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新팔도유람] 정조대왕의 ‘수원화성 행차 7박8일’
1795년 을묘년 윤2월 9일 새벽 정조는 비운의 세자이자 아버지인 사도의 능에 참배하기 위해 어머니 혜경궁을 모시고 창덕궁을 떠났다. 노량진에 이르러서는 배다리를 이용해 한강을 건너고 그날 밤 시흥 행궁에 묵었다. 이튿날 점심 무렵 비가 내렸지만 정조는 길을 재촉했고 그날 저녁 화성(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행궁에 당도했다. 정조 행렬의 중심에는 혜경궁과 정조의 가마가 있고 주변에 의장 깃발, 갑옷을 입은 호위병, 음식을 실은 수라가마, 행렬 앞에 군대와 악대가 섰다. 이 행렬을 사실적으로 그린 반차도에 등장하는 인원은 모두 1천779명. 총 길이만 4㎞에 이르렀다. 조선왕조를 통틀어 가장 성대하고 장엄한 행사다. ■ 혜경궁, 사도 무덤에서 통곡 = 화성 행차 셋째 날 정조는 낙남헌에서 문·무과 별시를 시행한 후 다음날 어머니 혜경궁을 모시고 현륭원에 참배했다. 남편의 무덤을 처음 방문한 혜경궁은 비통한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한다. 다섯째 날 혜경궁 회갑연을 봉수당에서 거행했다. 회갑잔치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종친과 혜경궁 친정 식구들이 참석했고 궁중 무용 선유악이 공연됐다. 여섯째 날 오전 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낙남헌에서 나이든 일반 백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