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두꺼운 손이 소년의 머리를 치던 날, 쇠기둥에 이마가 깊게 패었다. 핏물이 눈물처럼 소년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피를 닦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자가 저쪽 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믿을 수 있었다. 소년은 여자가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 낯선 곳에서부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밤새 멈출 것 같지 않았던, 어둠을 뚫고 쏟아지던 눈은 이제 흰 빛으로만 남았다. 이마를 덮은 젖은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다. 바람은 남동쪽에서 불어온다. 지금 그가 가려는 곳, 그는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본다. 어둡고 거대한 산에 가려진 미지의 공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숲의 냄새가 폐로 스며온다. 발목까지 쌓인 눈이 달빛에 드러난다. 바람은 쉬지 않고 틈새를 파고든다. 주머니 속에서 뻣뻣하게 얼어가는 양손을 빼내 천천히 비벼 본다. 감각이 사라진 손끝에 통증이 밀려온다. 그는 하얗게 눈이 덮인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서 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들이 꺾이며 눈 속으로 파묻힌다. 도착할 때만 해도 검게 드러나던 아스팔트 길은 눈에 덮여 사라졌다. 나무들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내들이 초조하게 몸을 뒤척인다. 사내들이 움직이면
“나는 그림 그리고 색을 만드는 것이 좋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레인보우에요. 알록달록 색들을 나만의 색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좋기 때문이에요. 내가 만든 색은 참 아름다워요. 나도 참 아름다워요” 2016년생 리틀 아티스트 조유빈 작가 초대전 ‘Color is Beautiful’이 지난 24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이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블랙, 블루, 옐로우, 핑크 등 색상의 아름다움을 조 작가의 시선으로 나타낸 작품 47점이 선보이고 있다. 조 작가는 “제주도에서 보는 바다색, 예쁜 노을, 주렁주렁 달린 귤, 목장을 달리는 말, 모든 자연은 내가 만든 색으로 더욱 근사해진다”며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마술사”라고 말한다. 1월 3일 열리는 오프닝 리셉션에서 조 작가의 드로잉 퍼포먼스가 준비됐다. 작품 판매 수익금 일부는 제주백혈병소아암협회로 전달할 계획이다.
2023년 계묘년의 수호동물, 토끼 2023년 계묘년의 주인공은 토끼다. 토끼는 십이지 띠동물 가운데 넷째로 을묘(乙卯) 정묘(丁卯) ․ 기묘(己卯) ․ 신묘(辛卯) ․ 계묘(癸卯)의 순으로 육십갑자가 순환한다. 십이지의 토끼[卯]는 방향으로는 정동(正東), 시간적으로는 오전 5시에서 7시, 즉 해가 떠오르는 시간과 방위를 지키는 시간신과 방위신이다 토끼는 장수의 상징(an emblem of longevity)이며, 달의 정령(the vital essence of the Moon)이다. 조그맣고 귀여운 생김새, 놀란 듯이 쫑긋 세운 양쪽 귀를 가져 연약하고 선한 동물로 보이지만, 토끼는 영특하고 슬기로운 꾀보, 꾀쟁이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계에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理想世界)를 꿈꾸어 왔다. 달의 정령이자 장수의 상징, 토끼 토끼는 달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토끼는 달 속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고 있다. 계수나무는 아무리 잘라도 잘라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목(不死木)이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2023년에도 K콘텐츠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한국 영화·드라마는 해외 시상식을 휩쓸 정도로 세계적인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 확대로 K콘텐츠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영상 도시’를 외치는 부산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한국은 세계 콘텐츠 기업 격전지가 됐고, 전국 지자체는 ‘콘텐츠 도시’를 표방하며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부산에는 성장을 이끌 매력이 많지만, 변화 없이 ‘장밋빛 미래’만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은’ 영화·영상 도시 부산은 전통적으로 매력적인 촬영지로 꼽힌다. 푸른 바다와 수려한 산, 새로운 도시와 구도심까지 다양한 배경을 두루 담을 수 있다. 부산영상위에 따르면 200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영상물은 총 1754편이다. K콘텐츠 세계화와 OTT 콘텐츠 확대로 실질적인 촬영 빈도도 높다. 부산영상위는 2022년에만 영화·영상물 138편을 부산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역대 최다 편수인 142편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1년(60편)과 비교하면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태어나 지금까지 아버지의 이름은 나의 수식어였다. 아버지의 삶이 내 생에 고스란히 포개졌으나 그 운명이 억울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아버지는 내 세계를 밝혀준 수원(水源)이었고 내 삶을 형성한 존재였다."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의 맏딸 조호정(1928~2022) 여사는 인천시와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가 30일 발간한 조 여사의 기록집 '바위에 새긴 눈물, 삶으로 피어나다' 서문에서 아버지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조호정 여사는 죽산 선생의 맏딸이자 정치 동지로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겪었다. 조 여사는 생전 기록과 구술을 정리한 이번 책이 나오기 두 달 전인 지난 10월26일 새벽 작고했다. 인천시와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가 이번에 펴낸 책은 조 여사 기록집과 함께 이택선 서울대 정치외교학 박사가 쓴 '죽산 조봉암 평전: 자유인의 길', 죽산의 생애를 만화로 재구성한 '강화 소년 조봉암 대한민국을 세우다' 등 3권이다. '바위에 새긴 눈물, 삶으로 피어나다'는 조봉암 선생이 독립운동을 펼쳤던 상하이에서의 기억, 귀국 이후 인천에서의 학창 시절, 한국전쟁 중 국회부의장이던 아버지의 비서 활동, 진보당 사건 이후 사법살인을 당한 아버
이번 주 극장에는 거대 로펌의 추악한 범죄를 밝히기 위해 나서는 가짜 검사와 검사 중에 검사가 만나 펼치는 고품격 범죄 오락 영화 ‘젠틀맨’, 101번째 프로포즈의 성공만을 기다리는 ‘몬스터 신부:101번째 프로포즈’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세상과 단절된 채 고립돼 살아온 한 남성과 그런 그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희망의 요소’까지 세 편을 소개한다. ■젠틀맨=“나쁜 놈 잡는데 예의가 필요해?” 택배, 소방관, 경찰 안 되는 게 없고 못 하는 게 없는 그가 왔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해결사 ‘지현수’(주지훈). 의뢰받은 사건은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흥신소 사장 지현수는 의뢰인과 강아지를 찾기 위해 간 어느 펜션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쓰러진다. 끊어진 기억과 사라진 의뢰인 때문에 졸지에 납치 사건 용의자로 몰려버린 그. 체포되던 중 자동차 전복사고가 일어나고 이후 검사로 오해받게 된 그는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로 위장해 수사를 시작한다. 검사답지 않은 수사 방식으로 지현수는 검사들의 검사, 일명 검찰부 미친X ‘김화진’(최성은)에 눈에 띄게 된다. 최근 좌천의 쓴맛을 보며 지냈던 김화진은 단순한 납치로 여겼던 사건이 자신을
실패가 예상되더라도 뭐라도 시도하는 ‘뭐라도 프로젝트’ 그룹이 있다. 뭐라도 쓰는 최소영 작가, 뭐라도 그리는 황다해 작가, 뭐라도 만드는 안재홍 작가가 주인공이다. ‘뭐라도 프로젝트’의 최소영 작가는 프로젝트의 목표에 대해 “당장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씩 뭐라도 시도하는 것 그 자체”라며 “일단 무엇이든 시도를 하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할 확률도 높지만, 그 시도가 계속될 수 있도록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뭐라도 프로젝트’ 그룹은 지난 22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갤러리 레미콘(제주시 산지로31)에서 열리고 있는 팝업 전시 ‘PINK FLASH-SANJIRO 31’에 참여하고 있다. 최소영 작가는 융합예술 작품 1점을, 황다해 작가는 목탄화 5점, 안재홍 작가 역시 융합예술 작품 1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융합예술 작품은 모두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로 출품돼,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 작가는 “‘PINK FLASH-SANJIRO 31’ 전시는 제주 최초 현대식 호텔이었던 명승호텔이 ‘갤러리 레미콘’으로 재탄생 후 개최되는 첫 전시”라며 “뭐라도 프로젝트 구성원
최한주 작가가 도내 미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자 갤러리와 카페 형태로 꾸민 문화공간 갤러리 한주를 조성했다. 최 작가는 내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갤러리 한주에서 첫 개인전 '임금 피크'전을 연다. 최 작가는 원광대 미대 졸업 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30여 년 동안 일하고 있다. 입사 후 그림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한국화가로 우뚝 섰다. 전시에서는 최 작가가 일과 그림 그리는 일을 병행하며 밤새워 제작한 전통 수묵채색화를 기반으로 한 인물화, 서예 작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30점을 볼 수 있다. 한국화와 추상화를 넘나들며 오랜 시간 고뇌한 최 작가의 노력이 담긴 작품들이다. 최 작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인생을 살아오며 일과 화가로 불면의 밤을 새우며 제작한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는 첫 전시회라 설렘이 크다"며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무형의 실체를 뜨거운 가슴으로 안고 그리움이 가득한 날에 점과 선으로 여백을 그리며 인간의 존재를 찾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읍 출신으로 한국미술협회·원묵회 회원으로 활발한 미술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라북도미술대전 특선·입선,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한국농어촌
13년 만의 한국어 공연인 ‘오페라의 유령’과 8년 만에 공연되는 ‘레미제라블’이 부산에서 가장 먼저 공연된다. 개관 4주년을 맞이하는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대표 설도권)는 29일 2023년 라인업을 공개했다.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세계적인 명작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50주년 기념 한국 공연,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초연, ‘레미제라블’ 한국 라이선스 공연, 창작 뮤지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영웅’이 확정됐다. ‘캣츠’는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1월 6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공연된다. 특히 이번 공연은 젤리클 고양이로 분한 배우들이 자유롭게 통로에 출몰하는 오리지널 연출과 젤리클석이 5년 만에 부활한다. 불멸의 명곡 ‘메모리’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슈퍼 디바 조아나 암필, ‘오페라의 유령’, ‘캣츠’로 사랑을 받는 뮤지컬 스타 브래드 리틀 등 전 세계 프로덕션에서 온 ‘캣츠 스페셜리스트’ 배우들이 출연한다. 7년 만에 돌아온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50주년 기념 한국 공연은 2월 3일부터 5일까지 공연된다. 1971년 브로드웨이 초연작으로 이번 무대는 반세기 넘게 이어진 작품
세계적인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가 오는 2월 '2023 The Collection Asia Tour'라는 이름으로 5년 만에 내한 공연으로 한국에 방문한다. 1975년 크로아티아 태생인 막심은 크로아티아 내전의 상처를 딛고 성장하여 헝가리와 프랑스의 음악원에서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였고, 후에 다양한 악기에 피아노를 접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이며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그의 이름을 알려왔다. 막심은 공연에서 그의 앨범에 수록된 쇼팽이나 프란츠의 고전 클래식 곡뿐만 아니라 화려한 퍼포먼스와 다양한 악기로 재해석 된 영화 메인 테마곡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한 많은 청중에게 익숙한 Queen, Coldplay, John Legend 같은 가수들의 대표곡들로 관객들에게 보다 폭넓은 곡들로 다가갈 예정이다. 막심 므라비차의 '2023 The Collection Asia Tour' 내한 공연은, 오는 2월 22일과 25일 서울 블루스퀘어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