에서 경남연극제가 열리게 되면서 올해는 일복이 터졌습니다.

 

◇코로나19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 강주성 :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는 모든 공연이 취소됐었어요. 이게 주마다 연기되고, 취소되고가 반복되다 보니 다른 일정을 잡을 수도 없었죠. 이후에야 카메라로 촬영해 송출하는 비대면 형식의 연극 지원사업이 생겨 무대에 올랐지만, 관객 없이 텅 빈 곳에서 카메라를 보며 하다 보니 힘이 많이 빠졌어요. 관객들 앞에서만 쏟아져 나오는 배우들만의 에너지가 있거든요. 그렇게 촬영한 영상도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기도 했고요.

- 장모세 : 저는 코로나 전에는 객석과 무대라는 극단에 소속돼 있었는데, 프리랜서 활동 선언이 코로나와 겹치면서 힘듦이 조금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그전부터 무대 관련 아르바이트도 병행했었는데, 문화행사 자체가 사라지니 수입 수단이 아무것도 없게 된 거죠. 그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산에 가서 뛰고 도서관에서 연극 관련 책도 읽으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했답니다. (웃음)

◇코로나 극복은 어떻게 하셨나요?

- 장모세 : 너무 일이 없다 보니 취업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대학 전공인 의류학을 살려 공부하면서 시각디자인산업기사 자격증도 획득했죠. 그런데 막상 자격증을 따서 관련 일을 알아보니 제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어요. 연기가 하고 싶었고 상상창꼬와 비대면 형식이고 많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작품을 하면서 극복해나간 것 같아요. 이외에도 해수욕장 무대 세트 철거 등 공연 관련된 잡다한 일들은 있는 대로 하면서 수입을 유지했어요.

- 강주성 : 부업인 예술강사를 오전마다 하면서 수입적인 측면은 채웠어요. 그러나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과 기약 없는 공허함을 버티기 어려웠죠. 경남의 많은 연극인들이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연극을 1순위로 생각했던 분들 중 코로나로 연극계를 떠난 분은 단 한 분도 없어요.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오늘날 다시 무대 위에서 열연을 펼치며 갈증을 풀고 있어요.

- 민수인 : 2021년쯤부터 마스크를 쓰고 입장이 가능해졌어요. 숨통이 조금은 트였지만, 출입 가능 인원도 절반가량 줄여서 예매해야 했고 실제로 예매했다가 코로나 감염 우려로 취소하는 사례도 종종 겪었어요. 그래도 와주시는 관객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작년에 4편의 작품을 총 39회 공연했어요. 올해도 지원사업 선정 여부를 따져봐야겠지만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바빠질 것 같다고 예상해요. 확실히 더 괜찮아진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코로나가 끝났다는 걸 느끼네요.

◇앞으로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 강주성 : 젊은 연극인들은 대부분 부업을 하고 있어요. 저는 가능한 한 끝까지 배우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사실 행정, 기획 등 여러 가지를 맡다 보니 저만의 시간이 없어요.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걸 배우고 싶어도 지금은 시간이 없고, 다른 일들을 포기하면 돈이 부족한 상황이죠. 예전에 차세대 예술인 지원사업을 받아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런 방식으로 저 자신을 발전해나가고 싶어요.

- 민수인 :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해서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시놉시스를 써보려고 하고 있어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재창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제목이 ‘어느 날 깨어나 보니 AI가 되어 있었다’예요. 게으른 저에서 부지런한 저로 변신해서 올해는 작업을 무사히 마치는 게 목표입니다.

- 장모세 : 경남 연극이 서울 대학로보다 역사도 길고 연극인들의 자부심도 엄청나요. 협회에 지부도 13개가 있을 정도로 규모도 꽤 크고요. 어쩌면 가장 힘든 시절이었을 코로나도 끝났으니 더욱 열심히 해서 경남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경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 민수인 :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공연 콘텐츠에 대한 비용 지불을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근 연극 진흥을 목적으로 무료 공연이 많아졌지만, 극단의 진짜 콘텐츠는 유료 공연에 있어요. 올해도 유료 공연을 진행했는데, 당일 찾아온 몇몇 분이 ‘왜 돈을 받고 공연하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어요.

- 장모세 :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아직도 연극 하는 곳이 있냐’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그런 인식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아직 연극을 경험해보지 않은 젊은 청년들이 이번 경남연극제에 찾아와 연극의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재미와 흥미를 주는 건 저희의 몫인데, 자신 있거든요.

- 강주성 : 저희 연극배우들은 관객들 앞에 서야 힘이 나요. 코로나가 끝났고 올해 인구 100만명이 넘는 창원에서 경남연극제가 열려요. 많은 분이 찾아오실 텐데, 그분들이 극단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