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 지친 일상을 벗어나 휴식이 필요하다면 어디로 가면 좋을까. 초록으로 물든 나무와 예쁘게 핀 꽃이 어우러진, 대규모 정원을 천천히 둘러보는 건 어떨까. 경상남도 거창군 남상면 월평리, 대상리 일원에 위치한 거창 창포원은 자연과 인간, 계절이 어우러진 대규모 생태정원이다. 지난 2021년 5월 개장 이후 불과 4년 만에 연간 61만 명이 찾는 거창군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 오면 우선 그 규모에 입이 쩍 벌어진다. 2025년 현재 면적이 축구장 66배 크기인 42만㎡에 달한다. 정원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이곳은 지난 2021년 7월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지정됐다. 제2창포원까지 완공되면 총 73만㎡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이는 국가정원 지정 요건(30만㎡)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거창 창포원은 합천댐 조성 당시 수몰지였던 곳을 생태정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거창IC에서 차량으로 약 6분 거리로, 외부에서 접근성이 뛰어나고, 넓은 주차장과 안내센터, 곳곳에 마련된 휴게 공간 덕분에 가족, 연인, 단체 모두가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현재의 봄 풍경 창포원은 계절
지난 3월 21일 산청군 시천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한 달이다. 봄꽃이 만발한 때이지만 불이 집중된 산청군 시천면과 삼장면 곳곳에는 상흔이 아직 남아 있다. 숲이 울창했던 산과 계곡은 물론이고, 국도와 마을 인근까지 새까맣게 탄 흔적이 역력하다. 산불 진화 이후 군민 대부분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화마가 지나간 지역의 주민들은 산불 이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주택과 생계 기반을 잃은 주민은 재건과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천면은 지역을 대표하는 곶감 생산 지역이다. 산청 지역 곶감 1300여 농가 중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시천면 중태마을에는 82가구 130명 정도가 살며,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곶감 농사를 지어 1년을 먹고산다. 시천면 중태마을도 이번 산불을 피해 가지 못했다. 마을 곳곳에는 철제 구조물이 휘어지고 녹아내린 주택이나, 화재로 인해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남아 있다. 주택을 둘러싼 산림도 불에 심하게 훼손됐다. 농협 대출을 받아서 지은 곶감 건조장과 저온 창고도 불탔다. 한 달이 지났지만, 불탄 건물과 농기구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 인근 감나무 농장에는 숯덩이가 된 감나무
산청군 시천면, 삼장면 일대에는 31일 오전에도 헬기가 아침부터 잇따라 연기가 나는 곳에 연신 물을 쏟아붓고 있다. 지상에서는 진화 대원들이 불이 꺼진 곳을 중심으로 남은 불씨를 제거하고 있다. 공중과 지상에서 마지막 잔불 정리에 나선 것이다. 잔불 정리는 주불을 진화한 후에도 남아 있는 작은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작업으로 재발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산청군의 경우 이날 아침부터 산림청, 경찰청, 국립공원, 경남도 임차 헬기 등 13대가 시천면과 삼장면 일대에 투입됐다. 헬기는 이날도 여전히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는 시천면 지휘본부 건너편 도솔암 인근에 집중 투입돼 물을 뿌렸다. 지상 작업은 진화대원들이 맡았다. 이들은 산에 올라가 낙엽층 아래나 암석 아래에 숨어 있는 불씨를 찾아 제거했다. 헬기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이 방법이 효과적이며, 마지막 진화 확인 작업이다. 잔불 정리는 기본적으로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진다. 산청군에서 잔불 정리에 나서고 있는 인원은 하루 140여명. 군 산불진화대 23명과 군청 공무원 50여명, 여기에 읍·면별로 배정된 산불감시원 등 60여명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오후 대원들과 잔불 정리에 나선 산청군 산불진화대 홍구
“밥을 차려 드려도 식사를 하지 않고 울고 있는 주민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우리는 단지 밥 배식만 도울 뿐이다. 그분들 보면 아무 말도 못한다. 빨리 산불이 끝났으면 좋겠다.” 27일 오전 산불 통합지휘본부가 차려진 산청군 시천면 산청곶감유통센터. 지난 21일 오후 산불이 발생한 뒤 다음날 아침부터 6일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산청군 새마을회 김민숙(64) 부녀회장은 일주일 가까이 배식을 돕고 있지만 크게 피곤한 기색이 없다. 김 회장 자신도 산청 단성에서 감 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번 산불로 하마터면 큰 피해를 입을 뻔했다고 했다. “금방 불 끄고 오신 분들, 집이 다 타서 망연자실해 하는 주민을 보면 뭐라 위로할 말이 없다.” 산청군 새마을회(회장 고영화) 소속 새마을 협의회, 부녀회, 문고 회원 60여명은 이곳 지휘본부에서 식사 배식과 설거지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이동 밥차에서 마련한 밥과 국, 반찬을 배식하고 설거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밥차 운영을 책임진 최해문 센터 사무처장은 “22일 새벽부터 지금까지 직원 5명과 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식재료는 산청군이 제공하고, 자원봉사자들이 배식과 설거지를 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