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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문학관 세우자] 하. 부산의 과제

누구라도 무릎 칠 부산 문학 고갱이를 담아내라

 

인천의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은 “부산은 대단한 문화자본을 갖춘 한국 제2의 도시”라고 했다. 그 말은 찬사이면서도 부산에 공립 지역문학관이 없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과연 부산은 대단한 문화자본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가. 부산의 큰 문학상인 요산문학상 시상식장에 부산시장(고 안상영 씨)이 딱 한 번 참석했다는 기억이 있다. 그뿐이다. 시대를 통찰하면서 삶의 비밀에 육박하고자 했던 부산문학의 저 고투의 언어들, 그것의 정신적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가.

 

늦은 만큼 소모적인 논란 없어야 

두루 아우른다는 욕심 내지 말고 

문학단체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아카이브·전문인력 확보도 중요 

 

부산의 양대 문학 행사인 요산문학축전과 이주홍문학제에 대한 부산시의 1년 지원금은 각 4000만 원이다. 대구시가 지원하는 올 상화문학제(1억 7000만 원), 현진건문학상(7500만 원) 예산을 보면 부산은 부끄러울 따름이다. 3·1운동 100주년이던 2019년 상화문학제 지원금은 3억 원이었다. 대구시는 6년 전 개관해 1년 예산 6억 5000만 원에 이른 대구문학관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구는 전통 문화도시이고 부산은 부박한 ‘문학도시’인가. 

 

지역문학에 대한 부산시의 무관심과 홀대는 지속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2016년 문학진흥법 제정 이후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1차 문학진흥계획(2018~2022년) 아래 문학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문학관은 국립문학관 공립문학관 사립문학관, 3종류로 분류되는데 국립문학관은 2022년 개관을 목표로 서울에서 추진 중이다. 현재 전국 50곳에 이르는 공립문학관도 곳곳에서 확산 추세에 있지만, 부산은 아직 깜깜한 실정이다. 인천과 대구처럼 원도심에 부산문학관을 세울 수 있겠는가, 라고 물을 때 부산시의 답은 뭘까. 그것은 도시 역사와 현재 삶의 심부에 ‘문학’을 놓을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부산문학관 설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부산시의 뜻과 추진력이 앞서야 한다. 뒤늦게 논의하는 것이니만큼 일이 소모적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대구 인천 대전의 지역문학관 추진 사례가 다 나와 있기 때문에 ‘혼란’으로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대단히 힘든 과정일 것이다. 부산은, 대구 대전 인천이 지역문학관을 만들면서 치른 수년간의 논의 과정을 효율적으로 축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학 연구자 박태일 시인이 “부산문학관 추진에 문학단체들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된다.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되 핵심적인 논의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부산문학관은 문학계를 두루 아우른다는 소위 ‘어중간한 산술 평균’을 취하기보다는 부산문학 정신, 요체, 핵심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문학계 중론이다. 이 지점을 찾는 것이 부산문학관 추진에서 절반 이상의 몫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문학관과 대전문학관의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면 못할 것도 없다. 

 

부산문학관의 핵심 활동은 자료의 수집 정리 보존 전시에 있다. 즉 훌륭한 아카이브 구축은 문학관의 기본이자 요체이다. 인천 대구 대전이 6~8년 전 개관하기 이전에 벌써 1만 5000~2만여 점의 자료를 확보했다는 사실과 인천의 경우 개관 초기에 아카이브 확보를 위해 연 1억 원 예산을 배정했다는 사실을 예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대구 대전 인천의 지역문학관은 연 1000만~2000만 원의 아카이브 구축 예산을 배정하고 있었다. 

 

이번 지역문학관 취재에서 눈에 띈 부러운 사실은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이 광역시 문학관 중 유일하게 박사학위 학예연구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 근대문학과 자료 연구방법론을 공부한 함태영 학예연구사는 “일본 유학 시절을 빼고는 줄곧 인천에서 살고 있는 인천 사람이다”라고 했다. 부산도 이런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현재 부산시는 부산문학관 추진위 구성의 전 단계 작업으로 전문가들의 견해를 취합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의 문화 행정과 부산 문화계가 ‘부산이 지닌 대단한 문화자본의 저력’을 확인하고 증명해내야 할 것이다. -끝-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