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마산점 폐점이 결정된 지 1년이다. 단순한 영업 종료를 넘어 지역 상권과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직원 수백 명이 실직자가 됐고, 인근 상권은 빠르게 붕괴했다. 문제는 백화점이 사라진 이후 거대한 빈 건물의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마산점 건물을 교육 시설로 활용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빈 건물이 장기간 방치될 시 안전사고 위험이나 도시 슬럼화 등 다양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본지는 지역민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아 마산점 활용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유동 인구 급감·상권 붕괴 심화
시, 전문가들과 다양한 방안 논의
매매가만 400억… 재원 확보 난항
구도심 활성화 대선 공약화 추진
◇“도시가 멈췄다”= 2024년 4월 23일, 롯데백화점 마산점 폐점 결정 소식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대다수 백화점 직원은 뉴스를 통해 폐점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이후 마산점은 6월 말까지 운영하다 문을 닫았다.
마산점은 2015년 롯데가 대우백화점을 인수해 재단장했다. 인수 당시 마산점은 부동산을 KB자산운용에 매각해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폐점의 주된 원인으로 저조한 매출 규모를 든다. 마산점은 전국 롯데백화점 32개 매장 중 매출이 가장 부진했다. 2023년 기준 매출은 74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인근 창원점 매출이 344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폐점 결정 이후 지역사회와 인근 상권은 크게 요동쳤다. 타격은 현재진행형이다. 21일 찾은 마산점 건물 입구는 차수벽으로 막혀 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외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다. 주변에는 매출 부진으로 폐업해 ‘임대 문의’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마산점 건물은 오피스텔을 이용하는 업체 5곳을 제외하고는 비어있다.
마산점 인근 택시 기사들은 “주차할 공간이 없어 마산점 옆에 차를 대고 있다. 손님을 기다리는 건 아니다”며 “지금 정오인데 오전 6시부터 나와 6시간 동안 겨우 손님 3명 태웠다. 백화점도 사라지고, 인근 식당도 문을 닫기 시작하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문화복합공간 가능할까= 창원시는 마산점 건물 활용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최근 시는 전문가들을 만나 △문화복합공간 △마이스산업(컨벤션 및 전시) △실버타운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 이 중 문화복합공간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창원시정연구원도 지난해 말 마산점 활용 방안으로 체육, 노인, 문화 등 시설을 층별로 나눠 입주하는 안을 당시 홍남표 시장에게 보고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부동산 및 마이스 산업 전문가, 경제학 교수 등을 만나 마산점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공통으로 마산 지역에는 문화시설이 부족하니 마산점에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이 들어서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창원시 소유 건물이 아니니 연구 용역을 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건물 소유주인 KB자산운용 측은 이달 중 매각 공고 의사를 밝히고 있다. KB자산운용은 부동산 컨설팅사를 선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매물자가 이른 시일 안으로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한다.
◇문제는 돈= 마산점 건물의 매매가는 4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창원시가 건물을 매입한다고 해도 리모델링과 관리 비용으로 추가 예산이 들 것으로 보인다. 또 마산점 건물은 기둥이 많아 리모델링 공사 시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더욱이 KB자산이 층별 임대가 불가하고 건물 자체로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매입 시 운영 주체도 문제다. 창원시가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직영이 어려워 운영사를 선정하는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창원시와 시행사, SM 간 갈등으로 무산된 ‘창원SM타운’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시와 KB자산운용 모두 적합한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