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개그림’은 한국민중미술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르다. 대학가에서 제작한 대형 걸개그림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5·18 진상규명, 남북통일, 민주화의 외침, 평화 관련 아젠다 등 그림 속 주제들은 민주사회를 갈망하는 격렬한 ‘발언’이었다.지역 민중미술사(史)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전남지역대학미술패연합(이하 남미연)의 역사를 갈무리하는 아카이빙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월미술을 포함한 민중미술 전반에 관한 부분은 광주민미협 등을 통해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지금까지 다소 소외됐던 ‘남미연’의 활동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아카이빙 작업의 결과물은 오는 12월(1일~19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 전시를 통해 선보이게 된다.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추석 처음 나왔다. 이후 1기 남미연 의장을 만났던 기세홍(미술교사)씨를 비롯해 김병하(2기·일러스트 작가), 최성(3기·미술교사), 오영아(4기 의장권한대행·작가)씨 등이 준비모임을 꾸리고 자료들을 수집해왔다.이번 기획에는 남미연에서 활동했던 여러 미술패중 조선대 ‘개땅쇠’, 전남대 ‘마당’과 ‘신바람’(미술대
올해로 서거 12주기를 맞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인권·평화의 철학을 계승하기 위한 추모 행사가 추도식과 음악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김 전대통령의 삶과 역사를 기념하고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전시·영상·음악회 등 김대중 정신 계승 사업을 펼치고 있는 김대중 추모사업회가 주관한 올해 행사는 전시회, 학술대회, 공연 등 다양하게 진행됐다. 18일 오후 2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이번 추도식과 음악회는 ‘아! 김대중-사람을 하늘처럼, 세계를 한집처럼(事人如天 萬邦一家)’을 주제로 열린다. 공연에서는 오페라를 비롯해 한국가곡, 민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준다. 첫 곡은 바이올린(박승원), 플루트(김설하은), 첼로(오지희), 클라리넷(이은영)이 어우러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이다. 이어 소프라노 김선희·임현진, 테너 김백호, 바리톤 김철웅 등이 ‘동심초’, ‘고향’, ‘신아리랑’, ‘청산에 살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을 들려준다. 또 오페라 ‘잔니 스키키’ 중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My Way’ 등도 준비했다.광주시립합창단은 부지휘자 이준의 지휘로 ‘백학’, ‘그리운 마음’, ‘그런 사람 또 없
지금, 광양에 자리한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을 방문하면 즐거움이 두 배다. 독특한 건물 외관 등 새롭게 문을 연 미술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재미와 오랫동안 준비한 ‘개관 기념전’을 통해 다채로운 근현대 미술의 현장을 조우할 수 있다. 414억원이 투입된 전남도립미술관은 옛 광양역사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사통팔달 기차역에 자리한 터라 접근성이 좋고 탁 트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미술관 앞에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광양예술창고’가 자리하고 있고 아트 벤치 등이 놓인 산책로도 조성돼 있어 한가로이 거닐기도 좋다. ‘전남의 풍경을 담다’라는 컨셉으로 설계작업이 진행된 미술관은 전면을 유리로 감싼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나무가 그대로 반사돼 보이는 유리창으로는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이 자리할 터다. 1만 7598㎡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인 미술관 안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립미술관은 9개의 전시실을 모두 한 층에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지하 1층에 자리한 전시실들은 특히 층고가 6m에 달해 인상적으로, 이번 개관전에서 선보이는 대형 작품들에 안성맞춤이다. 오는 7월18일까지 열리는 개관특별기획
제 9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명예 홍보대사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사진>가 위촉됐다.명예홍보대사 위촉은 비대면으로 진행됐으며 이용섭 광주시장과 조수미는 영상을 통해 위촉패 수여와 소감을 전했다. 조수미는 “음악과 디자인은 아름다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공통점이 있다”며 “2021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홍보대사로 활약하게 돼 기쁘고 행사의 성공 개최를 위해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조수미씨의 위촉으로 기대가 크고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위해 힘을 더해주어 감사하다”며 “김현선 총감독의 리더십 아래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세계적인 소통과 교류의 장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명예홍보대사 위촉 영상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홈페이지 및 SNS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제9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d-Revolution(디-레볼루션)’을 주제로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지난 2016년 개관한 광주시립사진전시관(이하 사진전시관)이 문을 닫는다. 사진전시관은 7월부터 광주시립예술단체의 종합연습실과 파트연습실로 사용될 예정이다.26일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문예회관에 따르면 사진전시관은 오는 6월27일까지 열리는 이정록 작가의 전시 ‘꿈, 일상’을 끝으로 개관 4년 8개월만에 문을 닫는다. 전국 최초의 공립사진미술관인 사진전시관은 유휴공간이었던 광주문화예술회관 내 옛 시립미술관 자리에 문을 열었고 개막전 ‘예향·의향 광주를 본다-노랑나비는 새벽에 날다’를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19차례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사진계는 5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공간을 갑자기 없애면서 지역 사진계와 어떤 소통 과정도 거치지 않고, 대안 마련도 없이 폐관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시관을 운영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은 뒤늦게 공론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사진전시관 폐관 저지를 위한 광주사진가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하선)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고, 전문인력도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돼 온 전시장을 갑자기 없애는 건 성급한 처사”라고 주장했다.이들은 또 “광주비엔날레 등에서 보
‘1004섬’으로 불리는 신안군의 섬들은 수국이 아름다운 도초도, 퍼플섬으로 불리는 박지도 등 저마다 자랑거리를 갖고 있다. 군이 적극적으로 ‘1도 1뮤지엄’ 정책을 펼치고 있어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도 눈에 띈다. 주말 하루를 내어 ‘3색 전시’를 만났다. 화가가 태어나 자란 집, 마을회관이 변신한 작은 동네미술관 등 각자의 개성이 담긴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공간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보고전 ◇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하의도에서 오월까지 수국, 철쭉, 장미 등 온갖 꽃들이 피어난 압해도 1004분재공원 안 저녁노을미술관에서는 ‘하의도에서 오월까지’전(6월27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세 점의 대형 작품은 20년의 세월을 아우루는, 민중미술의 변천사를 잘 보여준다. 그 가운데 382년에 걸친 하의도 주민들의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10m 규모의 ‘하의3도 7·7 항쟁도’가 인상적이다. 홍성담·전정호·박성우·전혜옥 작가가 공동제작한 작품은 기존에 익숙했던 민중미술 작품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강렬한 색감과 직접적인 묘사 대신, 한지에 스며드는 듯한 ‘부드러운 힘’이 느껴지는
‘광주 폴리 따라 봄 나들이.’지난 2011년 조성되기 시작한 광주폴리는 옛 광주읍성터를 따라 설치된 광주폴리I 11개, 맛과 멋을 통해 도시의 일상성을 체험할 수 있는 광주폴리III 11개 작품 등 모두 30개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폴리를 운영하는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봄을 맞아 광주 폴리 활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폴리투어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을 둘러보며 잊혀진 광주의 역사를 마주하고, 광주라는 도시의 맛과 멋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재단은 우선 광주폴리 작품의 이해를 돕는 전문적인 해설을 제공할 광주폴리도슨트 11명을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했다.올해 투어는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소규모로 진행된다. 폴리 투어는 타 시도 지자체 및 관공서, 학교, 시민단체 등 단체 또는 5인 이상의 개인이라면 누구나 신청(상시모집, 최소 5일 전) 할 수 있으며 15인 이상 일 때는 차량 투어도 가능하다. 신청 대상에 따라 일정, 경로 등을 협의해 맞춤 투어로 운영하며 영어 해설도 제공한다.광주의 대표 명소로 꼽히고 있는 광주폴리Ⅲ 뷰폴리+설치작품 ‘자율건축’은 거리에서 자연스레 만나는 여타 폴리와 달리, 건물 옥상(광주영
이중섭·김환기·천경자·오지호···.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대표작가들의 작품이 광주·전남에 온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28일 ‘이건희 컬렉션’ 중 광주시립미술관에 5명 작가 30점, 전남도립미술관에 9명 작가 21점을 기증했다. 유족들은 광주·전남 지역에 연고를 둔 작가들의 근현대기 작품을 중심으로 기증했다.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의 소장품 컬렉션이 풍부해져 시도민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연구 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된 작품 중에는 미술관측이 처음으로 소장하게 된 ‘국민화가’ 이중섭(1916~1956)의 작품이 눈에 띈다. 기증작은 은색 담배 종이에 그린 ‘은지화’(銀紙畵) 4점과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4점이다. 궁핍한 생활 속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린 은지화는 1950년대 초반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기증된 4점의 작품 중 3점이 1940년대 작품으로 은지화의 시작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작품 ‘우주’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130억원) 기록을 세운 신안 출신 김환기(1913~1974) 작가의 작품은 모두 5점이 기증됐다. 1968년에 제작된 대작 ‘30
오는 5월9일까지 열리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주제전과 광주정신을 탐색한 ‘GB커미션’,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전 ‘메이투데이’, 국내외 미술관을 연결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함께 만나는 행사다.40여개국 69작가(팀)가 참여해 40점의 커미션 신작 등 모두 450여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이번 행사의 전시 공간은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극장,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광주 곳곳에 흩어져 있다. 각각의 전시장에 들렀을 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문화 행사들을 소개해, 풍성한 즐길거리를 전한다. 각 전시장을 잇는 셔틀버스도 운영하니 잘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은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올 행사의 메인 전시장이다.비엔날레 본전시관은 무엇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시 공간 구성이 흥미롭다. 나타샤 진발라 등 공동예술감독은 ‘지속가능한 전시’를 지향하며 가벽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등 색다른 전시 공간 구성을 언급했고, 베디오고 파사리뇨가 제안한 전시실은 직물과 커튼을 활용하는 등 색다른 디자
목적 없이, 이유 없이 그냥 걸어도 좋은 계절이다. 여기에 멋진 예술 작품이 어우러지면 즐거움은 더 커질 터. 지난 주 양림동에 다녀왔다. 올해 처음 열린 ‘양림골목비엔날레(5월 9일까지)’ 나들이다. 양림동에는 화가들이 많이 산다. ‘마을이 미술관이다’는 컨셉의 이번 행사를 진행하기에 딱 좋은 여건이다. 100년의 시간을 지난 선교사 사택들과 세월의 흔적이 어우러진 풍경들까지 더해지니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봄 나들이로는 그만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관의 지원 없이 오롯이 주민과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여는 행사라는 데 의미가 있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어려운 시절, 자신들의 삶터인 양림동 상권을 예술로 활기있게 만들고 싶다는 작은 꿈들이 모인 결과다. 예술 여행의 출발은 방문자센터 역할을 하는 ‘10년 후 그라운드’다. 옛 은성유치원을 리모델링한 공간에서는 이번 골목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는 아트마켓이 열리고 있다. 공간 이곳 저곳에 ‘숨은그림찾기’하듯, 한희원·최순임·정운학 작가 등의 작품이 걸려 있다. 사람들은 나지막이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차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차분히 그림을 감상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